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월 23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6년이 지났다. 매년 이날, 언론에선 노 전 대통령을 조명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어째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조간신문들은 6주기 추도식이 이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다는 소식만 짧게 전했다. 이중에는 아예 전하지 않은 언론도 있다.

노 전 대통령 기일에 대한 쓸쓸함은 비단 언론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22일 광주YWCA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합동추도식이 열렸는데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라남도지사,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 중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정치인이 참석했다 한다.

물론 6년 전 만큼의 전 국민적 애도·추모 분위기는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나 당시의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황망함과 슬픔에 대조해보면, 지난 6년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애도의 감정은, 한국사회에서 많이도 빛이 바란 듯하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사회에 깊이 박혀 살아 숨 쉬고 있다. 모든 갈등의 대척점에서.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공과가 있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난 6년 사이 더욱 극단적으로 쏠렸다. 그리고 딱 그만큼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이어지고, 언론은 그들이 만들어낸 비하 사진을 구분도 못하고(?) 방송에 내보낸다.

한국사회 갈등의 중심에 노무현이 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인을 그 중심에 놓는 것은 정치 그리고 언론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위기 상황에 몰리면 8년이나 지난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해 난타하고 있고,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노무현계이냐, 노무현계가 아니냐로 나뉘어 싸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노무현’ 소비는 무척이나 오래됐다. 그가 대선을 출마한 이후부터 한국사회의 갈등은 노무현이냐, 노무현이 아니냐로 나눠졌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그의 장인의 좌익전력을 꺼내들며 갈등의 대척점 노무현에 색깔을 씌웠고 심지어 민주당은 경선을 거쳐 선출된 자당 대통령 후보를 지속적으로 깎아내리고 흔들었다. 그래도 그때는 비교적 나았다. 적어도 그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무현이라니, 한나라당을 계승한 새누리당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검은 돈이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터지자, 노무현 정권 당시 그가 사면을 받았다고 몰아갔다. 경제가 어려워도, 자원외교 같은 부정부패가 터져도 그 원인은 모두 노무현이 됐다. 실체 없는 NLL포기 발언으로 그에게 ‘빨간색’을 덧씌우는 것도 여전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떨까? 여전히 그 당 갈등의 중심엔 노무현이 있다. 친노와 비노의 싸움은 노 전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가 됐을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져왔다. 그 세월 동안 민주당-새정치연합으로 이어졌던 세력들은 끊임없는 실패를 거듭해왔는데, 늘 결론은 친노 패권주의였다. 친노가 당권을 잡든, 비노가 당권을 잡든 마찬가지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공과가 있는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탈권위적인 소탈한 대통령이였지만 그의 재임기간, 부동산 거품이 생겼고 대학등록금은 폭등했으며,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노무현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에서 그의 과오는 오히려 평가받지 않고 있다.

노무현의 과오가, 한국 지배세력에게는 나쁘지 않은 정책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지배세력들에 의해 비난과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노무현’이라는 이유로.

그가 세상을 떠난지 6년, 여전히 노무현은 갈등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재임기간 참 인기 없는 대통령이기도 했는데, 지금 전직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하면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한다. 이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참 많이도 변했는데, 정치와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방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건 새정치민주연합이건 그리고 언론이건,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질 땐, 언제든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십자가에 박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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