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고갈과 하천 오염, 문화재 파괴, 대체도로와 교량 건설 등 뒷감당은 모조리 국민의 부담이다. 바로 이런 외부효과 때문에 국책사업의 비용편익을 분석하는 타당성 조사제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데도 ‘기업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일말의 비겁함까지 엿보게 한다.”(2008. 4. 30. 동아일보 사설 <대운하 기업 뜻에 따를 거면 국토부 필요 있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현지 주민과 단체장들 사이에서 적잖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업이 정치적 반대에 부닥쳐 공사기간이 늘면 늘수록 비용부담은 늘어납니다. 만에 하나 4대강 사업이 청계천 사업처럼 성공할 경우 야당이 혹여 정치적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당리당략이 개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2009. 11. 11. 박성원 동아일보 논설위원 ‘동아논평’)

대한하천학회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난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12개 일간지의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 관련 찬반평가와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이율배반적인 언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 이명박 4대강 재앙 1·2등 공신 문화·동아일보]

지난 4일 대한하천학회가 발표한 ‘4대강 왜곡 언론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운하와 4대강 사업 관련 사설과 칼럼 게재 건수는 한겨레가 428건(대운하 68건, 4대강 360건)으로 전체 1747건 중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경향신문이 272건(대운하 36건, 4대강 236건), 한국일보가 196건(대운하 14건, 4대강 182건)으로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폈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국민일보 등을 비롯한 대부분 신문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 신문사별 ‘4대강 사업’ 찬반 비율(%)
 

 

   
▲ 신문사별 ‘4대강 사업’ 사설 및 칼럼 건수
 

대운하와 관련해서 한국경제를 제외하곤 11개 신문 모두 긍정적 입장보다 부정적 입장이 많았다. 대운하 관련 프레임 분석을 보면 대운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권위주의 비판’(37.4%) 프레임은 조선일보를 비롯해 모든 언론사에 고르게 나타났다. 이어 대운하 효과와 관련한 ‘옹호’ 프레임보다 대운하 효과 ‘비판’(20.5%) 프레임이 대부분 언론사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대운하의 국민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민주적 합리주의’(18.2%) 프레임이 두드러졌다.

특히 동아일보는 지난 2007년 12월 23일 사설 <대운하, 국민 설득과 대합의 과정 없었다>에서 “핵심 문제는 사업 타당성이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계절별 강수량 차가 커 갈수기(渴水期)에는 배를 띄우기 힘들다”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했으니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 지적했다. 

동아일보와 함께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찬성 논조를 보였던 문화일보 역시 대운하에 대해 타당성 검증과 국민 합의를 강조하는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문화일보는 2008년 1월 15일 사설 <대운하사업, 국민적 납득·합의 중시한다>를 통해 “우리는 ‘국민적 납득·합의’의 전제가 곧 정교한 타당성 조사라고 믿는다”며 “경제·환경 측면의 치밀한 조사·분석으로 타당성이 입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 등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대체로 중립적 태도를 보였던 언론들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국민적 합의 및 검증 없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서둘지 말고 검증부터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문화, 대운하엔 “타당성 부족” 4대강은 “일자리 창출” 

이처럼 대운하에 대해 ‘타당성 검증 부족’과 ‘환경성·경제성 문제’, ‘국민적 합의 부족’ 등의 문제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언론사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 찬성 입장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총 93건의 4대강 사업 관련 사설과 칼럼에서 긍정 비율(95.7%)이 가장 높았던 문화일보는 이중 절반에 가까운 45건(48.4%)이 ‘녹색성장 만능주의 옹호’ 프레임을 주된 논조로 삼았다. 이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경제 활성화와 물 부족, 홍수 및 가뭄 해결, 환경 복원, 강 살리기 등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일보는 2009년 11월 9일자 사설에서 “22조6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역사가 마무리되면 홍수·가뭄 걱정을 덜게 되는 것은 물론, 줄기줄기 강변을 따라 생활 문화가 일변할 것”이라며 “역사 추진과정에서 일자리 34만 개가 창출되는 등 생산유발 효과가 40조 원대에 이를 것이다. 4대강 프로젝트는 산재한 수자원을 쇄신, 국토를 리모델링해 미래를 재창출하는 녹색투자의 전범(典範)이 되게 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2009년 11월 9일자 문화일보 사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는 언론사의 사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 문구를 연상시키는데, 언론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객관성조차 상실한 낯 뜨거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문화일보는 4대강 비판 주장에는 ‘정략적 반대’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등 ‘낙인·비난 프레임’을 전체 93건 중 35건(37.6%)이나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아일보의 논조 변화에 대해서도 “동아일보의 대운하 비판 논조는 4대강 사업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며 “동아일보는 대운하에 대해선 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조했는데, 4대강 사업의 90%는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경제성 분석 또한 아예 생략됐음에도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철재 대한학천학회 연구위원은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타당성 부족과 국민 합의 전제 등 비판적·중립적 입장을 취했으나, 대운하보다 혈세가 많이 투입되고 국토 환경 훼손 우려가 높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찬동 입장을 보여 왔다”며 “두 신문은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지만 계획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사회적 검증 과정은 생략되거나 날림으로 진행됐음에도 오히려 4대강 사업을 신성불가침화 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특이한 점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의 경우 2010년 6월 야권이 우세한 결과를 얻은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 긍정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이전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과 부정 의견 비율이 5대 14였지만 선거 이후 19대 10으로 뒤바뀌었다. 중앙일보도 9대 11에서 20대 4로, 한국경제는 4대 0에서 51대 2로 긍정 비율이 급증했다.

이철재 위원은 제6회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보수언론의 논조가 급변한 이유에 대해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등도 지방선거 전까진 단계적 추진론을 펴거나 속도전에 따른 환경파괴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며 “이들이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에 강한 찬성으로 나선 것은 4대강 반대 진영의 세력 강화를 견제하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2010년 지방선거 이전 4대강 사업에 대해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라는 것에는 긍정하지만, 수질 악화 우려 및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4대강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대안도 제기하기도 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2010년 3월 22일자 칼럼에 “4대강 사업은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갈 수 없는 문제다.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여론의 분열이 더욱 심화되는 난관에 봉착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공사를 임시나마 중단한다는 것이 재정적으로 적지 않은 손실이고, 또 정부의 의지에 금이 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비용은 실패의 경우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이후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강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4대강 반대=좌파’라는 색깔론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1년 9월 15일자 당시 박정훈 조선일보 기사기획 에디터 칼럼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은 조선일보의 이 같은 태도를 잘 대변해 준다.

박정훈 에디터는 “시위와 점거농성, 삭발에 단식까지 하며 ‘단군 이래 최대 재앙’을 외치던 시민운동가·환경론자·정치인·종교인과 좌파 매체들이 지금은 어디 갔나 싶도록 목소리를 낮췄다”며 “일부 반대론자들은 4대강 투쟁에서 철수해 한진중공업과 제주 강정마을로 화력(火力)을 옮겨갔다. 그래서 ‘좌파의 치고 빠지기’란 소리가 나온다”고 힐난했다.

4대강 부작용 우려했던 조선·중앙, 2010 지방선거 후 ‘옹호’로 돌변

그러나 조선일보가 비판한 4대강 반대 좌파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2013년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이포보를 제외한 15개 보에서 보의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가라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6개 보 1246곳에서 모두 균열이 일어났던 것으로 조사됐고, 23곳에서는 누수 현상이 확인됐다. 또한 16개 보 안의 수질은 2005~2009년의 평균치와 비교할 때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9% 상승했고, 조류 농도는 1.9% 증가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시 준설·보 규모 확대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가뭄·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물그릇 확보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준설·보 설치계획은 추후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2013. 7. 10.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은 충분한 공학적 검토 및 의견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에 너무 서둘러 사업을 진행했으며, 그 당시 우리나라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2014. 12. 31. 국무조정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발표)

   
지난 2013년 8월 낙동강 하류인 경남 창원시 본포교 본포취수장 앞의 거대한 녹조 띠가 마치 강에다 녹색 페인트를 뿌려 놓은 듯 취수장을 위협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언론들은 2013년 1월과 7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 지적한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입장을 보였다. ‘감사원 지적이 맞다’는 입장과 한편으론 감사원이 ‘정치적 감사’를 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13년 1월 19일자 사설에서 “22조 원을 들인 대형 국책 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관리 감독에 빈틈이 생기고 부실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 당국은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 수질, 유지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재점검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부실 사업을 부추겼던 반성은 생략했다.

감사원 발표 후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명박 정권의 욕심 때문에 4대강 사업의 문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고 문화일보 역시 “과속의 후유증”(2013. 1. 18. 사설) 이라는 ‘유체이탈’ 논조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들 신문은 감사원이 정권이 끝날 무렵,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한 것은 두고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니냐며 깎아내렸다. 조선일보는 2013년 1월 19일자 사설에서 “감사원은 작년 9월 4대강 사업 감사를 다 끝내놓고도 넉 달이 지나서야 결과를 발표한 것부터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정권 눈치를 보다가 대선이 끝나고 임기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정권의 힘이 거의 빠진 시점을 골라 발표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존중하자’던 동아일보는 단 며칠 뒤인 1월 25일 <청와대-감사원, 4대강 이전투구 너무 나간다>라는 사설을 통해 감사원 흔들기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2013년 7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감사 결과를 밝히자 <4대강도 감사원도 이대론 국민 신뢰 못 받는다>라는 사설을 통해 감사원을 공격했다. 

보고서는 “사실 누가 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히 ‘합리적 의심’을 가져야 할 언론이라면 이러한 감사원 부실 감사 문제점에 대해 분석하고 지적했어야 타당했다”며 “그러나 이들 언론은 4대강 사업을 위해 침묵했고, 현재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여전히 꼼수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2013년 1월 23일 <4대강 어떻게 ‘괴물’이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언론의 역할 상실과 책임 방기 문제를 꼬집었다.

이 위원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에 걸맞게 양과 질에서 장단점과 타당성, 찬반여론 등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는커녕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 물 부족 해소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검증도 기대난망이었다”며 “보수언론 등 상당수의 언론은 사실관계를 보도하는 것조차 인색했다. 언론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도 뚜렷한 견해를 갖기 어려웠고, 결국 나라 전체가 한때 무지의 영역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불행한 점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책임 방기에 대해 지금도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기보다 여전히 4대강 사업의 후유증에 대해 침묵하거나,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더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발적이면서도 암묵적으로 4대강 사업을 찬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회적 성찰의 하나로 4대강 사업의 후유증과 현재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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