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58) 현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총리로 지명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언론은 한 동안 황교안 후보자 검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종합일간지는 지명 다음날인 22일 1면에서 황교안 후보자 지명을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경향신문 <황교안 총리 지명…‘공안통’을 국정 2인자로>
국민일보 <황교안 ‘사정‧개혁’ 구원등판>
동아일보 <“부패척결-정치개혁”…법무장관을 총리로>
서울신문 <개혁 지휘 ‘朴코드 총리’>
세계일보 <司正지휘자 발탁 ‘개혁 드라이브’>
조선일보 <새 총리에 황교안…부패척결 强手(강수)>
중앙일보 <새 총리 황교안…현직 법무장관 지명은 처음>
한겨레 <박대통령, 통합 대신 공안 총리 택했다>
한국일보 <개혁 드라이브, 황교안에 지휘봉 맡기다> 

   
▲ 중앙일보 22일자 1면.
 

우선 주목할 점은 황교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쟁점이다. 하나는 전관예우다. 조선일보는 “황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1년5개월 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하며 15억9000여만원을 받았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는 5개월간 16억여원의 수입을 올린 문제로 사퇴했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하나는 병역기피의혹이다. 조선일보는 “황 후보자는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했다가 1980년 만성 두드러기 피부질환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황 후보자가 병역 면제 1년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그가 총리가 되면 이 나라는 대통령과 총리 모두 군대 경험이 없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과거 논란이 된 전력이다. 한겨레는 “그는 2009년에 쓴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경향신문은 “황 지명자는 서울지검 2차장 시절 국가정보원 도청에서 비롯된 삼성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면조사만 하고 불기소 처분한 반면 해당 내용을 폭로한 노회찬 당시 의원은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황 후보자는 정치권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개인적 친분도 없다”며 “이 때문에 황 후보자가 취임하면 당정청 간 결속력이 다소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서 소신과 강단을 보여줬고, 대정부질문에서 안정감을 보여줘 좋은 평가”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2면.
 

보수‧진보 신문 모두 황교안 후보자에 부정적 

황교안 총리후보자 인선에 대해 보수신문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여당 내에서도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인위적인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접고 대신 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총리 후보를 골라 통합과 쇄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굳이 황 후보자를 골랐다. 부패 척결에 그만 한 사람이 없다면 검찰 지휘 권한이 있는 법무부 장관을 계속 시켜야지 왜 그런 권한도 없는 총리로 발탁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면 경제 전문가를 총리 후보로 골랐어야 한다. 경제를 위해 부패 척결 전문가를 골랐다는 것은 황 후보자를 지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논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여야 당 대표도 하기 어려운 정치개혁을 행정부 2인자인 총리에게 맡긴다는 것 역시 억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지금 대한민국 총리의 위상은 한 달 가까이 비어 있어도 누구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추락하고 말았다. 이참에 총리제를 없애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며 “황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이 나라에 정말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필요한 것인지 입증해 보이는 일부터 해야 할 판”이라며 이번 인사에 냉소적 모습까지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정권의 법률적 수요라는 측면에서 황 후보자는 장관의 임무를 무난히 수행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얻어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업무를 지속하게 하고 총리는 다른 인물 군에서 선택할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역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또한 “부정부패 단속이라는 것은 정권과 시대 구별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국가의 기본 업무다. 이런 일을 특정 시기에 특정한 무게를 거칠게 실으면 부작용이 크다”며 전임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이란 명분으로 조성된 이번 사정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22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가 중요하다. 굳이 시작부터 사정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자리이지, 특정 업무를 맡는 자리가 아니다. 사정은 검찰을 주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치 개혁도 정부가 아닌 국회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대통령의 눈에 든다고 국민의 눈에까지 들 수는 없다. 국무총리 자리에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대통령에게 직언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덜컥거리는 박 대통령 인사는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꾸준히 요구해 온 국민의 바람에 비추어 이번 인선은 ‘앞으로도 지금처럼’을 고집하는 색채가 너무 짙다”며 “공안통 경력은 법무장관과 달리 총리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균형감각을 의심스럽게 할 만하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좁은 인재 풀에 갇힌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근본적 원인은 박 대통령이 새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눈을 넓게 돌리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무성하다”고 보도한 뒤 “수첩 인사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 한 결국 사람을 찾다가 국정 동력을 낭비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진보 성향 신문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그가 보인 행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권의 충견’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그는 주인이 싫어하는 상대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물어뜯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 결과는 언제나 주인을 흐뭇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당장 ‘성완종 리스트’ 사건만 해도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수사 방향이 변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황 지명자는 법무부 장관 시절 법과 원칙보다는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법집행에 충실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제지하는 등 검찰수사를 방해했다. 이에 반발하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 ‘정권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을 찍어낸 법무부 장관’이란 오명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을 주도하고,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이나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에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철저히 따르게 했다. 이러한 인물에게 통합과 소통의 국정을 펼치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이다”라며 사실상 총리 임명 반대 입장을 밝혔다. 

   
▲ 경향신문 22일자 1면.
 
   
▲ 한겨레 22일자 1면.
 

한겨레는 “신임 총리 후보자 지명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이제는 박 대통령보다는 오히려 야당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브레이크 없는 대통령에 무기력한 야당,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슬픈 현실”이라며 “야당이 그나마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은 황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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