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5년 수습기자 채용 전형 과정인 ‘현장실습 4주’에 대한 예비 지원자들의 불만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직장이 있는 경력 지원자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고, 언론사가 갑의 위치에서 한 달 동안 을의 노동을 쓰고, 희망고문만 주다가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는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수습사원(기자직‧경영관리직) 입사지원서를 받는다. 나이, 학력 제한은 없으며 기자직지원자는 한겨레가 요구하는 공인 국어시험 성적 및 영어시험 성적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형은 예년과 대동소이하나 논란이 된 부분은 4차 전형인 ‘현장실습’이다. 4주 동안 현장실습을 거친 뒤 최종 합격자를 뽑게 되는데, 한겨레는 현장실습평가가 7월 중에 있다고 밝혔다. 

   

▲ 2015년 한겨레 수습 공채 일정.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지난 2013년 수습사원 모집 절차는 서류심사, 필기시험, 1박 2일 합숙면접 등으로 이뤄졌다. 2012년에도 서류전형, 실무면접, 최종면접으로 옥석을 가렸다. 지난 전형과 비교하면 4주에 걸친 현장실습은 이례적이다. 

한겨레 측에 따르면, 현장실습은 회사가 수습 채용을 결정한 뒤 편집국 차원에서 전달한 의견이었고,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회사가 수용한 결과였다.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8일 “조금 더 가깝게 지원자들을 지켜보고 더 좋은 재원을 뽑기 위한 방법으로서 현장실습이 논의된 것”이라며 “현장실습 대상자를 합격자의 몇 배수로 할 것인지 아직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임금은 지급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4주 동안 18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이 있는 지원자에 대해서는 “기자가 되고 싶은 지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채용 제도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며 “경력 기자를 뽑는다 했을 때 ‘경력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겨레를 지원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봉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채용은 다양한 관점에서 반론이 있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다만 7월에 현장실습 일정이 계획돼 있는 것은 대학 학기와 겹치지 않게 배려한 부분이라는 게 한겨레 측 설명이다.

예비 지원자들은 불만과 함께 전형에 대한 궁금증도 드러냈다. 한 기자 지망생 A(26세, 남)씨는 “한겨레 입장에서 이런 채용절차를 만든 까닭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그러나 그 기간 동안은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고, 다른 언론사 지원도 할 수 없게 된다. 대표 진보언론 한겨레가 이런 채용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자 지망생 B(27세)씨는 “응시생 입장으로서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7월은 다른 공채도 뜰 수 있는 시기다. 또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이 실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지망생은 “하지만 아직 4주 실습에 얼마나 참여하고 얼마나 떨어지고 붙을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난만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진보언론이라고 해서 채용과정에 지나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 준비생 C씨(26세, 여)는 “평소 부당한 갑질 문제를 비판했던 진보매체 한겨레에서 벌어진 일이라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정확히 몇 명을 뽑고 얼마나 떨어뜨릴지도 모르는데 4주씩 붙잡아둘 생각은 조선일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회사소개. 사진= 한겨레 홈페이지

 

 

한편, 한겨레 내부에서도 이번 채용 전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 한겨레의 한 기자는 “이런 방식으로 채용한다고 해도 사측 원하는 인재를 뽑게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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