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윤회 문건’ 보도로 정가를 뒤흔들었던 세계일보 취재팀이 부서 발령을 받았다. 이른바 ‘문건팀’으로 불리며 특종을 주도했던 기자들이 각자 출입처로 되돌아간 상황이라 후속 보도가 가능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건 취재팀 김준모 사회부 기자는 12일 산업부(차장대우)로 전보됐고, 산업부 조현일 기자는 디지털뉴스팀으로 옮겨 CMS(콘텐츠관리시스템)통합 관련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준 기자는 원래대로 소속 부서인 사회부에 남게 됐다. 

세계일보 문건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입수해 지난해 폭로했다. 정윤회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을 통해 각종 인사개입과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 지난 1월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정윤회씨.@연합뉴스
 

보도 이후 세계일보는 온갖 고초를 겪었다.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들이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사회부장, 기사를 작성한 평기자 등 6명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청와대와 세계일보는 전면전 양상을 보였다. 검찰이 지난해 연말 세계일보를 압수수색을 할 거라는 입말이 전해져 취재진이 세계일보 사옥에 진을 치기도 했다. 

입길에 오르내렸던 또 다른 사건은 세계일보 간부들의 교체였다. 보도 당시 사장이었던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은 지난 2월 차준영 선문대 교수로 교체됐고, 이보다 앞서 손대오 전 세계일보 회장도 김민하 평화대사협의회중앙회 명예회장으로 바뀌어 궁금증을 낳았다. 정윤회 문건 보도가 불러온 파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모체인 통일교 재단 관련 그룹들이 특별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건팀의 인사 발령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건팀의 ‘해체’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나 부족한 내부 인력 수급 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발령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보도 당시에도 문건팀은 별도의 호칭이었을 뿐 공식적으로 구성된 조직은 아니었다. 각 출입처 기자들이 문건 보도를 위해 뭉쳐 사실 검증 작업을 통해 특종을 일궈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일 기자도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문건팀 3명을 같은 부서에 배치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지난해처럼 보도거리가 있으면 또 뭉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윤회 보도 이후 세계일보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같은 별도의 운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세계일보 문건 보도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박현준 세계일보 기자는 지난 3월 관훈저널 기고를 통해 “취재팀은 기사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취재팀은 보도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어떤 후회도 없다. 역사를 기록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달게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기자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일(정윤회 문건 보도)은 계속 주목하고 있다”며 후속 보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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