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의해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꼽혀온 고 유병언 회장의 계열사와 언딘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인 ‘창조경제’ 자금이 100억원 이상 지원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나간 건 지난 14일 오후였다. 

이 보도는 트위터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치-사회 분야의 영향력있는 트위터리안들이 잇따라 기사를 리트윗하거나 미디어오늘을 인용해 트윗을 작성했다. 14일 당일에 보도를 전파한 트위터리안들의 팔로워 수를 합산해보면 약 300만개의 계정에 메시지가 꽂힌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맘스홀릭베이비(회원수 231만 8천명), 레몬테라스(회원수 277만 9천명) 등 매머드급 카페들에도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미디어오늘>의 보도 당일 이를 인용보도한 매체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유일했다. 그러나 15일 오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병언 계열사의 창조경제 자금 지원 보도를 덮기 위해 굵직한 연예뉴스들이 쏟아졌다’는 입소문이 돌았고 고발뉴스가 먼저 이를 기사화했다. 또한 네티즌들의 검색이 계속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 대형포털에 ‘유병언’ ‘창조경제’ ‘언딘’ 등이 조합된 실시간 검색어가 1,2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렇게 미디어오늘의 단독 보도 내용이 15일 오후 2시경부터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함에 따라 수백건의 인용보도와 어뷰징(동일 검색어 기사 반복전송) 기사가 양산됐다. 이런 현상이 18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구글에서 ‘유병언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해보면 <미디어오늘>의 단독 보도를 포함해 총 106건의 관련보도가 나온다. 이에 더해 연예인 배용준, 박수진 씨의 결혼소식 등과 유병언 창조경제 지원을 연관시킨 보도 약 560여건이 관련보도로 걸리고 있다. 

   
▲ 19일 현재 구글에서 '유병언 창조경제'를 검색하면 600여건의 기사가 나온다.
 

네티즌들이 이 보도에 쏟았던 관심의 강도는, 주요 포탈들이 제공하고 있는 ‘연관 검색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연관 검색어 서비스는 특정 개념과 관련해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인 단어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예컨대 ‘창조경제’를 검색한 네티즌들이 이후 어떤 단어를 검색했는지를 자동추출하는 방식이다. 19일 현재 네이버에서 ‘창조경제’로 검색을 해보면 연관검색어 상위 10개는 “유병언 창조경제지원금” “언딘 창조경제” “유병언 67억” “창조지원금” “유병언 음모론” “유병언 계열사 창조경제” “유병언 박근혜” “박근혜 언딘” “유병언” “언딘 100억” 등 모두 세월호 참사 관련 개념들이 나온다. 다음 포털도 창조경제의 연관검색어 상위 10개가 “창조경제 유병언” “창조경제 언딘” “박근혜 유병언 창조경제” 등 대부분 세월호 관련 검색어들로 채워져있다.  

이처럼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확산된 경로를 추적해보면 ‘미디어오늘의 첫 보도→트위터 등 SNS에서의 확산→실시간 검색어 진입→인용보도 및 어뷰징’ 의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리안들을 포함한 SNS 유저들의 자발적인 뉴스 배포가 해당 기사에 대한 폭발적 반향을 일으킨 원인이었던 셈이다. 

   
▲ 포털 네이버의 '창조경제' 연관검색어
 

정치-사회 분야에서 영향력있는 파워트위터리안인 ‘노루귀’(팔로워 18만2천)는 “숨기고 은폐만 하는 정권인데, 사고 전에 특혜 대출까지 있었다니 의심이 더욱 증폭된다”며 “기득권과 언론권력이 숨기려는 치부를 SNS로 널리 퍼뜨리기 위해 트위터를 한다. 그래서 미디어오늘 보도를 트윗했다”고 말한다. 노루귀는 ‘유병언 계열사에 창조경제 자금이 지원된 사실을 덮기 위해 연예뉴스가 이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3S(Sports-Sex-Screen)가 독재자들이 애용하는 여론조작 방심인 건 맞지 않나. 이번 결혼소식도 재탕, 삼탕으로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파워트위터리안인 ‘홍반장(팔로워 4만4천)’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보도라서 해당 기사를 트윗했다”면서 “정치권력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 사고가 있을 땐 다른 사건들을 공개함으로써 여론의 방향을 바꿔왔다. 특히 국정원이 주요 사건의 팩트를 쥐고 흔들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유창선 평론가(정치학 박사)는 “결국 SNS이용자들이 언론을 끌고 간 것”이라며 “수용자들이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를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확실히 미디어오늘의 이번 기사는 SNS의 힘으로 ‘보도통제’ 라인을 넘은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 ‘공론장’까지 가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수많은 이슈들 중에서 정치권력에 유리한 뉴스만 취하는 기성매체의 게이트 키핑이,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확산된 경로를 보면 '트위터 등 SNS에서의 확산→실시간 검색어 진입→인용보도 및 어뷰징이라는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
 

최영일 경희사이버대(모바일융합학과) 겸임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스마트 몹(군중)이라고도 하는데, 지금 한국에선 기성매체(매스컴)와 스마트 몹에 기반한 대안미디어 생태계(팟캐스트, SNS등)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기성매체가 이슈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이는 대중이 궁금한 순위와 다를 때가 많다. 대중은 진실에 목말라 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권 관련 이슈들이 떴을 때 기성미디어가 취하는 패턴을 대중들이 읽고 있다. 그동안 뜸하던 연예인들의 소식이 동시다발적으로 뜨면서 집단 지성이 ‘뭔가 이상하다’라는 징후를 느끼고 이유를 캐기 시작했다. 그 날 결국 네티즌들에 의해 발굴된 기사가 미디어오늘의 ‘유병언에 창조경제 자금이 들어갔다’는 기사였다. 사실이든 아니든, 구원파에서 내걸었던 ‘우리가 남이가’라는 게 이거였구나. 그동안 파편화되어 있던 퍼즐의 고리들이 갑자기 맞춰지는 느낌이 결국 이슈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있는 이슈라면, 유저들의 망이 갖는 양과 질이 그 확산성을 결정한다. 스마트 몹 시대에, 대중의 관심이 초단기에 초광범위하게 확산된 최근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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