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또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재판부가 소송을 제기한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전부에 대해 기아차 ‘정규직’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여전히 정규직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규직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기 전에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45)씨와 한규협(41)씨가 11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광판 앞으로 “기아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몽구가 책임져라”는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에 따르면 기아차 3개 공장에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3400여명 수준이다. 

한규협씨는 11일 고공농성 돌입 직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1심 판결에서 소송을 제기한 3개 공장 노동자 468명이 모두 승소했다”며 “기아차 원청이 지금까지 불법파견을 했다는 게 인정이 됐지만 회사는 특별채용 혹은 신규채용이라는 기만적인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권한을 가진 정몽구 회장도 전혀 문제해결 의지가 없어보여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 전광판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민중의소리
 
   
▲ 11일 인권위원회 전광판 고공농성에 돌입한 한규협씨(왼쪽)과 최정명씨. 사진=한규협 제공
 

실제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불법파견을 인정받았지만 기아차는 아직 정규직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지난달 기아차는 “비정규직 465명을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특별채용 형식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이를 ‘정규직 전환’이라고 보도했다. 특별채용의 경우, 경력은 4년까지만 인정된다. 

한씨는 이에 대해서도 “당시 합의는 회사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3개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3400명인데 어떤 기준으로 465명만 특별채용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기아차 노사의 이같은 합의는 정작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정규직 노조가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씨는 “회사가 전향적 입장 내놓을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공장의 불법파견 논란은 기아차만이 아니다. 올해 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대법원에서 정규직임을 인정받았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법원은 현대차 비정규직 900여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총 6번의 법적 다툼에서 모두 현대차 정규직임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정규직화 역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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