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과 국무조정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조사 결과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판명 난 4대강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신문은 어디였을까.

대한하천학회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난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12개 일간지(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문화일보·국민일보·세계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의 사설과 칼럼 중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1747건을 선정해 이에 대한 찬반 평가와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날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대해 문화일보가 전체 93건 중 89건(95.7%)으로 가장 강한 찬성 입장을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운하 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11건 중 7건) 오히려 우세했던 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논조가 돌변해 긍정 비율이 84.3%(128건 중 107건)나 됐다. 문화일보는 부정적 입장이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동아일보는 7건(중립 13건)에 불과했다. 

뒤를 이어 4대강 사업 찬성 비율은 한국경제가 77.5%(71건 중 55건), 중앙일보 49.1%(59건 중 29건), 매일경제 42.9%(42건 중 18건), 국민일보 40.0%(100건 중 40건), 서울신문 35.7%(115건 중 41건), 조선일보 28.2%(85건 중 24건), 한국일보 24.7%(182건 중 45건), 세계일보 17.5%(63건 중 11건), 한겨레 1.7%(360건 중 6건), 경향 0.4%(236건 중 1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찬성 의견은 모두 외부 칼럼이었다.

   
지난 2009년 11월 4대강 사업 여주 강천보 공사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흥미로운 점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폈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국민일보 등을 비롯한 대부분 신문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이철재 대한학천학회 연구위원은 “대운하 관련 프레임 분석을 보면 대운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권위주의 비판’ 프레임은 조선일보를 비롯해 모든 언론사에 고르게 나타났다”며 “‘대운하 효과’를 강조하는 ‘대운하 효과 옹호’ 프레임보다 ‘대운하 효과 비판’ 프레임이 대부분 언론사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전체적으로 대운하의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는 프레임이 도드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동아일보의 논조 변화에 대해선 “동아일보의 대운하 비판 논조는 4대강 사업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며 “동아일보는 대운하에 대해선 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조했는데, 4대강 사업의 90%는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고 경제성 분석 또한 아예 생략됐음에도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지난 2008년 1월 사설에서 “국민적 납득과 합의의 전제가 정교한 타당성 조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문화일보도 2009년 11월 사설에선 “4대강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차원을 넘어 국토의 혈맥을 재정리하는 백년대계 역사(百年大計役事)라는 의의를 강조한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특이한 점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경제의 경우 2010년 6월 야권이 우세한 결과를 얻은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 긍정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이전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과 부정 의견 비율이 5대 14였지만 선거 이후 19대 10으로 뒤바뀌었다. 중앙일보도 9대 11에서 20대 4로, 한국경제는 4대 0에서 51대 2로 긍정 비율이 급증했다.

   
대한하천학회가 주관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PD연합회·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4대강 왜곡언론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후 지난 2013년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일부 언론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1월 23일 <4대강 어떻게 괴물이 됐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언론의 역할 상실과 책임 방기 문제를 꼬집었다.

이 위원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에 걸맞게 양과 질에서 장단점과 타당성, 찬반여론 등을 언론이 심층적으로 보도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보수언론 등 상당수의 언론은 사실관계를 보도하는 것조차 인색했고, 언론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도 뚜렷한 견해를 갖기 어려웠고, 결국 나라 전체가 한때 무지의 영역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연구위원은 “불행한 점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책임 방기에 대해 지금도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기보다 여전히 4대강 사업의 후유증에 대해 침묵하거나,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더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주 역할인 언론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맹목적·암묵적이고 교묘하게 찬동했던 것은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회적 성찰의 하나로 4대강 사업의 후유증과 현재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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