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강원용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최장집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명예교수), 김중배 전 한겨레신문 사장(현 언론광장 대표)은 1995년 5월 17일 미디어오늘 창간호 대담의 주인공들이었다.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언론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취약했고, 시대적 요구에 맞춰 미디어오늘이 창간했다. 

당시 김중배 선생은 “어느 사회에도 저널리즘 비평지가 없는 경우는 없다”며 “한국도 과거 50년대에는 저널리즘 비평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을 견제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되지 못했고 언론은 자기 검증없이 독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서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수지와 중간지, 진보적 신문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 언론은 이념적으로 보수지, 그것도 아주 강한 보수지들이 언론을 일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당시 시대 상황을 진단했다. 

강 원장은 공공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는 선거가 있으면 사설을 통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입장을 밝힌다”며 “그러나 보도에 있어서는 지지하는 후보건 그렇지 않은 후보건간에 똑같이 다룬다. 한국 언론은 겉으로는 불편부당을 주장하면서 내용면에서는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업의 논리와 정부의 논리, 그리고 언론의 논리가 점차 융합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기업의 논리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론은 피상적인 보도를 일삼고 보도도 천박스런 모습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대담은 2015년 언론 환경에도 들어맞는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장 만능주의는 경제 부문을 넘어 전 사회에 뻗어 있다”며 자본에 속박한 언론의 현재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1995년 창간호 인터뷰에서 “미디어오늘은 언론이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문제를 끄집어내서 쟁점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론에 대해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시범도 보여줘야 한다. 올바른 모범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비판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미디어오늘은 한 사회의 도덕, 윤리적 합의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무너지는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고, 강 원장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고발하고 견제한다면 독자가 높은 평가를 하고 호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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