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 전면 특검 도입,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경질 요구, 5·24 조치 해제 주장 등 야권에서 나올 만한 입장이지만 이 같은 내용은 집권여당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를 질타하거나 당 지도부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최근엔 극우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진태 의원과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건호씨의 추도식 발언과 관련해 '국가 기밀을 발설한 것은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밝혀 당 지도부에 화살을 날렷다.  

최근 하 의원의 행보는 새누리당 소장파 모임 '아침소리'에 기반한 활동이라고 하지만 그의 독특한 이력을 빼놓고 평가할 수 없다. 

그는 90년대 서울대학교 재학 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구속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운동권에 속한 인사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5년 대북 민간 라디오 방송을 설립 운영하면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탈바꿈했다. 극우 보수 인사로부터는 '새누리당의 트로이 목마'라는 비난을 듣고 진보 진영에서는 '변절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 의원이 쓴 <삐라에서 디도스까지> 책 소개란을 보면 "대학시절, 친북 학생운동권의 배후 조종자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생생한 현실을 접한 뒤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고 돼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하태경 의원은 이석기 전 의원을 북한의 지하조직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진보당 해산을 강하게 주장했다. ‘야당은 중북 세력의 숙주’라는 비난도 쏟아냈다. 하지만 4. 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종북 전선은 새누리당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며 "보수층은 종북의 늪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종북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성공한 종북 전략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보수진영은 빨리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입장은 새누리당 내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주면서 동시에 소장파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하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보수와 진보의 전선이 굉장히 허구적이다. 한때 진보가 영원한 진보가 아니고 한때 보수가 영원한 보수가 아니다. 우파 내에서 수구적인 의견에 반대하는데 싸울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혁신 방향에 대해 "보수가 안보에 기반하고 있지만 통일을 최상위 가치로 내세웠으면 좋겠다. 보수는 자유와 평등 중 자유가 우선인데 보수가 이제는 평등을 강조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지금 추세라면 큰 성과는 없을 것 같다. 뭐가 잘못된 건지 성찰이 필요하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역사책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단 한마디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과 인터뷰는 28일 하 의원의 국회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대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경질을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보훈처의 입장이 색깔론을 덧칠한 근거 없는 공세라는 지적인가?

"보훈처 입장을 보면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에 나온 ‘임’은 김일성이고 ‘새날’은 적화 통일이고 작사가 황성역이 친북 행각을 벌였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꼭지가 돌았다. 북한에서는 임을 주장한 적이 없다. 또 북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긴 하지만 남한 쪽 인사와 모임에서 같이 일종의 통일 전선의 성격으로 부르는 곡이다. 북한 주민에게 임을위한 행진곡은 김일성 찬양 노래로 가르치지 않는다. 북한에서 부르면 정치범이 될 수 있다. 황석영이 친북인사이기 때문에 불러선 안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주장이면) 친일 행각 논란이 있는 안익태의 애국가도 제창하면 안된다. 서정주 시인도 친일파이기 때문에 시를 빼라고 할 것이냐. 그건 별개의 문제이다. 시점 상으로도 황석영이 친북을 해서 만든 게 아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1991년 황석영, 리춘구(북한)가 공동집필하여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됨으로 인해 노래 제목과 가사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되고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하 의원은 보훈처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보훈처가 이런 시각을 갖고 있으니 ‘북한군 600명이 내려와서 5·18을 주도했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들도 무분별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5·18 북한군 투입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나서서 (북한군 투입설이)사실이 아니라고 반박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안한다. 보훈처의 시각 때문에 극우 진영의 북한군 개입설이 확산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북한군이 개입을 안했다는 간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북한에서 5·18 당시 수령과 당의 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산업화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계승하는 정당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북한군 투입설 주장이 알려진 것은 종합편성채널에서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내면서인데…

"탈북자 증언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었는데 대부분 말을 믿을 수 없다. 북한 뉴스라는 것이 검증하기가 어렵다. (종편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사실 확인 보다는 자극적인 애기를 하는 탈북자를 자꾸 출연시킨다. 어쨌든 언론의 사명인 사실 보도 보다는 선정적 보도를 많이 해서 왜곡 보도가 많다. 북한 보도와 관련해 미디어감시 시민단체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 모든 북한 뉴스에 대해 시민단체가 모니터링을 하고 확인을 하고 오보가 나면 점수를 매겨 경고를 한다든지 탈북자 중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말을 한 사람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발표를 해서 그런 탈북자들이 출연을 못 시키게 하는 언론 감시 운동이 필요하다" 

- 하 의원 역시 전대협 간부 시절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나

"당연히 불렀다"

-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찬성하는 하 의원을 비판했고 친북·종북 단체들이 각종 의식에서 애국가를 대신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제창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주장이면 운동권 시절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하 의원은 종북인사 아닌가?

"김진태 의원을 찍어서 말하기 뭐하지만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사람은 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야당도 반성해야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시위와 집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져졌고 그 중에는 불법 시위도 있고 폭력 시위도 있었다. 그리고 일부 국민들 중에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는데 이런 부분도 인정을 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소중한 노래인데 이 같은 소중한 노래가 민주화를 계승했다는 사람과 정당이 오염되도록 방치한 책임도 있다. 이 노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실내에서는 불러도 장외에서는 안 불렀으면 좋겠다"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하 의원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무죄 선고와 관련해 "검찰은 상식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고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전국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씨의 분신과 관련해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기훈시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는 등 자살을 사주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 하 의원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무죄를 주장했나?

"(분신한) 김기설씨가 전민련 간부를 하고 있을 때 저는 전대협 일을 하고 있었고 김기설 선배의 집에서 숙식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선배가 죽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충격이 컸겠나. 김 선배가 사람이 순하고 착하다. 보수진영에서 운동권 집단의 속성을 너무 모른다. 운동권 집단이 자살, 투신, 분신 이런 것을 조직해서 한다는 식의 인식이 있었다. 우리 운동권은 그렇게 도덕성이 황폐하지 않았다. 동지의 생명을 무기로 투쟁의 도구로 쓰고, 유서 대필 이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검찰이 정치 검찰 얘길 듣지만 (그때는)더 하지 않았나 싶다. 운동권 문화나 상식적으로 볼 때 (유서 대필이)가능한 일이냐고 확인을 했으면 이 사건이 사실일 수 없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 탐문을 해야 하는데 게을리 한 것 같다. 오로지 필적 감정 하나만 가지고 한 사람 인생을 망가뜨린 것이다. 우리나라 운동권이 민주화를 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역사적으로 공이 있는 세력인데 이에 대해서 검찰이 앞장서서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매도한 경향이 있다. 100% 무죄를 확신했다. 강기훈씨도 전대협 간부 시절 잡혀 들어가 서울 구치소에서 자주 봤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 속에 역사적인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요즘도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잘 믿지 않는다. 검찰도 역사적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왜 그런 독선이 있었는지 자성을 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21년 만에 무죄 선고가 나긴 했지만 검찰 못지 않게 법원도 기존 판결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법원도 당시에 진지하게 사건을 봤으면 무죄를 내릴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언론인끼리도 동종업종에 대한 비판을 잘 하지 않은 것처럼 법원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하 의원은 5·24 조치에 대해서도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이명박 정부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으로 남북간 교역과 교류를 중단하는 5·24 조치를 발표했다. 최근 대북 전문가는 지난 5년 동안 5·24 조치가 실익이 없고 남북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북 정책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 하 의원 역시 5·24 조치에 대해 찬성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치 해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5·24 조치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변화를 막고 있다. 일종의 쇄국정책이다. 북한하고 척을 지고 있으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5·24 조치가) 북한 변화를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도 반성해야 될 것은 북한의 급변사태 얘기를 하는데 급변사태가 나더라도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하고 그렇게 되려면 북한하고 연결된 라인이 많을수록 주도한 관리 능력이 커질 수 있다. 급변 사태가 일어나면 고급 정보를 넘긴다거나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믿을 만한 사람한데 고급 정보를 넘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급변 사태가 나도 분단 영구화로 갈 수 있다. 북한하고 교류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봉쇄를 하면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더더욱 5·24 조치를 조건 없이 해제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가 전제조건인데 사과를 받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변하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가능성이 높다. 고립 정책을 쓰면 사과 가능성도 떨어진다. 사과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5·24 조치를 해제해서 천안함 사고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하 의원은 천안함을 폭침이라고 규정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 발표는 검증이 필요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북한도 폭침을 인정하지 않고 최근엔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도 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북한의 공동조사 제안에 한국이 유연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공동조사는 문제가 있다. 인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주장을 펼 수도 있고 조사 도중 뛰쳐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6자 회담 당사국들이 같이 6자 공동조사를 해보자고 역제안을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시키고 균형을 맞춰 미국과 일본도 포함시켜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역제안을 해서 (공동조사 제안의)진정성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 진지하게 공동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모든 의문점들을 재조사 할수도 있다. 6자 공동조사를 하면 다른 국가들은 나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나가면 북한만 고립되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제안을 유연하게 대응해서 주변 국가와 외교관계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역이용해야 한다"

 

하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요구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론을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한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민정수석 경질론을 주장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민정실의 역할은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무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부정 부패 척결 기치를 올리면서 정책적 목표가 됐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면밀한 타산이 필요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박 대통령의 4대 개혁에도 도움이 돼야 하는데 암초가 되고 있다. 부정 부패 척결을 캠페인 식으로 하는 것은 정무적으로 결정적 오판을 한 것이다" 

- 황교안 총리 지명 기용을 두고도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사정의 신호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나온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권이 여전히 썩어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을 하더라도 성과를 얼마나 낼지 확신할 수 없고, 용두사미격으로 수사가 되면 정치권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 황교안 후보가 총리가 되면 그런 능력이 있다면 과거의 정치 부패와 잔재들까지도 청산을 해서 대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하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노건호씨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면서도 새누리당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기밀을 공개한 것은 안 될 일이었다는 주장이다. 

- 노건호씨 발언은 지난 대선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읽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하 의원도 김 대표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보나?

"저 역시 전문을 보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전문이 공개되고 나니까 이해가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것 때문에 매국노로 지탄을 받았다. 자기 아버지가 매국노로 지탄받는 입장에서는 울분을 토할 만 하다. 하지만 자리가 적절치 않았다. 적절한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노무현 재단에서 토론회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공감 받을 수 있는 애기를 추모식장에서 꺼내 지탄을 받아 아쉽다" 

"김 대표의 발언은 선거라는 특수한 국면이 작용했다고 본다. 국가 기밀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주저했을 것 같다. 당시 비슷한 얘기가 있엇다. 국가 기밀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았다. (남재준)국정원장이 기밀이 아니라고 공개했던 것이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국정원장이 전문을 공개하도록 명분을 줬다"

-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에서도 불편한 시선을 보낼 것 같다

"당이 많이 민주화됐다. 1~2년 차 때는 반대되는 애기를 하면 눈치도 보이고 선배 의원들한테 눈치도 받았다. 지금은 눈치 주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당내 언론의 자유가 증진됐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지도부가 나중에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새누리당이 그런 면에서 건강하다. 의총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다. 요즘 같은 경우 당 지도부를 설득하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바꿀 수 있다고 확신이 들고 강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 애국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하 의원을 새누리당의 트로이 목마라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 쪽에서는 변절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양쪽에서 환영을 못 받는 모습인데 어떻게 보나?

"보수 진보의 전선이 굉장히 허구적이다. 완전히 혁파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대하면 보수이고, 찬성하면 진보가 되는 게 아니다. 5·24 조치 해제를 주장한다고 진보이고 해제를 반대한다고 보수도 아니다. 한때 진보가 영원한 진보가 아니고 한때 보수가 영원한 보수가 아니다"

"시대가 빨리 변하고 있다. 당 내에도 여러 목소리가 있다고 본다. 수구 우파가 있다. 하지만 좌우 모두 혁신된 목소리가 나와서 좌파가 얘기한 것이 옳으면 우파가 인정해주고, 우파가 얘기하면 좌파가 인정해주고 좌우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가는 길이다. 허구적인 좌우 대립을 완전히 청산하는데 앞장서겠다" 

- 하 의원이 속한 아침소리의 다른 의원들이 청와대 관계라든지 당 지도부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침소리의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당내에서 균형파라고 본다. 보수적 목소리가 필요하면 내고 혁신적 목소리가 필요하면 내고 이런 역할을 아침소리가 하고 있다. 야당도 비판하고 당 지도부의 변화를 촉구할 때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쇄신파는 여당 내 야당처럼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역할에 주력했다고 보는데 야당과 싸우면서도 지도부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역할을 균형파라고 본다"

- 하 의원의 블로그를 보면 보수 혁신의 기수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혁신해야 한다고 보는 내용이 있나?

"보수는 안보에 기반하지만 통일을 최상위 가치로 내세웠으면 좋겠다. 보수는 자유와 평등 중 자유가 우선인데 시대에 따라서 자유가 강조될 때가 있고 자유가 너무 심화돼서 불평등이 나올 수 있다. 보수라도 평등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보수가 평등을 강조해야 될 때이다. 당의 핵심 가치로 통일과 평등을 내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시대의 혁신이라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중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긴밀한 협의도 부족해 보인다.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를 평가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역사 교과서에 어떻게 기록될지, 무엇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생각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통일 대박이라고 하지만 진도가 나간 게 없다. 지금 추세라면 큰 성과는 없을 것 같다. 뭐가 잘못된 건지 성찰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아젠더를 잡았으면 좋겠다"

"대외적으로 통일, 대내적으로 청년 일자리 같은 정책을 목표로 장애물이 무엇인지 국민들께 얘기하고 혁파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통도 될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역사책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단 한 마디 밖에 기록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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