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이 시장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UHD도입만 추진할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1일 열린 KOBA2015(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지상파방송의 대응’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권철 MBC 신매체개발부 부장은 “UHD전환만으로 생기는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며 “새로운 기술발전, 소비패턴변화에 걸맞은 서비스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지상파 서비스가 UHD도입과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권 부장은 “이런 고민 없이 UHD를 도입한다면 HD전환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아날로그에서 HD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외려 직접수신율이 낮아져 플랫폼 붕괴가 가속화됐다. 지난해 지상파의 직접수신율은 6.8%다. 대다수는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

   
▲ Ultra-HD는 Full-HD보다 해상도와 화소가 4배(4K기준) 높다. 이미지=하이센스 미국 웹사이트 갈무리.
 

권 부장은 지상파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피키캐스트’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권 부장은 “넷플릭스는 무서운 존재”라며 “넷플릭스가 왜 성공한지 알려면 학자들이 넷플릭스를 ‘기술회사’라고 정의한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환경에 최적화된 영상 가변 스트리밍 기술, 추천 알고리즘 기술 등이 특화됐다.

그 중에서도 추천 알고리즘 기술이 넷플릭스 성공의 핵심이라고 권 부장은 밝혔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기술은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기반으로 한다. 넷플릭스는 매일 3000만 건 이상의 콘텐츠 이용 정보를 수집한다. 넷플릭스의 모든 TV 쇼와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에는 수백 개의 태그가 달려 있다. 콘텐츠 카테고리와 줄거리, 배우와 감독, 이용자 정보와 이용 행태를 교차 결합해 이용자의 정보를 얻게 만든다.

권 부장은 ‘피키캐스트’를 언급하며 큐레이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버즈피드나 피키캐스트와 같은 큐레이션 매체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서 “지상파가 단방향 서비스라고 해서 이용자에 대한 고려 없이 막 쏘는 건 좋지 않다. 골라서 쏴야 한다. 타깃에 맞게 정교하게, 최적화된 큐레이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처럼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역시 온라인, 모바일 시장에 플랫폼으로서 대응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푹(POOQ)’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권 부장은 “OTT(over-the-top,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는 광고주와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플랫폼이지만 지상파는 푹을 단순한 콘텐츠 유통창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여기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코엑스에서 21일 열린 KOBA 2015 컨퍼런스에서 권철 MBC 신매체개발부 부장이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지상파방송의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춰 지상파 방송사 조직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부장은 “지금은 핵심역량을 분산해야 할 때다. 지상파 실시간 방송만을 위한 콘텐츠 제작인력과 예산을 분산시키고 다각화해야 한다. 장기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공영방송의 미래 그리고 매체전략’을 발제한 서흥수 KBS 기술기획부 부장 역시 “지상파는 파괴적 혁신을 해야 하는데, 그 강도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방송에서 SNS활용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다. 부수적으로만 이용한다. 투입되는 리소스가 작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시뉴스 제작인력이 400명가량 된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상파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진출을 목표로 국내 IPTV업계와 콘텐츠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부장은 “관건은 콘텐츠 수급인데, ‘하우스오브카드’같은 인기 콘텐츠는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이 저가구조이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 콘텐츠보다 우리말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소비하는 패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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