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국민일보, 통계왜곡하고 “인권보도 준칙이 잘못”
국민일보, 통계왜곡하고 “인권보도 준칙이 잘못”
퀴어문화축제 비판, 성소수자 인권 짓밟고 "성적취향은 선택가능" 주장까지

국민일보가 최근 성소수자들의 퀴어문화축제를 비판하는 연속기획 기사를 내보내면서 질병관리본부 지침과 통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종교면(미션라이프)에 <[긴급진단-퀴어문화축제 실체를 파헤친다>라는 제목으로 총 10편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왜곡해 전달하는가 하면, 동성애의 원인에 대한 부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고 성소수자들의 행사가 ‘미풍양속에 해치고 혐오감을 준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첫 기사 <서울시, 동성애축제를 ‘건전 문화활동’ 인정>에서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올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 에이즈 관리지침’을 인용하며 “질병관리본부는 동성애자에 의한 에이즈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동성애상담소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동성애자가 에이즈 고위험군이긴 하지만 에이즈는 특정 성적 지향을 원인으로 하는 질병은 아니다”며 “HIV의 감염 확률이 높은 항문성교라는 것도 이성 간도, 동성 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특정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감염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어서 오해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28일 국민일보 29면
 

국민일보는 또 지난 10일 <동성애단체 “에이즈에 무방비 노출” 자인> 기사에선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간 성접촉에 따른 에이즈 감염자는 전체 감염자의 42.7%에 달한다. 39.2%는 여성 감염자를 포함한 수치”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에 발표한 자료로 지난 1985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에이즈 누적 감염인 수 6962명 중 남성만을 기준으로 동성 간 성접촉에 따른 비율을 통계 낸 것이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2011 HIV/AIDS 신고 현황 연보’를 보면 2011년 한해 888명의 HIV 신규 감염인이 신고됐으며, 남성의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률은 26.4%에 불과했다. 이는 남성 감염자의 이성 간 성접촉 비율(31.8%)보다 낮았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성적 소수자 인권)에 따르면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성적 소수자를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는 표현을 써서도 안 된다.

국민일보는 특히 지난 11일 마지막 기사에서 “동성애자들이 ‘성적 취향(趣向)’에 불과한 동성애를 ‘성적 지향(志向)’으로 둔갑시켜 놓은 것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피부색, 언어, 출신국가, 장애는 개인적 의지에 따라 변경할 수 없는 가치중립적 영역이지만 종교, 사상, 성적 취향은 개인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울광장에서 2015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과학계에선 성적지향에 대해 사회학·심리학적 상태 등의 환경 요인들도 검토했으나 다수 과학자들은 매우 복잡한 요인으로 인해 성적지향이 형성된다는 생물학적인 모델을 선호한다는 게 통설이다.

미국 소아학회는 2004년 의학 저널 을 통해 “성적 지향은 단순히 한가지의 요인이 아니라 유전, 호르몬, 환경적 영향의 결합으로 인한 것”이라며 “현재 알려진 사실은 성적 지향이 매우 이른 유아기에 형성된다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며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요하게 공격한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아무리 국민일보가 종교적 기반을 뒀더라도 언론사가 성소수자의 인격권 침해에 직접 나서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라고 비판했다.

윤 처장은 “에이즈와 관련해선 여러 발병 원인이 있음에도 국민일보는 동성애자가 에이즈 감염자이므로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인상을 갖게 한 매우 심각한 인권 침해 보도를 했다”며 “성소수자 인권은 이제 유엔의 기준 등에 비춰 객관화해 봐야 하고 언론 보도 역시 차별이 아닌 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사를 쓴 백상현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질병관리본부 통계 왜곡에 대해 “당시 기사를 그렇게 자세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그 해 자료만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보건복지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자료도 참고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백 기자는 ‘성적 취향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과 인권보도준칙에 대해선 “실제 성적 취향을 바꾼 사람들도 있고 일부분만 발췌해 지엽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당연히 문제될 수 있다”며 “인권보도준칙은 분명히 잘못됐으므로 우리가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현재 국민일보의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