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가 기업회생 개시결정으로 체당금을 신청하려 합니다. 조건 : 2013년 5월 31일자로 사직서 제출 후 6월 7일 입사처리 방법으로 진행 예정. 자세한 사항은 경영기획실로 문의 바랍니다.”

지난 2013년 6월 21일 인천일보 경영기획실이 전직원에게 보낸 체당금 신청 안내 문자다. 체당금은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사업주가 파산선고를 받거나 기업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때 소속 노동자의 마지막 3월분 임금과 3년치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임금이다. 즉, 경영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인천일보가 지난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체당금 부정수령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이유도 회사에서 서류상의 퇴직을 통해 체당금을 신청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인천일보가 지난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직원 현황과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로부터 받은 체당금 지급내역에 따르면, 인천일보 직원 30여 명은 지난 2013년 4월 말 퇴직했지만 다음 달 1일 재입사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분명 퇴사했어야 할 취재기자들은 이 기간에도 계속 지면에 기사를 쓰고 근무를 했으며, 경영기획실장과 본부장 등 체당금을 받은 사측 관계자들도 회사 공문에 결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인천일보 경영기획실이 지난 2013년 6월 21일과 7월 23일 전직원에게 보낸 체당금 신청 안내 문자.
 

미디어오늘은 인천일보 직원들의 이 같은 체당금 부정수령 혐의를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박길상 대표를 포함한 인천일보측과 당시 체당금을 받았던 직원들이 포함된 노조와 기자협회 모두 이 같은 혐의 사실을 두둔하거나 부인하고 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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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인천일보지회는 지난 11일 고용노동청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어 “박길상 사장은 전 직원 사직서 제출과 50%에 가까운 대규모 임금삭감에 대한 직원 동의를 요구했다”며 “당시 직원들은 가혹한 요구에 대한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인천일보 상황을 직시해 자신의 한쪽 팔을 내놓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여 대부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규모 임금삭감안에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일보가 지난해 7월 30일 인천지방법원 제2파산부에 제출한 ‘체당금 부정수령 의혹 주장 관련 보고서’를 보면 박 대표(법률상 관리인)는 “상당수 직원들은 통상임금을 하향조정하게 되면 퇴직금도 하향조정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사직원을 제출해 퇴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인천일보 사측은 지난 2013년 4월 22일 전직원 회의에서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받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 재조정과 체불임금 지급 유예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토록 요구했다.

당시 조혁신 노조위원장(현재 퇴사)은 사측의 임금재조정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반발했고 일부 직원들도 체불임금 유예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20일 열린 전직원회의에선 상당수가 급여삭감과 기업회생 종료까지 미지급금을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한 인천일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인천일보 사측은 기업회생 개시결정을 받은 다음 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하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며 “그래서 5월 31일 기업회생 개시결정이 난 후 전직원에게 체당금을 신청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 문자대로라면 인천일보는 직원들은 5월 31일자로 사직서를 냈어야 하지만, 체당금은 기업회생절차 개시결정일 1년 전부터 3년 이내에 퇴직한 직원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직원이 임금삭감에 동의한 5월 20일 이전인 4월 말일자로 퇴직 처리해 체당금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태 인천일보 경영기획실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거기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므로 답변할 게 없다”고 밝혔다.

   
▲ 지난해 5월 21일 인천일보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인천일보 인센티브 지급 기준’
 

이와 함께 인천일보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근로기준법과 신문고시 규정 위반으로 지적받은 기자들의 광고영업과 지대대체(광고를 수주한 기자들에게 인센티브 지급)에 대해서도 사실임을 인정했다.

인천일보는 지난해 8월 14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지역 기자의 특성상 지역에서 소요되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지역 기자가 광고수주에 따른 인센티브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직원의 광고수주 금액에 따라 인천본사 10%, 경기본사 15%, 경기지역담당 30% 등 차등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지역언론의 문제를 폭로한 정찬흥(53) 인천일보 기자(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장)는 회사로부터 다섯 번 해고 후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인천일보는 아직 복직 인사를 내지 않고 있다. 

또한 중부고용노동청은 김아무개 전 경기본사 편집국장의 휴직계 거부 후 징계위원회 회부 건에 대해서도 박길상 대표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김 전 국장은 현재 퇴직금과 휴직 기간의 임금 체불 등으로 인천일보와 임금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고, 인천일보는 고용노동청에 허위 취업규칙을 제출해 지난 2월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3년 5월 체불임금 지급 유예에 동의하지 않았던 김아무개 경기본사 체육부장의 경우 지난 2012년 지역 주재기자로 부당전보된 후 원직복직 미집행에 따른 간접강제금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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