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황교안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간 격돌이 본격화됐다. 야당은 황교안 후보자를 ‘공안총리’로 규정하며 날을 세우고 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공세 카드는 크게 분류하면 ‘일’이냐 ‘이념’이냐, 두 가지다. 즉 황교안 총리의 업무능력, 자질에 대한 검증에 집중하거나 그의 이념편향을 공격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업무능력과 자질에 대한 대표적 문제제기가 법조계 뿌리 깊은 관행인 ‘전관예우’다. 황 후보자는 부산고검장에서 물러난 이후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17개월 간 수임료로 15억 9000만 원을 받았다. 1년 전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5개월 동안 16억 원의 돈은 번 것이 문제가 돼 자진사퇴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기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기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또 다른 의혹은 병역이다. 황 후보자는 1980년 ‘만성 담마진’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이 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이 10년 간(2002~2012) 365만 명 중 4명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91만 분의 1’의 확률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아파트 투기,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반면 이념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있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개입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 수사를 이끌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에 제기되자 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을 청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황 후보자는 이외에도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친박게이트 수사 등에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가이드라인을 따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후보자가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부르는 등 역사관이 편향됐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 지점에 야당의 고민이 있다. 공세를 펴기에는 이념논쟁이 적절하지만, 정쟁으로 흐르기 십상인데다 새누리당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이 총리 지명 직후인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정치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총리 후보 내정해놓고 정치공세하지 말라는 모순된 주장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업무능력이나 자질에 집중할 경우 큰 한 방이 없는 한 ‘황교안 총리’의 탄생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병역이나 전관예우 등은 이미 장관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기부 약속을 지켰는지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다. 

   
▲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3년 11월 9일 서울 도봉구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대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상당수 사람들이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렸는데 주구장창 ‘박정희 딸’이라는 점을 공격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역량 문제를 제기하는 게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며 “황교안 후보자의 경우도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이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야당 입장에서)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야기하면 새누리당은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데 잘못했다는 건가’라는 식의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채동욱 전 총장 이야기를 꺼내면 ‘혼외자가 없는데 있다고 했다는 건가’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어차피 낙마는 알려지지 않은 땅이 있다든지 군대를 돈 주고 뺐다는 식의 새로운 추가폭로가 있지 않는 이상 어렵고, 이념 문제로는 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 청문위원을 맡을 예정인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을 잘했다며 총리감으로 본 것이 아닌가. 야당 입장에서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 아닌 이유들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감대를 획득하는 과정이 청문회”라며 “그 과정이 정쟁이 될지는 누가 더 공감대를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사안도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자질’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이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동아일보는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로 활동할 때 간첩 혐의 피고인의 변호인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평소 ‘공안검사’로 일해 온 것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 왔던 황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 때에는 그 반대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공안검사가 간첩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점에서 청문회에서 이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임료를 벌기위해 사건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변호를 맡았다는 점이 부각되면 이는 ‘자질’ 문제가 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건드리면 정쟁, 건드리면 이념 문제로 비화되는 총리 후보자를 맞이하게 됐다는 점 자체가 어려움이고 난관”이라며 “‘범죄와의 전쟁’ 속에 일생을 살아온 분이 열린사회에서 통합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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