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정부의 메르스 불통, 질병관리본부 시민·노조·언론이 만들다
정부의 메르스 불통, 질병관리본부 시민·노조·언론이 만들다
메르스 확산지도, 메르스 상황판 등 인기…노조가 시민 제보를 받고 언론이 병원 명단 공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환자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메르스 불통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고, 노조와 언론이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SNS를 통해 ‘메르스 확산지도’(http://www.mersmap.com)라는 온라인 사이트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머 박순영씨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사이트 속 전국지도에 메르스 발생 지역이 표시돼 있다. 표시된 지역을 클릭하면 메르스의 발생지 주소, 확진 여부와 확정 일시, 환자이송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병원이 공개된 경우 해당 기사와 연결된다. 

이 메르스 확산지도는 시민들의 제보로 만들어진다. 이메일(mersmapreport@gmail.com)로 제보하면 제보 내용이 이 지도에 반영된다. 루머의 방지를 위해 게시된 내용에 대해 ‘루머신고’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루머신고는 페이스북 로그인을 해야 가능하다. 

   
▲ 메르스 확산지도 갈무리.
 

이 지도를 만든 박순영씨는 미디어오늘과 나눈 메시지를 통해 “메르스 정보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따로 해당 정보의 투명성과 사실여부를 평가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루머가 너무 떠도는 바람에 오히려 공포감만 가중된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만들던 것을 내가 속한 그룹이 같이 개발,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한 “실제 운영은 이틀 밖에 하지 않아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오늘 오전부터 7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중복 또는 동일장소를 지칭하는 것들도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메르스 상황판’도 인기다.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기 위해 보건의료노조 홈페이지 안에 ‘메르스 상황판’을 만들어 업데이트 중이다. 게시물에 리플을 달아 제보하거나 보건의료노조((02)2677-4889)에 직접 제보할 수 있다

메르스 상황판에는 환자 현황과 확산과정 및 상황 요약, 국가지정 입원병원 목록 등이 나와 있다. 관련 기사도 함께 첨부돼 있다. 보건당국이 매번 건건의 보도자료만 제공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메르스 상황판은 메르스 사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접속자가 몰리면서 4일 오후 1시 경 보건의료노조 홈페이지가 잠시 다운되는 일도 벌어졌다.  

   
▲ 보건의료노조 메르스 상황판.
 

상황판 개설 하루 만인 6월 5일 10시 기준으로 접속자는 8만 5천명에 달했다고 보건의료노조는 전했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각종 제보가 들어온다. 보건의료노조가 질병관리본부인 것 같다”며 “그만큼 국민들이 믿을 곳이 없다보니 우리 사무실로 전화해서 ‘행사가 있는데 취소해야하나, 가도 되나’라며 의견을 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병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공개했다. 프레시안은 2일부터 언론에 익명으로 보도되던 병원 이름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환자 숫자가 35명까지 늘어난 지난 4일에는 기사 <35명 확진자 '메르스 병원' 6개 실명 공개합니다!>를 통해 해당 병원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를 쓴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초기에는 정부가 잘 대응할 것이라 믿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정부가 메르스를 막지 못하는 걸 넘어 헛발질을 해서 확산시키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자신의 실력을 시민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시민을 보호대상이 아니라 같이 위기를 극복할 파트너로 인식해야한다”며 “그러려면 정보를 공개해야하는데 이를 막고 있으니 어디선가 물꼬를 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를 거쳤고, 전화 혹은 직접 만나서 보건의료정책이나 보건의료운동에 종사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 시점에서는 병원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보다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 YTN 뉴스 갈무리
 

정부는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16일째인 6월 5일이 돼서야 병원 한 곳, ‘평택성모병원’의 이름을 공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는 모두 콜센터로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강 기자는 이에 대해 “일단 진일보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런 조치가 왜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아쉽다”며 “평택성모병원 외에도 다른 중요한 곳들이 있다.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메르스 불통’이 이어지는 한 시민들과 언론, 노조등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하는 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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