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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의 보도’ 공정성 심의, 법원 가면 다 깨지는 이유는?
‘전가의 보도’ 공정성 심의, 법원 가면 다 깨지는 이유는?
[뉴스분석] “국가는 불쾌할 정도의 공격도 억제해선 안 돼”… “사실상의 검열, 진실 입증 책임은 정부에”

정부 정책과 발표 내용에 비판적 보도를 했던 언론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징계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의 실책에 대해 언론의 합리적 의혹까지도 재갈을 물리려 했던 정부의 심의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사법부의 주문인 셈이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JT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심의제재조치 취소청구 소송에서 JTBC 측의 손을 들어주며 언론 보도의 객관성을 입증하는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수색 작업에 민간 구조장비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인터뷰한 JTBC에 대해 “불분명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객관성 위반)는 이유로 법정제재 결정을 내렸다. 

행정적 징계 처분의 주체는 방통위지만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와 징계 의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 하고 있다. JTBC는 지난해 9월 방통심의위가 결정한 징계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방통위가 이를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지난 21일 JTBC <뉴스룸> 갈무리
 

재판부는 방통위가 JTBC 보도의 객관성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언론은 진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으므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다”며 “특히 언론이 공공이 이익에 관해 진실한 사실을 보도한 경우 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법체계의 기본 입장이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진실성의 증명이 없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들지 않더라도, 언론보도에 정부기관이 사실상의 ‘검열’을 해선 안 된다는 사법부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언론보도의 진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에 대해서도 “방송사가 재난 등에 관해 ‘불명확한 내용·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고 하기 위해선 방송사가 방송한 내용·정보가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며 “방통위의 제재조치 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선 방통위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방통심의위의 정부 비판적 방송 내용에 대한 공정성과 균형성, 객관성 심의제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에도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곽종훈 부장판사)는 방통위가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2010년 11월 17일 방송)에 내린 방통위의 ‘경고’ 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특정 보도가 정부에 대해 불공정 또는 불균형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제재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다수의 입법례에서 국가에 의한 공정성 심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언론은 공적 영역으로서 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며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언론 자유의 핵심 내용에 해당한다.(서울고등법원 2015. 2. 10. 선고)

아울러 당시 재판부는 방송심의의 헌법적 한계와 관련해 미국의 설리번 판결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하에서는 공적인 토의는 우리 정부의 본질적인 원칙이자 정치적 의무이며, 이런 토의는 정부나 공직자에 대한 격렬하고 신랄하며 가끔은 불쾌할 정도의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된다고 할지라도 결코 억제돼서는 안 되며 가급적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전개되도록 보장돼야 할 것이다.” 

국가가 보도·해명자료를 이용해 언론보도에 대해 스스로 반박하고 왜곡된 여론 형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부가 언론에 제재조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 2011년 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방통심의위의 <추적 60분> 중징계 결정에 대해 “천안함 의혹을 잠재우고자 하는 MB정권의 청부 심의”라고 비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전에도 방통위는 지난 2013년 11월 ‘연평도 포격’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박창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으로 법정제재 했다가 법원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5월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CBS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린 징계 결정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음에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내용에 지나치게 엄격한 기계적 균형을 요구해 ‘정치 심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처럼 사법부가 방통위의 징계 남발에 대해 경각심을 보이면서 정부 비판적 보도는 방통심의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의 공정성 심의는 어떤 논쟁이 있는 사안에 대해 양방에 균형 있게 보도하라는 것인데 사실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심의에 따라 징계를 내리는 대부분은 정부 입장과 관련된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보더라도 정부 입장을 충분히 반영 안 해서 심의위가 징계를 내리는 관행이 없어지도록, 이와 관련해선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지금이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통적으로 법원에서 방통위의 제재에 대해 언론의 손을 들어주는 사안을 보면 대부분 정부에 유불리를 가를 수 있는 시국 사안”이라며 “방통위가 계속해서 공정성 논란에 빠지고 법원에서 패소한다는 것은 방통위 심의가 범위나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므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에서 6·25 한국전쟁 등의 내용을 다뤘다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결국 방통심의위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은 KBS는 방통위에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내보내 중징계를 받은 JTBC(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는 방통위 처분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방송 RTV의 경우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를 내린 방통위를 상대로 1심 패소 후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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