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EG)그룹 계열사인 이지테크 노조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동운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이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포스코를 상대로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유서도 발견됐으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양우권(50) 이지테크 분회장이 10일 오전 광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고인의 부인이다. 고인은 곧장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양동운 지회장은 “오전 7시께 전화가 와서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라고 말했다. 지회장은 곧장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지회에 따르면 고인의 승용차 안에서 총 4개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모두 자필로 작성됐으며 4개의 유서 중 하나는 고인이 다니던 박지만 이지그룹 회장에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해부터 박지만 회장에게 자신의 부당해고와 징계 등을 알리는 1인 시위 등을 이어왔다. 현재 지회는 유서의 공개 유무를 놓고 유가족과 논의 중이다. 

 

   
▲ 양우권씨가 찍은 사무실 사진. 양 분회장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회사에 복직했지만 이지테크는 현장직이던 그를 사무직으로 발령내는 등 압박을 가했다고 고인은 증언했다. 사진=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제공
 

양동운 지회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포스코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못하게 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2003년 노조를 만들었고 한때는 조합원이 30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 남은 조합원은 47명 정도다. 노조가 있는 협력업체는 원청과의 계약에서 나쁜 평가를 받기 때문에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노조가 달갑지 않다. 

고인이 일하던 협력업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지테크는 한때 조합원이 50명 가량이었지만 모두 탈퇴하고 고인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탄압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부당해고를 당한 고인은 대법원까지 승소해 지난 해 5월 회사에 복직했지만 회사는 현장직이던 그를 사무직으로 발령을 내고 연고가 전혀 없는 포항으로 전근을 가라고 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미쳐버릴 것 같다”며 “(복직 이후) 130일째 책상에 멍청하게 앉아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업무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책상에 업무용 컴퓨터가 있지만 인터넷 등은 할 수 없어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노조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우울증까지 얻었다. 

고인의 빈소는 전라남도 광양시 동광양장례식장 2호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부인과 자녀 두명이 있다. 지회와 유가족은 논의 후 장례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회는 장례 일정과 별개로 11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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