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학보사가 주간교수의 반대로 지난 26일 606호 학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애초 1면에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현수막을 제거한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서울여대 졸업생 143인의 성명서’ 전문이 실릴 예정이었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편집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여대 학보사가 27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학보사 주간교수는 지난 22일 학보 인쇄를 앞두고 열린 최종본 회의 자리에서 성명서에 실린 1면을 확인한 다음 “졸업생 성명서를 실을 경우 발행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졸업생 143명이 졸업생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고 학보사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학보사기자들과 주간교수는 애초 26일로 예정됐던 학보사 발행을 미루면서까지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1면이 백지 상태로 발행되게 됐다. 학보사 관계자는 “교수님은 끝까지 반대를 했고 신문은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렇다면 1면을 백지로 내겠다고 말했다”며 “그랬더니 교수님이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알았다'라고 답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리지 못한 졸업생 143명 성명서는 학교 축제를 이유로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한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졸업생들은 ‘서울여대 바롬교육, 배운대로 삽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총학생회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처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나아가 이 문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전혜정 총장과 학교 당국이 청소노동자 문제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 27일 백지상태로 발행된 서울여대 학보사 1면. 사진=서울여대학보사
 

서울여대 학보사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편집권은 전적으로 편집국에 있는 것으로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며 “언론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때야 비로소 올바른 비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러나 주간교수는 이러한 권리를 침해해 학보의 역할을 축소시켰다”며 편집권 보장을 요구했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중립성과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주간교수의 지적에 대해 “학교는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를 방관해왔고 총학생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학보사는 중립을 떠나 학내 대표 언론기관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꼈다”며 “보도와 사설을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논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성명서를 게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졸업생 143인이 졸업생을 대표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성명서 내용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싣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행된 서울여대 학보에 졸업생 성명서는 실리지 못했지만 2면에는 ‘노사 첫 대화, 사태 해결 신호탄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 사설에는 현수막을 청거한 총학생회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이 실렸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일방적 임금삭감 계약에 항의하며 지난 4월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같은 달 29일부터는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여대 측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면서 기존 6200원이면 시급을 6000원으로 줄였다.  

당시 노조는 “이대로 시행될 경우, 월급이 4만 6000원이나 삭감된다”며 “서울여대보다 규모나 재정면에서 더 열악한 대학들도 청소,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소 월 8만원에서 9만원 이상 인상하였다는 점을 볼 때 서울여대 상황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으나 학교 측과의 협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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