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지난 2012년 '공정보도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전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 등을 지역으로 발령한 것과 관련해 연합뉴스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오후 사원 29명의 인사조치를 내부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합은 사원 27명을 대상으로 18일을 기해 인사발령을 했고, 도쿄와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 특파원 2명은 오는 8월 1일자로 귀국 통보를 받았다. 

이 가운데 공병설 전 연합뉴스지부장과 2010년 연합뉴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 간사 출신인 이주영 기자(부장대우) 등 사측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왔던 시니어 기자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공 전 지부장과 이 기자는 각각 충북 제천, 대전·충남 취재 본부로 발령이 났다. 

   
▲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맨 오른쪽)이 지난 3월 서울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국기게양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연합뉴스 기자들은 18일 기수별 비판 성명을 내어 "보복성 인사"를 규탄했다. 18기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사장이 극도로 혐오하는 3년 전 파업을 이끈 노조위원장이었다는 이유로,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도 다시 한 번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인사로 사원들은 동요하고 사기는 꺾였다. ‘공포경영’ 아래 한번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보복한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23기 기자들은 “위기에 빠진 연합뉴스를 사랑하는 마음에 우리는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을 취하하면서 노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며 “사랑하는 연합뉴스가 반으로 두 동강 나기 전에 신임 경영진은 지금까지 누가 연합뉴스를 더 사랑했는지 마음에 손을 얹고 곱씹어보고,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6기 기자들은 “이번 인사에 ‘강압’의 그림자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은 삶의 뿌리를 들어 옮겨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충격이자 폭력”이라고 규탄했고, 28기 기자들도 “더 나은 콘텐츠의 제작보다는 구원(舊怨)을 풀기 위한 징계성 인사가 눈에 띈다. 곳곳에 징계의 의도가 숨어있으며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대원칙이 흐려졌다”고 비판했다. 

29기 기자들은 “경영진이 인사권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이번 인사에 참담함을 느끼는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30·31·32·33·34기 기자들도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 사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성명 전문. 

<18기 성명> 동기보다 회사가 더 걱정이다.

지난 15일 단행된 인사를 통해 동기인 공병설 기자가 충북 제천으로 발령났다. 사장이 극도로 혐오하는 3년 전 파업을 이끈 노조위원장이었다는 이유로,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도 다시 한번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회사가 아무리 경쟁력이 있어도 사원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회사의 영속성과 발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원들의 행복감’을 강조했다.     

“최고 경영자가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사원들의 행복감이 커지면 어떤 난국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를 만들기 위해 ‘선후배가 서로 소통하면서 자긍심을 되찾고 사내 권위주의를 타파해 상호 존중,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시스템 도입’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사원들의 행복감’이나 ‘합리적인 리더십’, ‘상호 존중·배려하는 문화’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보복의 그림자만 짙을 뿐이다. 손자병법 ‘군쟁편’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네 가지를 잘 다스려야 한다며 치기(治氣)와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을 들고 있다.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마음을 잘 다스려 동요가 없도록 하는 한편 군사들의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상황변화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회사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이번 인사로 사원들은 동요하고 사기는 꺾였다. ‘공포경영’ 아래 한번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보복한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포정치를 펼쳤던 자코뱅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

<23기 성명> 솔로몬의 심판을 중단하라.

솔로몬 왕 앞에서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인이 자신이 아이의 어머니라고 우기는 솔로몬의 심판 이야기를 우리는 모두 기억한다. 솔로몬 왕이 “아이를 둘로 나눠 반반씩 주도록 하라”고 하고, 옆에서 신하가 칼을 휘두르려 하자 아이의 진짜 엄마는 “저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한다. 솔로몬 왕은 이렇게 아이의 진짜 엄마를 찾아냈다.

위기에 빠진 연합뉴스를 사랑하는 마음에 우리는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을 취하하면서 노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가처분은 신임 경영진이 불편부당한 보도 실현을 위해 노사합의로 만든 편집총국장 제도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1999년 이후 예외 없이 시행된 편집국장·제작국장 임면동의 투표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였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신임 경영진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보복성 인사발령으로 화답했다. 솔로몬 왕의 이야기에서 아이를 더 사랑하는 진짜 엄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물러났다. 신임 경영진이 1989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인 ‘불편부당한 공정보도’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배들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만들어온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를 무시해도 우리는 최대한 참아왔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법적 판단을 구하고자 했던 노력마저 눈물을 머금고 접었다. 

신임 경영진이 과연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신임 경영진은 지금까지 누가 연합뉴스를 더 사랑했는지 마음에 손을 얹고 곱씹어보고,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연합뉴스가 반으로 두 동강 나기 전에 말이다.

   
▲ 지난 2012년 3월 15일 서울 센터원 빌딩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파업출정식에서 당시 공병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6기 성명> 화합을 위한 행동을 보여달라.

가슴이 찢어진다. 회사가 대외적 위기에 흔들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구성원의 단합이다. 그런데 지금 사내에 울리는 것은 단합의 구호가 아니라 균열의 굉음이다. 생산적 대화가 오가야 할 회사가 경악에 들썩인다. 회사와 사원 간 신뢰는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선배들이 사흘 말미를 두고 지방 발령을 받았다. 며칠 만에 서울에서 근무하던 기자를 지방에 부임시키는 발령. 연합뉴스에 몸담은 지 11년째지만 이렇게 긴급한 조처는 처음이다. 경영진의 인사권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 발령이 사내 화합을 산산조각낸다는 사실을 애사심에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지방 발령이 회사 전체를 위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진행되는 게 합리적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발령 대상자 중에서 전 노조 위원장과 전 공정보도위원회 간사가 포함됐다. 가처분신청을 취하하면 파업 지도부에 대한 지방 발령을 보류하겠다는 경영진의 약속은 없던 일이 됐다.

전 노조위원장은 파업 직후 6개월 정직 중징계를 이미 받았다. 이번 인사에 ‘강압’의 그림자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은 삶의 뿌리를 들어 옮겨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충격이자 폭력이다.

지역취재본부는 연합의 비교 우위이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보루다. 이번 인사로 지방은 졸지에 ‘유배지’로 전락하고 우수 인력을 서울에 보내는 곳이 됐다. 지역취재본부 선후배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어렵다.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새 사업 아이디어 공모까지 나섰다. 구성원 간 신뢰와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위기 탈출의 추진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 새 경영진은 파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하지 않았던가. 사내 게시판 규정을 아무 이유 없이 내려버리고 각 기수의 호소를 사내 게시판에서 지우는 모습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사장은 화합과 신뢰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28기 호소문> ‘화합’의 경영을 촉구합니다.

지난 15일 사측이 게시한 인사 명령을 보고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우리의 소중한 일터인 연합뉴스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 운영에서 인사가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인사야말로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해야 합니다. 연합뉴스의 인사는 ‘더 나은 콘텐츠의 제작’을 지향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돼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어떻습니까. 더 나은 콘텐츠의 제작보다는 구원(舊怨)을 풀기 위한 징계성 인사가 눈에 띕니다. 곳곳에 징계의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대원칙이 흐려졌습니다.

공병설 선배는 3년이나 지난 파업을 이유로, 이미 징계를 받았는데도, 사실상 이중 처벌을 받았습니다. 인사와 징계가 뒤섞이는 바람에 인사의 원칙도, 징계의 원칙도 무너진 셈입니다. 인사가 만사일진대, 이보다 더 큰 위기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인사는 삶이 걸린 문제입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삶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던 직원을 하루 아침에 저 멀리 지방으로 보내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직원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걸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사는 삶에 대한 깊은 고려를 수반해야 합니다. 삶을 배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묘(妙)입니다. 설령 적재적소라 할지라도, 삶을 무시하고 짓밟는 인사를 훌륭한 인사로 볼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인사권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고, 인사에 토를 달지 말라고 합니다. 인사권을 침해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소통으로 지혜를 모아 신중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본사 직원을 지방으로 보내면서 단 한 번도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데 어떻게 숙려(熟慮)의 경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인사권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며 다른 의견을 금기시하는 것을 인사권에 대한 물신숭배(物神崇拜)라고 한다면 과연 지나친 말일까요. 권력은 합리적인 원칙과 절차에 따라 행사하지 않으면 폭력으로 변질하고 맙니다.

회사가 위기입니다. 맹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 셋 중에서 택하라면 인화를 택하겠다고 했습니다. 위기일수록 화합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맹자는 힘으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도 가르쳤습니다.

경영진이 옛 원한을 버리고 화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간청합니다. 그것이 회사를 살리는 길입니다. 연합뉴스는 그 어떤 위기도 헤쳐나갈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글을 올리는 것도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까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고락을 함께 해온 동기들의 뜻이 같음을 확인하고 작은 용기를 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을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얼굴에 비겁한 속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떳떳하게 불이익을 당할지언정, 그런 얼굴로 우리의 남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9기 성명> 진심을 담은 외침을 들어주십시오.

우선 더 일찍 목소리내지 못한 것을 저희들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박노황 사장을 비롯해 새 경영진이 들어선 후부터 사원들 사이에선 한숨이 깊어갔습니다.

잇따른 전재 계약 해지 위협 등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를 위해 업무 강도를 높이자는 경영진의 주문에 사원들은 모두 수긍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편집회의 자료 유출자 ‘색출 작업’부터 이제는 인사 전횡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진은 인사는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면 그에 응당한 설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마땅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이번 인사가 원칙 없이 이뤄졌다는 걸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공병설 선배의 경우 2012년 파업을 주도한 데 대한 징계성 인사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실상이 그렇다면 더더욱 인사의 공정성은 훼손됐다고 봐야 마땅합니다. 공 선배가 당시 정직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건 모든 이가 아는 사실 아닙니까.

이번 인사에서 공 선배뿐 아니라 여러 분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급작스러운 지방 발령을 통보받았습니다. 사전에 당사자들에게 의사를 묻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인사권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겁니다.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이번 인사에 참담함을 느끼는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놔야 합니다. 아울러 연합뉴스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살리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경영진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부심은, 다른 언론사 기자보다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믿음, 동지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경영진은 지금 회사의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올리는 성명서나 호소문을 인사권에 대한 침해로 곡해하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경영진만큼이나 회사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들에서 우러난 절규로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인사발령 등을 포함한 최근 사측의 결정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면 사원들의 글을 굳이 사내게시판에서 사원 광장으로 옮기라고 강요하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 2012년 3월 15일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박정찬 전 사장의 연임에 맞서 벌인 총파업에서 “그동안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차마 담을 수 업는 기사를 한 자 한 자 써내야 했고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연합의 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스스로 젖어있던 낡은 관행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연합뉴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30기 성명서> 위기를 구실로 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주십시오

경영진은 회사가 위기라고 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하고, 우리 연합뉴스를 시기하는 언론사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외부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고 합니다. 경영진의 인사권이 침해돼 이런 위기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게 다 과거 노동조합의 파업 탓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파업 당시 노조 위원장이었던 공병설 선배를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다른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이것이 진정 경영진이 생각하는 ‘위기’의 해결책입니까. 회사가 위기라면 평사원부터 경영진까지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마땅합니다.

이런 인식에 따라 노조도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법적 조치를 대의원대회를 거쳐 취하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전 노조 위원장과 전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에 대한 폭력적인 전근 인사를 강행했습니다.

회사의 진짜 위기는 미디어 환경이나 외부의 시선 변화 때문에 생기는 그 무언가가 아니라, 경영진 인사권의 침해나 노조의 파업에서 비롯된 어떤 다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의 분열 그 자체가 아닐까요? 모두가 뭉쳐야 할 시기에 일부러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인사, 그것이 바로 위기의 씨앗이자 열매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것은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은 취임 때부터 사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연합뉴스를 둘러보면 행복한 사원이 어디 있습니까.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들 ‘카더라’만 수군거립니다. 서로 믿지 않습니다. 대화도 줄어듭니다. 러시아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만, 어쩌면 지금 경영진은, 사원들이 모두 3년 뒤로 맞춰진 시곗바늘만 바라보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원이 행복한 연합뉴스는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과 소신에 입각한 기사를 쓸 수 있는 회사, 사원을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나사가 아니라 인격을 갖춘 노동자이자 경영의 한 축으로 존중하는 회사. 그것이 사원이 행복한 연합뉴스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최일선에서 일하는 평사원까지 회사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소통이 없고 억압된 분위기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요. 경영진이 회사 안이 아니라 회사 밖 어딘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들립니다.

실제 오늘 편집회의에서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내·외부적 상황을 반영해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음을 이해해달라”는 설명도 나왔다고 합니다.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경영진이 징계성 인사를 강행한 것에 대체 어떤 ‘내·외부적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모든 ‘칼춤’이 사실 어느 높은 곳에 보이기 위한 쇼였습니까.

경영진에 호소합니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십시오. 외부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연합뉴스를, 연합뉴스의 경쟁력을, 연합뉴스의 임직원을 먼저 생각해주십시오. 징계성 인사를 철회하고 분열 조장을 멈춰 주십시오.

<31기 성명>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박노황 사장은 연합뉴스를 행복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다. 박 사장은 일에 미쳐 있는 후배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저희는 오히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속이 상합니다. 회사를 운명 공동체로 여기는 젊은 기자들의 마음이 다 비슷합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저희도 좋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회사 안이 안정돼야 하지 않습니까. 가까스로 아물어가는 파업의 상처를 보복성 인사로 덧나게 하고 노사 화합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누구입니까. 함께 일하던 동료가 예상치 못한 인사로 짐을 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겠습니까. 기강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선후배 사이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가로막은 것은 어느 쪽입니까.

부당하다 느낀 것을 부당하다 지적하는 일이 저희 직업인데 회사 방침이면 잠자코 따르기만 해야 합니까. 몸소 체감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나 회사의 위기는 경영진과 저희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회사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일방적인 리더십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습니다. 겁을 주고 분열을 조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이 말하는 자부심과 포부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화합의 리더십을 청합니다. 선후배들의 용기있는 호소를 외면해선 안 됩니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는 저희의 충언에 귀 기울이는 경영진의 결단에 달렸습니다.

<32기 성명> ‘신의’의 회복을 촉구합니다.

3년 전 오늘도 봄이었지만 연합뉴스는 겨울 한가운데 서있었습니다. 기자들이 펜을 놓았고 공장은 멈췄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떠나며 가슴이 꽉 조여올 만큼 참담했습니다. 당시 갓 2년차 새내기였던 저희 32기는 이제 5년차가 됐고, 연합뉴스라는 거대한 조직이 저절로 움직이는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함께 움직여야 어려운 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유례없이 긴 파업을 겪고도 다시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조직에 대한 ‘신의’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파업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노사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편집총국장제가 무력화된 데 이어 지난 15일 인사를 보면서 그 신의가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인사와 징계가 뒤섞인 15일 인사는 신뢰에 대한 의문을 더 커지게 합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처분신청을 취하하면 ‘보복 인사’를 보류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태도에 저희는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회사의 인사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조직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인사 운영을 한다면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질도 없이 오늘 당장 가족을 떠나고 삶의 터전을 옮기라고 하는 인사를 ‘조직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위안 삼을 수 있겠습니까. 감정적 인사는 사원 역시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라도 원칙 없는 보복 인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할 의욕과 신의를 잃은 사원들이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경영진은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며 사원들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모두 사원들에게 전가하고 인사권을 휘둘러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 끝에는 파국의 소용돌이뿐입니다.

저희가 회사와 함께한 시간은 짧을지 몰라도 앞으로 회사에서 보낼 시간은 회사의 어떤 선배들보다도 깁니다. 회사의 운명은 곧 저희의 운명입니다. 저희는 스스로 기자이길, 연합뉴스 기자이길 포기할 수 없다는 심정과 각오로 뜻을 모았습니다. 3년전 파업을 풀며 경영진과 노조는 △보도공정성제고 △합리적 인사 △뉴스통신 경쟁력 강화 △근로여건 개선 △사내민주화제고 △지역 취재본부시스템 개선 및 차별해소를 약속했습니다.

이를 지켜나가는 노력은 사원뿐만 아니라 경영진, 나아가 전 회사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같이 나아가려면 절실하게 신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박노황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인사 전횡 중단과 노사 합의사항 준수를 절박한 마음으로 촉구합니다.

<33기 성명> 희망을 돌려주십시오

3년을 돌아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12년 막내 기수로 파업에 동참할 때도 놓지 않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거치면 연합뉴스는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3년 동안 키워온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회사에 대한 마지막 애정을 담아 글을 씁니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 경영진. 자신과 생각이 다른 후배를 배척하는 선배들. 일신의 안녕을 위해 눈앞의 불합리함을 애써 외면하는 사우들. 

지금 회사를 흔들고 조직의 결속력을 깨는 이는 누구입니까. 경영진은 취임과 동시에 편집 총국장 제도를 무시하며 노사 간의 합의사항을 깼고 위기론을 강조하며 사원들을 압박했습니다. 급기야는 지방과의 인사 장벽 철폐라는 허울로 인사 전횡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일부 선배들은 ‘사실상의 징계’라고 말하면서도 남의 일처럼 쉬쉬할 뿐입니다.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을 더 이상 믿고 따르기 어렵습니다.

국망의 위기는 언제나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불신과 분열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연합뉴스가 직면한 위기 역시 전재계약 해지나 정부 구독료 삭감이 아닙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에 보복성 인사로 응하는 경영진의 행보와 이에 침묵하는 우리 모두가 회사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내부의 곪아 들어가는 상처를 외면하면서 과연 우리에게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써내려 갈 자격이 있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연합뉴스가 고객사 없는 뉴스 통신사가 되는 것보다 기자 없는 언론사가 되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박노황 사장과 경영진에게 인사 전횡을 중단하고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촉구합니다. 진정성 있는 대화로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기를 호소합니다.

<34기 성명> 선배들에게 막내가 묻습니다

입사 면접 때를 떠올려 봅니다. “침묵하지 않음을 기자로서 특권이자 의무로 알겠다.”  문구는 각기 달랐지만 왜 이 길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 말이 합격을 위한 허언만은 아니었음을 보이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박노황 사장님, 인사 전횡을 중단하십시오.

어린 저희가 보기에도 경영진은 출범 이후 ‘위기의 회사’를 더욱 위기로 모는 정책만 벌여왔습니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지닌 경쟁력의 근간인 지역취재본부를 마치 '유배지'처럼 여긴 경영진의 발언을 접했을 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의 아연함이 무람하게도, 유배는 현실이 됐습니다. 많은 선배가 본인의 바람이나 회사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지역취재본부로 발령됐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벌어졌다면 어느 기자라도 기사로 비난했을 일이 국가기간통신사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번 인사는 망사(亡事)입니다.

연합뉴스 전 선배들은 정치, 사회, 스포츠 등 제 분야를 망라해 기사를 쏟아내면서도 질과 격을 지키고자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기간통신사로서 역할과 위상은 ‘뉴스통신진흥법’이 아니라 기사를 쓰는 선배들의 발품으로 세워졌습니다.

“사원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회사의 영속성과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사장의 취임사에 담긴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그런 심정으로 하셨는지 저희는 묻고 싶습니다.

또 사장께서는 취임사에서 젊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일원으로 자부심과 포부를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걱정했습니다. 우려가 아닌 현실입니다. 회사 정문 앞에 단 10분이라도 서 계시면 알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웃는 표정인 이는 ‘안녕하십니까 연합뉴스입니다’ 동상밖에 없습니다. 사원을 존중하지 않는 경영진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자부심과 포부를 되찾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연히 본 한 선배의 책장에는 ‘분노 없는 시대, 기자의 실존’이라는 책이 꽂혀 있었습니다. 전횡에 분노하지 않고는 기자로서 살기 어렵습니다. 사장의 독단적인 행보가 계속 되는 한, 저희는 계속 분노할 것입니다. 또한, 분노를 표출할 것입니다. 

저희의 생각이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인 상황에서 틀릴까 두려워 침묵했기보다, 미숙한 목소리나마 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겠습니다. 사장께서 어린 사원들의 마음을 통촉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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