의료진 사이에서 메르스의 위험성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돌고 있다. 

메르스 확진과 치료,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료진이 직접 메르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언론의 발표를 믿지 말라는 내용도 담겨 있어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도 드러내고 있다. 

해당글은 S병원에서 근무하는 친척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S병원에 현재 메르스 환자가 3명인데 언론에는 한마디도 안 나온다. 웬만한 병원에는 몇 명씩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병원에 아예 가지 마라, 정부 발표는 전부 축소 거짓 발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 전염 방지 대책과 관련해 "일반 마스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N-95 등급 마스크만 유효하다. 거기에 눈 점막으로도 옮으므로 사실상 마스크를 쓰는 건 의미가 없다. 본인(의사)은 환자 치료 때 최고등급 마스크에 안면 고글 쓰고 치료 한다"라고 밝혔다.

기저질환이 없었는데도 30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메르스 환자(35번)가 심각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것에 대해서도 "현재 의학계는 내부적으로 패닉상태. 어레스트(심장/폐기능 완전 정지)걸려서 심폐소생술 2번하고, 폐는 여전히 정지상태라 에크모(인공폐) 연결 떼면 바로 사망하는 상태인데, 원래 메르스가 이런 병이 아닌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걸 보고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높다'라고 의학계는 점치고 있다고 함. 그래서 의사들이 처음에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굉장히 조심한다고. 하지만 정부 언론 발표는 지속적으로 '변이 가능성 희박하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 언론 및 대중심리 통제용이므로 절대 정부 공표자료 믿지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관련글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 의료진 3명과 접촉하고 문제의 병원 관계자와도 통화했다.

우선 정부 발표가 축소됐고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어서 안 된다는 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돌고있는 소문이었다. 35번째 환자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실제로 에크모 상태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메르스 선별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의 한 병원 의사 A씨는 "의사들 사이에 관련 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맞다"며 "내용 중 정부 공식 발표에는 들어있지 않은 내용을 의사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실제 주변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초기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들이 고열 증상 등이 보여 S의료원에 격리돼 관찰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의료계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이야기다.

A씨는 "사망자 중에서 일찌감치 P병원에서 확진됐는데도 한참 지나 은근슬쩍 확진자 명단을 100번대로 집어넣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정부 발표를 온전히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S병원 측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희도 찌라시 내용이 돌고 있다는 얘기를 의사를 통해 들었다"며 "일단 누가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병원 내 확진판정과 의심환자까지 합쳐 네분이 계셨고, 모두 완치되거나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숫자(3명)부터 틀린 내용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중증 질환이 있어보이는 환자분들을 이송받아 치료를 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 통계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망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변이 가능성도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A씨는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거나 진료할 때 N95 마스크를 쓰고 고글을 착용하는 이유에 대해 "눈 점막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손잡이에 묻었는데 의료진이 손잡이를 만지고 눈을 비비면 감염이 될 수 있다. 비말의 직접 전파로 안구 점막를 통한 전염도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35번 의사 환자의 상태와 관련, "의사들 입장에선 보면 초반 언론 인터뷰까지 했던 사람이 심정지가 되고 에크모까지 연결된 것은 거의 뭐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가 힘들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병원 내 감염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보다 두려운 게 많다. 변이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부분이 알려져 있어 변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에 들어온 메르스가 변이가 된 바이러스였다면 현재 감염자 규모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씨는 "2주전까지만 해도 이번 주만 넘기면 진정국면이라고 했는데 137번 환자처럼 감시와 격리 범위를 벗어난 환자들이 확인되고 있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14번 환자같은 슈퍼 전파자가 나와 큰 유행이 되진 않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진 환자가 생기고 주변사람들이 드문드문 감염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메르스
 

반면, 경남지역의 한 의료원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해당 글을 보면 메르스 환자를 흉부외과에서 봤다는 말이 나오는데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B씨는 "저희도 고글을 착용하긴 하지만 눈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것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고 의아스럽다"며 "메르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치사율 통계 문제에 대해서도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치사율이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있다. 위험성에 대해 굉장히 과민해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씨는 현재 감별 진단 업무에 투입돼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B씨는 "다른 의료진도 공감을 하겠지만 환자가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확신을 할 수 없어 제가 감염 루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스스로 아이들을 격리시키려고 처갓집에 아이를 보낼 예정이다. 걱정돼 스스로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역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선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돌고 있는 글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의료진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고 시민들은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메르스 사태 초기 콘트롤이 되지 못했던 상황과 두려움이 커진 의료진 때문에 (지라시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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