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정청래 의원에 대해 ‘당직 자격정지 1년 처분’ 징계를 결정했다. 내년 총선 출마 공천에서 배제되는 제명과 당원자격정지 징계는 아니지만 역풍이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의 징계는 친노와 비노의 대결 구도 속에 한쪽에선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과 다른 한족에선 계파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윤리심판원(원장 강창일)이 그의 발언을 징계사유 안건으로 올리는 것부터 ‘실효성이 있느냐’, ‘과한 결정이다’라는 논란이 일었는데 실제 결과를 받아든 반응은 정 의원의 지지 여부에 따라 양측 모두 불만족스러운 분위기이다. 

정청래 의원의 징계 결정이 불씨가 되면서 친노와 비노의 확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당 윤리심판원(원장 강창일)은 이날 3차 회의를 통해 무기명투표를 실시하고 당직 자격정지 1년 처분 결정을 내렸다. 공천이 배제되는 징계 최고 수위인 제명과 당원자격정지는 아니지만 1년 이라는 기간 동안 당직자격을 박탈당하는 중징계에 해당된다. 

당 윤리심판원은 정 의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한 ‘공갈’ 발언은 당의 혼란상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보고 징계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이날 정청래 의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징계 결정은 친노와 비노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수그러 뜨리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의 징계가 가벼울 경우 비노계가, 무거울 경우 친노계가 반발할 것이 뻔해 이를 사이에 두고 총선 공천이 배제되는 제명 및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양측으로부터 불만족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노계는 정청래 의원의 당 징계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당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제재를 주문해놓고서도 정 의원의 징계절차가 면죄부를 주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비노계에선 당 윤리심판원의 결정은 총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친노계와 '타협'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정 의원 지지자들은 원칙과 소신을 지킨 정 의원을 비노계가 희생양 삼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징계절차 돌입 자체를 탄압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번 결정이 나오자 예상했다는 듯 '영악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제명과 당원정지는 여론의 눈치를 보고 못하면서 1년 동안 당직 자격을 박탈해 내년 총선 공천 기간 사실상 손발을 잘라 출마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고 발언하자 주승용 최고위원이 반발해 퇴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번 결정에 참여한 의원들의 명단도 공개돼 이들에 대한 심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 지키기 모임 등은 징계절차 결정이 나오자마자 시위에 돌입했는데 이번 결정이 나오고도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마포구 소속 시의원과 구의원도 실명을 밝히며 정청래 의원 징계절차 돌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황이다. 정청래 의원과 세월호 유족 단식농성을 함께한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정 의원을 옹호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정 의원 자신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 정 의원은 징계 결정을 받아들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번 징계는 여러모로 정 의원을 궁지에 몰아넣는 모양새다. 공천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뿐이고 공천을 배제시킬 수 있는 근거로 이번 결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직 자격 정지 1년은 내년 총선기간까지 걸쳐 있다. 대의원이 뽑은 최고위원 자리는 고사하고 지역위원장 자리까지 맡을 수 없다. 당규상 징계를 받게 되면 공천관리심사위원회에서도 점수 총합계 10% 이하 범위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이 이번 결정에 반발해 자신의 소신을 주장하면서 날선 발언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는데 이에 대해 당 지도부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당 윤리심판원이 비노계인 김한길 전 대표가 지명한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 의원 징계가 과하다는 주장이 나올 경우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징계는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기준점이 되기보다 형평성 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도 크다. 당장 비노계인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 대표를 향한 과한 발언을 해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징계 청원이 올라와 있는데 이에 대한 결정도 정청래 의원 징계와 맞물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징계 결정이 양쪽 반발을 잠재우는 '신의 한수'라기 보다는 양쪽에 먹잇감만 던져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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