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신문사 사주의 특별사면 과정이 담긴 2008년 사면심사위원회 공식회의록이 정보공개센터와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 의해 27일 공개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들 신문사 사주의 특별사면 배경은 사면심사위원의 한 마디가 전부였다. 제4권력인 언론의 탈법적 행위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시켰던 당시 사면의 사회적 파장에 비춰볼 때, 황당한 수준의 논의에 의해 특별사면이 결정된 것이다.

2008년 8월 촛불정국 속에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던 이명박정부는 정몽구(현대), 김승연(한화), 최태원(SK) 등 재벌총수를 8‧15광복절에 맞춰 특별 사면했다. 같은 날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조희준 국민일보 사장, 이재홍 중앙일보 경영지원실장도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이 이뤄졌다. 사면은 어떤 논의를 통해 이뤄졌을까. 

2008년 8월11일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곽배희 위원(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이 특별사면대상에 언론사 사주가 포함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곽배희 위원은 “이번 사면에 언론사 사주를 포함시키는 안은 부절적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지검장 출신 유창종 위원(변호사)이  “언론사 사주에 대한 수사의 정치적 성격과 건국 60년 및 광복 63주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이번 사면에 언론사 사주를 포함시키는 안이 부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언론사사주 특별사면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렇게 11일 사면심사위는 4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해당 회의록을 분석한 박대용 뉴스타파 기자는 “곽 위원과 유 위원이 주고받은 이 한 마디가 언론사 사주 특별사면 관련 내용의 전부”라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06년 6월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5억 원을 선고받았다. 증여세 44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동생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은 2005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60시간과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장남인 조희준 국민일보 사장은 세금 포탈 등 혐의로 2005년 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벌금 50억 원, 사회봉사 240시간 확정판결을 받았다.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과 이재홍 실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장부 파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0년대 중반, 언론사 사주의 세금 포탈 혐의 유죄판결은 언론이 갖는 공적 성격에 비춰 그 의미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사 사주를 사면하는 과정은 너무 쉬웠다. 회의록에서 드러난 언론사 사주 특별사면의 근거는 △언론사 사주에 대한 수사의 정치적 성격 △건국 60년 및 광복 63주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 이 두 가지였다. 

사면위원회가 정말 광복 63주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친일행적을 갖고 있는 조선‧중앙일보 사주에 대한 특별사면은 더욱 엄격하게 진행됐어야 하는 게 맞다. 또한 언론사 사주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해 유죄를 받은 사실이 언론탄압이란 ‘정치적 성격’에 의한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한다면,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해 유죄를 받은 언론사 사주를 사면시켜 준 것 또한 권언유착이란 ‘정치적 성격’에 의한 무리한 법적용이라 할 수 있다. 

광우병 편 제작진처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또 모를까,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언론사 사주가 정치적 성격을 운운하는 것은 법치를 무시한 오만한 수사(修辭)다. 실제로 사면 직후인 2008년 8월 16일, 조선일보는 사보를 통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및 대주주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등을 비판한 주요 언론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한 뒤 “김대중 정부의 언론세무조사는 정치보복 차원의 무리한 법 적용이었다”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 송필호 한국신문협회 회장, 김병건 동아일보 전 부사장. ⓒ 연합뉴스

 

 

문제는 언론권력에 경종을 울린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한 신문사 프레임을, 사면심사위원회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사실이다. 유 위원의 주장에 다른 심사위원들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두고 벌어졌던 수많은 사회적 논의와 갈등의 무게에 비춰볼 때 사면과정은 지나치게 쉽고 단순했다. 한국 언론史의 비극이다. 해당 주장을 펼친 유 위원의 경우 2009년 이건희 삼성 회장 사면논의 당시 “삼성은 우리나라 축구선수 주전멤버와 마찬가지”라며 “빨리 주전선수로 뛸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는 대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있던 언론사 사주를 임기 첫해에 부랴부랴 사면했다. 당시 사면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법무부 및 검찰 간부 5명, 변호사‧교수‧시민단체 쪽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돼 검찰 측이 과반이 넘는 구조였다.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조중동 경영진이 줄줄이 사면되며 당시 권언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사면발표 당일 조선일보 1면 톱기사제목은 였다. 중앙일보 1면 톱기사제목도 였다. 조선일보‧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로 위기에 몰려있던 이명박정부를 대변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편을 연출한 MBC 을 공격하고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KBS사장의 배임혐의( 2012년 대법원 무죄 확정)를 대서특필하며 정부의 공영방송장악에 앞장섰다. 이들 신문사는 3년 뒤 종합편성채널을 갖게 됐다. 특별사면에 이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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