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한지 5년이 지나면서 해외학자들의 천안함 의혹 관련 연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 합동조사단의 보고서의 핵심 근거가 오류 또는 조작이라는 요지의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사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서재정 전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현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지난 3월 11일 미디어오늘과 실시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버블제트’의 유일한 물적 증거인 음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수학적 실수를 한 것”이라며 “음파 분석 과정에서 발생한 수학적 오류를 무시하고 ‘버블제트’라는 결론을 도출한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교수는 실제로 합조단 보고서에 제시된 버블주기와 폭발규모, 수심 분석 결과 전혀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분석을 담은 연구논문을 내기도 했다.

서 교수와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 <사회속과학의 국제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Science in Society)> 4권에 ‘천안함 침몰을 북한에 연관시키려던 한국정부의 실패-과학 데이터의 부정확한 추론과 조작’(South Korean Government’s Failure to Link the Cheonan’s Sinking to North Korea: Incorrect Inference and Fabrication of Scientific Data)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3년 여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천안함 연구논문.
 

서 교수와 이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합조단의 2010년 5월 중간조사결과 발표 내용이 스스로 제시된 증거에 의해 반박됐으며, 북한 제재를 가하려 했으나 증거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합조단의 그해 9월 최종보고서에도 5월의 중간보고서 상의 자기모순이 그대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와 이 교수는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 대해 “많은 모순들에 의해 훼손됐다(mar)”며 “가장 두드러진 모순의 하나는 그 데이터와 결론 사이의 모순”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합조단이 TNT 350kg 규모의 무기가 천한함 배 밑 3~6m 위치에서 폭발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그 대부분의 데이터들은 결론을 부정했다”며 “희생된 승조원들의 검사결과는 그들의 사인이 익사라고 밝혔으며, 근접 수중 폭발시 예상되는 것으로서 고막이나 코의 파열과 같은 부상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폭발로 나타난 파편들은 선체 내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어뢰파편으로 형성된 구멍이나 파열된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손상되지 않은 형광등 전구를 포함해 그 배의 표면과 기구와 설비들은 가장 근접한 충격 지점에서 55메가파스칼의 규모가 발생되는 충격파의 징후가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두 교수는 “합조단의 버블효과 시뮬레이션은 천안함의 선체변형과 절단이 어뢰폭발로 주어진 버블효과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와 이 교수는 합조단 보고서의 그래프 ‘버블주기에 따른 폭발규모와 수심’(148쪽 그림 3장 5-3)에 나온 값들이 그대로 나오는지 검증하기 위해 그 그래프에 쓰여진 공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고서 상의 공식은 다음과 같으며 여기엔 버블주기 도출에 사용된 계수가 ‘2.11’이었다.

P=2.11×W⁽¹′³⁾/Z⁽⁵′⁶⁾
*P는 버블주기(초), W는 폭발규모(kg), Z는 ‘깊이(수심m)+10.1m’, 2.11은 계수(coefficient)이다. 톰 에클스 제독의 공식(방정식)엔 2.11 대신 1.302로 돼 있다.

이 공식은 특히 천안함 국제조사단 미군측 조사단장인 톰 에클스 전 해군제독(소장)이 2010년 5월 27일 자체적으로 발표한 파워포인트 브리핑 자료 ‘한국 천안함의 손실’의 4쪽에서 계산하는데 사용한 버블주기와 동일하다. 그러나 에클스는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서 쓴 계수 ‘2.11’이 아니라 ‘1.302’라는 계수를 사용했다는 점에 이 두 교수는 주목했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3년 여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천안함 연구논문
 

서 교수와 이 교수는 합조단이 지질자원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공중음파의 버블주기 ‘1.1초’(첫번째 폭발과 두 번째 폭발의 시간 간격)를 ‘TNT 250kg 규모의 무기가 9m 수심에서 폭발할 때 1.1초의 주기가 생긴다’고 추정한 것을 들어 에클스 단장의 계산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두 교수는 “문제는 에클스가 사용한 공식이 (합조단과) 같은 수치들을 도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며 “(에클스 공식에 1.1초를 대입했을 때-기자 주) 그것은 1.1초 동안 250kg의 폭발규모와 1m 수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모순점은 에클스 보고서의 공식에 사용된 최초 계수인 ‘1.302’에서 (합조단 보고서의 공식엔) 다른 계수인 2.11로 대체됐으며 왜 대체됐는지도 설명이 없었다”고 썼다. 다시말해 에클스 단장의 최초 공식에 1.1초를 대입하면 TNT 250kg-수심 9m가 나올 수 없으니 공식에 쓰인 계수(상수)를 수정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수정했어도 안맞아 떨어졌다고 두 교수는 지적했다. 이들은 “합조단이 새로운 계수를 넣어 그 공식이 ‘1.1초 주기-250kg 규모-수심 9m’를 도출했다”면서도 “그러나 합조단은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이 수치들은 버블효과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연결했을 때 천안함과 맞아떨어지는 손상의 패턴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 논문의 그래프와 공식 계산 결과를 보면, 합조단 공식에 TNT 360kg-수심 7m를 대입할 경우 버블주기가 1.4초가 나오고, 에클스 공식에 같은 값을 대입해도 버블주기가 0.87초가 나온다. 실제 관측된 버블펄스의 주기 ‘1.1초’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버블주기 1.1초와 TNT 360kg라는 값을 대입할 경우에도 실제 현상과 맞지 않았다고 이 두 교수는 분석했다. 이 두 값(버블주기 1.1초와 TNT 360kg)을 합조단 공식에 대입하면 수심이 13m가 나오는 반면, 에클스의 공식에 대입하면 수심이 2.8m가 나온다. 천안함 선체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거나 천안함 내부에서 폭발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발표와도 맞지 않는 분석결과이며 실제 천안함의 손상·변형 정도와도 전혀 맞지 않는 결과라고 두 교수는 분석했다.

이밖에도 이 두 교수는 천안함 선체, 어뢰, 모의폭발 실험에서 나온 ‘백색분말’의 정밀 분석 결과에 따라 그 물질이 폭발재라는 주장이 틀렸다고 밝혔다. 이른바 흡착물질에 대한 분석을 이 두 교수도 다시 해본 결과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질이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가 지난 2013년 여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천안함 연구논문
 

이 두 교수는 백색 알루미늄 분말가루에 대해 가열(용융)과 냉각(급랭)을 거친 뒤 전자주사현미경법(SEM)과 전자분광법(EDS), X레이 실험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EDS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NIST DTSA II’(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EDS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사용했다고 두 교수는 설명했다. 

이들은 “합조단 주장과 달리 우리의 EDS 시뮬레이션 등과 결합된 데이터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파편에서 나온 두 종류의 백색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주장이 틀렸음을 확실히 보여준다”며 “그 백색물질들은 폭발로부터 야기된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100도 이하의 저온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고 밝혔다. 

실험(그래프)에서 나타난 백색분말 알갱이 성분의 ‘피크’, 특히 산소를 알루미늄으로 나눈 비율이 0.8~1.2이며 황의 피크도 나타나는 것을 두고 이들은 “이것은 합조단의 EDS 데이터와 일치한다”며 “이는 이 샘플이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100도씨 이하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물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합조단 자신의 데이터가 합조단이 백색물질의 성분확인에 대한 틀린 추론을 했음을 나타냈다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며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은 저온 환경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므로, 합조단은 천안함과 어뢰 조각을 폭발과 연결지어 백색물질을 증거로 유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달리 말해 합조단은 침몰한 선체와 어뢰 조각을 갖고 있지만, 그 두가지를 폭발과 연관지을 물질적 증거는 갖고 있지 않으며, 폭발은 말할 것도 없다”며 “백색분말 샘플이 폭발의 결정적인 증거라는 합조단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고 밝혔다.

   
서재정 국제기독교대 교수.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또한 합조단의 폭발실험에서 나온 데이터의 경우 아예 조작된 것이라고 이들은 비판했다. 이들은 “폭발실험에서 나온 EDS 데이터가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물의 EDS 데이터와 동일하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라며 “이에 대한 유일한 과학적 설명은 폭발실험의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발에 의한 산화알루미늄(Al₂O₃)의 데이터는 알루미늄의 피크와 산소의 피크가 날카롭게 나타나야 하는데, 합조단의 폭발 실험 데이터는 산소와 알루미늄 뿐 아니라 황까지도 뚜렷하게 나타나며, 산소의 강도가 산화알루미늄 보다 높게 나타난다. 즉 이런 데이터는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수화물(Al₄(OH)₁₀(SO₄)×(H₂O))의 데이터와 같다. 그러므로 폭발로 인한 산화알루미늄이 아닌데, 폭발이라고 조작했다는 것이다.

서재정 교수와 이승헌 교수는 “합조단은 천안함의 파괴와 어뢰의 폭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한국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하고 그 조사는 전체적으로 국방부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 그룹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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