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스포츠 이야기 운동화 2.0>(1TV·일 24시)를 갑자기 중단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KBS 내에서는 권순우 편성본부장의 일방적인 방송 중단 지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KBS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운동화>는 지난 18일 편성본부에서 방송 중단 명령을 받았다. 

<운동화>는 KBS가 2015 KBS 대개편 당시 “지상파 유일의 스포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소개하며 신설한 코너다. 문제가 된 것은 <운동화> 내 ‘스포츠 대작전’ 코너로 패널 6명이 가상의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고 실제 프로리그 선수들의 성적으로 승패를 가르는 구단 육성 프로그램이다. 

5주를 주기로 진행되는 ‘스포츠 대작전’은 한 사이클을 끝낸 후 지난 17일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송진우 해설가를 투입해 새로운 사이클의 첫 회를 진행했다. 

KBS 스포츠국 관계자는 “17일 <운동화>가 방송된 후 18일 권순우 편성본부장이 회의 때 강하게 폐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해당 방송은 곧바로 제작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방송 중단 결정을 통보받은 <운동화> 제작팀 부장은 19일 권순우 편성본부장과 면담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형식 상 갑작스럽게 중단할 수 없다”며 “현재 진행되는 시즌만 끝나고 새로운 포맷으로 방송하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KBS1TV '스포츠 이야기 운동화 2.0' 출연진. 사진= KBS

 

 

<운동화> 제작진은 20일 출연자와 제작팀에 연락해 방송 중단 사실을 알렸고 지난 22일 예정됐던 방송 프로그램 녹화를 취소했다. 지난 24일 <운동화>가 결방된 시간대에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갑작스러운 방송 중단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운동화>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수의 시청자들은 “주말 저녁을 항상 유쾌하게 마무리하던 스포츠 대작전이었는데 무슨 일인가요? 제발 다시 그대로 살아났으면 좋겠다”(손**), “스포츠 프로그램이라 홀대 받는 건지, 일요일 밤 늦게 방송하면서 나올 리 없는 시청률을 찾는 건지 굉장히 화난다. 이렇게 앞뒤 없이 일하면서 수신료 달라고 하나”(김**), “공영방송에서 ‘내부사정’이라니 무책임하게 느껴지고 씁쓸하다”(송**), “갑자기 공지도 없이 폐지라니, 애초에 스포츠 뉴스나 하지 이런 기획 왜 통과시켜서 보게 만들었나, 답답한 운영 좀 적당히 하라”(유**) 등 항의 글을 올렸다. 

KBS 내부에서는 방송 종료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편성본부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방송이 중단된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KBS PD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이 최소한의 협의도 생력된 채 방송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주된 논지는 ‘술자리에서 잡담하는 분위기의 프로그램은 1TV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PD협회는 “프로그램 편성의 고유권한이 편성본부에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방송 중단 같은 중대한 결정은 신중을 기하고 제작진과 협의 절차를 밟아가며 진행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독단적 운영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비판했다. 

스포츠국 관계자는 “보통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해당 방송이나 패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나 있었는 데 <운동화>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며 “단순히 권순우 편성본부장 개인의 취향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동화>를 제작한 이태웅 PD는 “개편이 필요하다면 새로 시작한 사이클을 끝내고 개편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편성본부장 면담 후 한주 정도로 마무리 될 수 있겠느냔 의견이 나왔지만 코너 형식상 어려워 결국 갑작스럽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태웅 PD는 “실무진 간 협의로 진행됐던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청자들께도 이 점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태웅 PD는 차분한 대화 형식으로 차기 코너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며 6월 중순께부터 새로운 코너로 시청자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KBS에 반론을 요구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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