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대형 오보를 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이자 35번 메르스 환자인 박 아무개씨가 사망했다는 보도였다. 지난 11일 YTN은 보도 직후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즉각 사과했다. 12일에도 회사 차원에서 사과가 이뤄졌다. 같은 날 뇌사 오보를 낸 한국일보보다는 빠른 대처였다.

<관련기사 : “‘35번 의사 뇌사·사망’, 한국일보·YTN 모두 오보”>
<관련기사 : YTN “의사 사망, 팩트 정확히 확인 못해 오보”>

어떤 경위로 오보에 이르게 된 것일까. 미디어오늘은 12일 오후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 속보 리포트를 쓴 김 아무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김 기자는 YTN에서 복지 담당하는 팀장이다. 

김 기자는 “말을 꺼내기 참 아프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김 기자는 “보도 이후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하는 반응이 나왔는데 사람 생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후 발생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가 사망했다는 보도는 SNS상에서 빠른 속도로 공유됐다. 진영 논리 잣대로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쪽에서는 35번 환자 행보를 거론했던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이 죽음을 초래한 것이라고, 또 다른 쪽에서는 YTN 보도가 ‘박원순 죽이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 YTN 11일자 속보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
 

김 기자와의 인터뷰와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오보의 시작은 서울대학교 한 의사의 제보였다. 서울대 의사 A씨는 김 기자의 후배에게 “박씨가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제보를 했고, 후배 기자는 사실이라 판단, 김 기자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하지만 의사 A씨가 사망 사실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으며 의사들끼리 공유하는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보한 것이었다. 

김 기자는 “후배에게 ‘한 번 더 확인하라’고 했고, 후배가 확인 작업을 거쳐 ‘확실하다’는 답변을 줬다”며 “개인적으로 그 의사를 모르지만 후배를 믿었고, 후배의 소스(취재원)가 환자를 직접 보고 있는 서울대병원 의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 의사가 눈으로 보고 바로 전하는 제보였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다른 검증을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보처리 했다”며 “당연히 다른 방식을 통해 검증 작업을 하는 게 옳은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메르스 관련 취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기자는 “질병관리본부나 복지부 측에 공식적인 확인 요청을 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며 메르스 국면에서 사실 검증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기자는 ‘낙종이나 속보에 대한 압박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 “물론 낙종에 대한 부담은 있다”면서도 “속보 경쟁에 앞서 누군가보다 보도를 먼저 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35번) 환자 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다보니 오판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오보로 YTN은 시청자와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사람의 생사까지 속보 경쟁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기자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분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메르스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편, YTN은 1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병상에서 투병하고 계신 당사자와 가족 여러분, 메르스 확산 저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당국에 예기치 않은 혼선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 작업에 더욱 더 노력을 경주하고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