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법제화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찬성투표 비율은 62.1% 였다. 이를 두고 당시 아일랜드를 방문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누구든, 누구를 사랑하든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며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법제화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누구든, 누구를 사랑하든 그 권리를 누린다는 것. 때론 그것이 내게는 왠지 와 닿지 않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나는 올해로 33살이다. 이 나이가 으레 그렇듯 나도 요즘 결혼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결혼할 일이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다. 나는 성소수자다. 그 중에서도 남성 동성애자, 게이다. 게이인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결혼 할 수 있을까?

아일랜드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 되던 날, 동성결혼이 법제화 되지 않은 한국, 서울에서 한 동성결혼이 열렸다. 나의 친구 여기동과 그의 파트너 찰스의 결혼식이었다. 여기동과 찰스는 나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다. 피부색도 다르다. 성별은 같다. 게다가 나의 친구 여기동은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어선 나이였다. 결혼식 하객들은 “그 나이에 젊은 동성 연인도 하지 못하는 결혼을 하냐”며 기동을 놀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에 이런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결혼식 당일, 두 신랑은 연신 웃었고 많은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결혼식장을 가득 채웠다. 찰스네 가족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왔다고 했다. 그들은 축제를 대하듯 결혼식에 임했고 기뻐했다. 기동의 조카들도 결혼식에 참석했다. 조카들이 삼촌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포옹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가족들의 따뜻한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한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가족들의 따뜻한 축복’ 은 그 날 참석한 하객들에게도 와 닿았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들 울었냐고 결혼식을 마치고 물었더니 다들 비슷한 대답을 했다. 결혼식을 준비한 나의 친구 김수환은 “개인의 결혼이지만 결혼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큰 만큼 참석하는 사람들도 행복하기를 바랬다”고 말했는데 그의 준비는 주효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그에게 질투가 났다.

그 날 결혼식 슬로건은 “사랑은 모든 이에게 자유롭게 평등한 것”이었는데 동성결혼이 ‘비합법’이라서 보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그런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당신도 그런 사랑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사랑이 조금은 버겁고 고달파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누구나 그러하듯’ 당연하게도 아름다운 일이다. 찰스와 기동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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