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일부 회원이 메르스 확산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일 밤 일베 게시판에는 ‘박근혜 특징.jpg’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못해서 일베충(일베 회원들이 스스로를 벌레에 빗대 가리키는 말)들 입지 곤란하게 만듦”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 글에 일부 일베 회원들은 “이제 쉴드치기도 힘들다” “나도 한때는 박근혜 팬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답답하다. 이렇게 괴담이 번지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해명을 해야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맨날 청와대 안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공무원들이 움직이는지 안 움직이는지 조차도 모르지..ㅉㅉ” “무능의 아이콘” 등 공감하는 댓글을 달았다.

   
▲ 일간 베스트 게시판 게시글 갈무리
 

또한 ‘박근혜 대통령 드디어 긴급 회의 소집’이라는 제목의 글에선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메르스 환자 발생 2주일 만에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한 것에 대해 “아무리 운영조직이 국가단위라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본인이 체크정도는 해야 하는데 비서진도 무능하다”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이 낫다”등의 비판이 댓글로 달렸다. 

‘박근혜 탄핵한단다’라는 제목을 달고 올라온 게시물에는 “사실 까놓고 뭐 제대로 하는 게 있냐” “어차피 차악의 선택이었다” “탄핵하고 이명박 다시 데려와라” 등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그간 대북관과 인사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의 정책스타일을 옹호하던 일베 회원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던 극우 성향의 일베에도 일부 회원이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메르스와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강 이슈에 관해서는 여야 보수 진보를 넘어서 모두 정부의 무능을 공통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조중동이나 다른 보수지들도 이번엔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워낙 무능하게 대응했다는 인식이 지지층에도 확산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2일 일베 게시판에는 ‘노무현 사스 4명으로 막아낸 건 확실히 비교되네.jpg’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003년 전 세계에 사스가 유행할 당시 한국은 노 전대통령이 사스 방역을 잘 치러내 사망자를 내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글과 이에 동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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