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26일 제출되면서 청문회 정국으로 돌입했지만 공방 끝에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15일 안에 청문회를 마치고 국회 심의 절차를 20일 이내에 마무리하도록 인사청문회법은 규정하고 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가 크다. 여당은 6번째 총리 지명자가 낙마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할 인물이다. 야당 역시 해임건의안을 두 번 제출하고 반대를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막지 못할 경우 제1야당의 '실력'을 의심받으면서 내상이 커질 수 있다. 

황 장관 인사청문회는 지난 2013년 법무부장관 지명 당시 제기된 쟁점의 '도돌이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은 야당이 가지고 있다. 화력이 센 청문위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지난 법무부장관 청문회에 나온 문제 이상으로 파괴력있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으면 지난한 공방이 계속되는 선에서 청문회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황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반통합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념에 가까운 국가보안법 찬양, 용산 참사에 대한 견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신 등 야당에선 기를 쓰고 막아야 될 인물이지만 보수 지지층에겐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정권을 수호할 든든한 인물로 통하고 있다. 야당에서 반통합적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킬수록 보수층이 결집하고 근거 없는 공세로 몰아붙일 수 있다.

야당이 곤혹스러운 것도 황 장관을 깎아내릴수록 오히려 방어막이 두터워지는 쪽으로 정국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의 경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덮기 위한 조치였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보수층에겐 황 장관이 총리 후보가 될 수 있는 최대 업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존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유는 친일과 같은 반역사적 발언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 어느 쪽에서도 이른바 '쉴드'를 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낙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애기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으로 5개월 동안 변호사 수입으로 16억여원을 올리면서 결국 사퇴했다. 이와 비교해 황 후보자가 1년 4개월 동안 월 평균 1억원에 이르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 전 대법관처럼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야당은 장관 지명 당시 정상적인 수임료가 아니며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될 자리에 황 장관이 취임할 자격이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언론도 황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2013년 2월 21일 중앙일보는 "각료란 일만 잘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적 상징성이 크므로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도 중요하다"라며 "그런데 금전적 혜택에 푹 빠져 있던 전직 공직자가 또다시 장관 자리를 차고 앉는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나"라며 사실상 황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하지만 야당은 황 후보자를 사실상 수락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수임료 과다 수령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 등을 들어 '부적격'이라는 단어를 병기하긴 했지만 여야 합의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전관예우 논란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야당 역시 용인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낙마 사유로 삼기엔 부족하다. 

   
▲ 황교안 총리 후보자.
 

전관예우 논란이 되면서 황 총리 후보자는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기부할) 그럴 용의가 있다. 그 많은 급여를 받은 점을 거듭 송구하며 주변분들이 다 납득할 수 있는 봉사활동과 기여활동을 하겠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약속 이행 역시 낙마할 쟁점으로 부각되긴 어려워 보인다. 재산 처분을 통해 기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겠지만 낙마 사유로까지 국민들 분노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뛰어넘는 부정부패 의혹을 내놓지 않는 이상 황 총리 후보자는 '소명을 다해 밝혔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검증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황 후보자를 낙마할 요인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녀에 의혹에 대해 특별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황 후보자의 대척점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서 있는 셈인데 만약 채 전 검찰총장이 황 후보자의 총리 지명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야당 의원들 입에서 심심치 않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도 황 후보자에게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 채 전 총장이기 때문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은 조선일보 보도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이 기소되고 국정원 직원이 채 전 총장의 뒷조사를 한 정황이 나오고 이어 특별감찰이 이뤄지면서 국정원 사건을 덮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인 채 전 총장 찍어누르기라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황교안 장관의 외압을 폭로하고 징계를 받았던 윤석열 전 팀장 역시 황 후보자에게 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윤 전 팀장의 입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박근혜 정권 하에서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입장 표명을 하는 순간 정권에 치명타가 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기존에 낙마된 인사의 사례를 보면 야당이 공격을 퍼부어서가 아니라 국민적 분노가 심해 스스로 포기한 경우"라며 "더구나 황 후보자의 경우 알려진 카드이고 청문회에서 한번 걸러졌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도 검찰이 두 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끝내고 불법대선 자금 의혹에 대해 조사할 기미가 안 보이는데 황교안 후보자를 지목한 것은 검찰에 건드리지 마라고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황 총리를 앞으로 내세워 물갈이를 하고 총선 공천권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지만 새누리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청문회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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