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폐로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제12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권고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비리 등으로 인해서 원전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BS는 <취재현장,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권고>를 통해 조선닷컴, 동아닷컴 등과 함께 고리 1호기 폐로 소식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13일자 사설 <고리원전 폐쇄, 정치권 압력으로 결정은 곤란하다>에서 “앞으로 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5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체에는 7~10년가량 소요되고 비용도 6100억여원”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반대했다. 

산자부의 결정과 이를 전하는 언론을 접하면 마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가 원전을 축소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안을 통해 원전 13기를 추가하는 등 원전을 확대하는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10일 월성 1호기 재가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 월성 1호기는 중수로 방식으로 경수로 원전보다 사용 후 핵연료를 더 많이 양산한다. 일반적으로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에 비해 10배 정도 방사능 물질을 내뿜는다. 

   
▲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전경.
ⓒ노컷뉴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은 논평을 통해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에 대해 “정부가 고리1호기 수명연장 중단을 결정한 것은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라며 “또 다른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를 비롯해 현재 설계수명을 넘어선 고리 1호기 폐쇄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실은 “고리1·2·3·4호기, 신고리 1·2호기, 건설을 완료한 신고리 3·4호기, 건설 준비 중인 신고리 5·6호기까지 10기가 한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마냥 기뻐하기엔 인근 주민들에게 남겨진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원전 인근 30㎞내에는 340만 명의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신규 원전 2기를 새로 짓기 위한 부지를 찾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신규 원전 2기는 삼척(대진 1·2호기) 또는 영덕(천지 3·4호기)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최종 입지는 2018년경 결정될 예정이다. 삼척이 영덕보다 인구도 많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며 신고리 7·8호기로 예정됐던 원전이 영덕(천지 1·2호기)에 건설되면서 새 원전 부지로 더 유력한 상황이다. 

   
▲ 월성 원전 인근 제한구역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이에 지난 12일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신고리 7·8호기를 영덕 1·2호기로 변경함으로 한반도 전체를 핵부지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고리 1호기 폐쇄를 둘러싼 환경이 반갑지 않은 상황에서 고리 1호기 폐쇄를 놓고 단지 즐거워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에 건설 중인 송전탑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녹색당은 12일 논평을 통해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공사는 고리 1호기 폐쇄될 경우를 가정하지 않고 강행됐다”며 “고리 1호기가 폐쇄될 경우 새로운 송전선의 필요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녹색당은 “정부는 밀양과 청도에서 저지른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신고리~경남 송전선의 타당성에 대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재검증 작업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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