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동성애자에 의한 에이즈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동성애상담소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8일 종교면(미션라이프) 메인 기사 <[긴급진단-퀴어문화축제 실체를 파헤친다 ①] 서울시, 동성애축제를 ‘건전 문화활동’ 인정> 기사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확한 사실을 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올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 에이즈 관리지침’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는 “동성애자들은 ‘에이즈·성매개 감염병 건강진단 대상자’와 함께 감염위험집단으로 분류돼 있다”며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남성 동성애자 간 성 접촉으로 에이즈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기사는 질병관리본부 지침과 이 지침의 근거가 된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보고서의 본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성애자가 에이즈 확산 주범? 질병관리본부 “사실 아냐”

우선 질병관리본부 ‘2015 HIV/AIDS 관리지침’을 보면 동성애자를 ‘성매개감염병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건강진단대상자’와 같이 ‘감염위험집단’ 혹은 ‘감염취약계층’으로 분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지침 어디에도 “동성애자 간 성 접촉으로 에이즈가 확산됐다”고 나와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공식 홈페이지 ‘에이즈 바로알기’ 코너를 통해서도 “HIV 감염은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며 “이성간 또는 동성간에 관계없이 항문성교, 질 성교, 구강성교 등의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동성애자가 에이즈 고위험군이긴 하지만 에이즈는 특정 성적 취향을 원인으로 하는 질병은 아니다”며 “HIV의 감염 확률이 높은 항문성교라는 것도 이성 간도, 동성 간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특정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감염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어서 오해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에이즈의 주 감염 경로는 성 접촉이고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을 했을 때 감염되는 것이므로 고위험군엔 꼭 남성 동성애자만 있는 건 아니다”며 “고위험군에는 여러 그룹이 있어 우리는 안전한 성교를 위해 항상 콘돔을 사용하라는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28일자 국민일보 종교면 1면
 

아울러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위험집단으로 분류한 ‘에이즈·성매개 감염병 건강진단 대상자’는 유흥업소 접객원, 안마시술소 여종업원 등으로 성매개감염병 및 에이즈를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가 있는 직업군의 사람을 말한다. 여기엔 성노동 여성을 비롯해 동성애자보다 훨씬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감염률도 더 높다.

UNAIDS가 지난해 발표한 ‘The gap report’에서는 HIV바이러스에 취약한 인구를 12개 집단(HIV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청소년 여성과 젊은 여성·수감자·이민자·약을 주사 맞는 사람들·성노동자·남성 동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들·성전환자·HIV와 같이 살아가는 어린이들과 여성들·난민·장애인·50세 이상의 사람들)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성노동자의 HIV바이러스 감염률이 다른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에이즈 감염 취약집단으로 분류된 동성애자에 대해서도 ‘남성 동성애자’(GAY MEN)라고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들’(MEN WHO HAVE SEX WITH MEN)까지 포함해 차별받아서는 안 될 소외그룹(left behind)이라고 밝히고 있다.  

UNAIDS 보고서에는 남성 동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들이 소외되고 있는 가장 큰 4가지 이유에 대해 △폭력(Violence) △범죄화(Criminalization)·낙인(stigma)·차별(discrimination)과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열악한 HIV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불충분한 투자 등을 꼽고 있다.

UNAIDS “동성애자 사회적 차별·배제가 에이즈 확산의 원인”

이에 대해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유엔에선 남성 동성애자와 남성과 성관계 맺는 남성이 에이즈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원인에 대해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사회적 차별과 낙인, 폭력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이성 관계에서 에이즈 감염률이 더 높음에도 에이즈 감염에 동성애자를 강조하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장해 오히려 동성애자들이 숨을 우려가 있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법과 제도화 등을 통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유엔의 목표인데, 국민일보의 기사는 동성애자들이 광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며 “국민일보야말로 동성애자를 에이즈 고위험군으로 내모는 원인인 격”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기사를 쓴 백상현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성애자가 에이즈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확산의 주범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감염이 돼야 확산이 되는 것이고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지적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상식선에서 봐야 한다”며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0~80%가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서울시의 동성애 축제 광장 사용 허용은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백 기자는 이어 “서울시 광장 사용 조례를 보면 ‘건전한 문화활동’이라고 조건을 달았는데, 동성애 행사에서 티 팬티만 입고 활보하는 것을 건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국사회가 이런 모습을 건전하다고 볼 만큼 관대한 사회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1일 퀴어문화축제 관련 두 번째 기획기사를 통해서도 동성애자들의 행사가 ‘미풍양속에 위배되고 혐오감을 준다’고 비판하며 서울시와 대구시의 퀴어문화축제 시설 사용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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