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12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 당시 주심을 맡았던 양창수 전 대법관이 최근 자신을 취재하려는 방송국 제작진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21일 오후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취재를 위해 양창수 전 대법관을 찾아가 인터뷰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양 전 대법관이 제작진을 밀치고 카메라를 파손하는 등 물리력을 썼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약 700만원 짜리 6㎜카메라가 파손됐고, 현장에 있던 카메라PD가 찰과상을 입어 병원에서 전치 2주 판정을 받았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던 동료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가 지난 14일 24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은 것에 대해 취재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2008년 강씨가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왜 통상적인 재심 개시 기간보다 오래 걸렸는지 묻기 위해 양 전 대법관이 현재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찾아갔다. 제작진은 검찰 출신 변호사나 판사들을 만나본 결과, 보통 재심 개시를 결정할 때는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제작진은 양 전 대법관의 사무실에 들어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양 전 대법관이 이를 거부했고, 그 과정에서 복도에 있던 카메라를 발견한 양 전 대법관이 ‘지금 녹음하고 있느냐, 허락없이 녹음하지 말라’ 며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거절하면 거절하는 분위기라도 담으려고 했고, 그 장면을 이후 방송에 낼지 말지는 제작진 나름의 판단을 내릴 텐데 양 전 대법관이 계속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관이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잡고 제작진과 몸싸움을 벌이다 카메라가 어딘가 모서리에 부딪혀 부숴졌다”며 “카메라가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완파됐다”고 덧붙였다. 

   

▲ 2014년 9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서훈식 및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양창수 전 대법관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작진은 “사전 연락 없이 찾아갔고, 양 전 대법관이 불쾌하게 느끼는 것을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면서도 “전직이더라도 공인이셨던 분이 공적인 이슈에 대해 내린 결정에 대해 묻는다고 기물파괴를 한 것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소동이 있은 이후 양 전 대법관은 제작진에 전화해 사과했다. 하지만 부숴진 카메라에 대한 배상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법적 대응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진이 다치고 기물이 파손된 만큼 조만간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도 사건이 있던 지난 21일 양창수 대법관의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양 전 대법관은 인터뷰를 거부했고, 29일 통화를 다시 시도했지만 “그 일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며 전화를 끊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그를 모함했나 -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4년의 진실’ 편은 오는 30일 밤 11시 10분에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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