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와 관련 이른바 ‘괴담 유포자’들에 대한 처벌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대표적인 괴담으로 꼽고 있는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13명이었던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도록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파경로와 관련해서 공기전파는 현재까지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고 민관합동대책반의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병원 내 중환자실에서의 인공기관지 삽관 등에 의한 에어로졸이 아니면 공기 감염 전파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메르스의 공기전파를 대표적인 괴담으로 꼽으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다름아닌 보건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다. 불과 일주일전인 5월 22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홍보자료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침 또는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비말)이나 공기 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 홍보자료
 

이렇듯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함께, 공기전파의 가능성을 경고했다가 다시 괴담이라고 이를 뒤집는 등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 발표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보건당국은 당초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1을 기준으로 0.6 수준이라고 했지만, 첫 확진자로부터 현재까지 18명이 감염되면서 메르스의 감염력을 오판했음을 시인하는 분위기다. 메르스에 감염된 18명은,  첫번재 확진자의 배우자와 동일병실 입원자, 첫 확진자를 진료했던 의료진과 동일 병동의 의료진 및 환자들로서 모두 첫 확진자와 관계된 사람들이다. 

메르스와 관련해 현재 자가 및 시설에 격리중인 대상자도 682명으로 주말을 거치며 크게 늘어났다. 29일 오후 격리 대상자는 127명이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 및 확진 환자를 위한 격리센터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노컷뉴스

 

 

1일 열린 당정협의 이후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무엇보다 정부가 기존의 논문만 의존해서 메르스의 전염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오판함으로써 최초 확진 감염자를 자가격리 조치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확산을 키워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밀접 접촉자를 가리는 조치도 허술했으며, 신고에 의존하는 대응시스템으로는 전염병 대처에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 국민의 신고의식을 요구하기에 앞서 전염병에 대한 제대로 된 국민 교육과 홍보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뒷북 대책으로 국민안전처 신설을 비롯한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했지만, 또다시 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국가적 재난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관계부처들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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