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2일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청와대 반발과 새누리당 번복으로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보수언론은 “원점부터 시작하라”고 훈수를 두고 있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 여론은 무시하고 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 수사 검사로서 사건 은폐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여당 단독 표결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는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홍 지사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한겨레는 홍 지사 측근이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발언(“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들을 검찰 쪽을 취재해 전했다. 

경향신문은 친박계 핵심 그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뒤를 캐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7일자 주요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공무원연금 개혁안 4월국회 처리 무산>
국민일보 <그린벨트 해제 권한 市‧道지사에 넘긴다>
동아일보 <연금 충돌에 법안 처리못한 국회>
서울신문 <국민 농락한 국회>
세계일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끝내 무산>
조선일보 <무책임‧무능‧무원칙 ‘3無 정치’>
중앙일보 <음성통화‧문자 공짜시대 왔다>
한겨레 <홍준표 ‘돈 전달자 회유’ 지시 정황>
한국일보 <靑‧친박 제동…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

공무원연금법 개정 ‘불발’

지난 2일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규칙에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을 명시하느냐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새누리당이 스스로 ‘합의’를 뒤집은 셈.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대비 연금 수령액을 말한다. 소득대체율은 기여율과 지급률 산정 등의 좌표로서 현재 소득대체율은 46.5%다. 매년 0.5%P씩 감소해 2028년이 지나면 40%가 되도록 맞춰져 있다. 

   
▲ 한국일보 7일자 1면.
 

새정치연합과 공무원단체는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 왔다. 

청와대는 “명백한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절감’, ‘국민혈세 투입 최소화’ 등 자신들이 내세웠던 것과 거꾸로 가는 합의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납부액을 인상하거나 정부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친박 서청원 최고위원은 6일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다시 협상하라”며 압박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 김태흠‧이장우‧함진규 의원 등이 “원내지도부의 총체적 전략 부재”라며 지도부를 몰아세웠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불편한 심기가 여야 합의를 무산시킨 것이다.

“국민 농락한 국회” 물타는 보수언론

경향‧한겨레‧한국일보 등을 제외한 언론들은 여야 모두 “잘못했다”는 식으로 머리기사를 뽑았다. 조선일보 <무책임‧무능‧무원칙 ‘3無 정치’>, 서울신문 <국민 농락한 국회>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향은 3면 톱 제목을 <여야 원내지도부 하루 6번 회동… 새누리 반대로 결국 ‘제동’>, 한겨레 4면 제목은 <여당, 합의 나흘만에… “국민연금 50% 못박을 수 없다” 돌변>, 한국일보 1면 제목은 <靑‧친박 제동…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이다. 합의 무산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 서울신문 7일자 1면.
 
   
▲ 조선일보 7일자 1면.
 

한편, 조선은 이날치 사설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려면 앞으로 70년간 무려 16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며 “여야가 이 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아무 고민 없이 연금 지급 액수를 올려주겠다고만 한 데 대해 국민 여론이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특히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국민연금 문제를 멋대로 논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 단독처리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여당 단독 표결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 의원 158명만 표결, 찬성 151표(반대 6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 임명에 줄곧 반대해 왔다. 박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서 수사 검사로 참여해 사건 은폐 및 축소에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새정치 의원들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자 표결에 불참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7일자 4면.
 

한겨레는 “박상옥 대법관 인준 강행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길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무능한 검사, 외압에 굴복하고 권력과 타협한 검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정치권 모두 저세상에 있는 박종철씨의 영령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덧붙였다. 

경향도 사설을 통해 “박상옥 대법관 인준 강행은 인권과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할 사법정의를 허무는 일”이라며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를 묵인 내지 방조한 것처럼 국회가 사법 신뢰를 붕괴시키는 방조자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은 “새정치연합이 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면 표결을 통해 반대표를 던지면 그만”이라며 “그러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지연시킨 것은 국회의원의 책임을 내던진 행위”라고 밝혔다. 

중앙은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 원여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 중앙일보 7일자 사설.
 

홍준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
“성완종 리스트 인사들, 이미 입 맞췄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8일 오전 10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홍 지사는 경남기업에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정치권 인사 8명 가운데 검찰 소환조사 일정이 확정된 인물은 홍 지사가 유일하다. 검찰은 홍 지사 측에 돈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과 그간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난 6일 오후 10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홍 지사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한편,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홍 지사 측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6일 소환 조사했는데,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김씨와 엄아무개씨가 윤씨를 회유하는 발언 내용이 각각 녹음된 파일 2개를 확보했다고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중순께 서울 신라호텔로 윤씨를 불러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당신이 입을 잘못 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는데, 이러한 발언은 한겨레가 검찰 관계자 말을 종합한 것이다. 

친박계가 우병우 민정수석 뒤캔다?

경향신문은 친박계 핵심그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흠집을 내 자진 사퇴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은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우 수석의 사퇴론이 분출하던 시점에서 “정가에 친박계 핵심 그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사실을 조사 중이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 수석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우니 개인 신상에 흠집을 만들어 자진 사퇴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여권 내 권력암투설까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현 정권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자원외교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 경향신문 7일자 2면.
 

경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국회 주변에선 친박계 핵심 실무자 등이 우 수석 부인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우 수석과 관련된 서너 가지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지난해 11월 12일 우 수석 배우자 이모씨 등 자매 4명이 경기 화성시 농지를 대규모 취득한 사실이 거론됐다고 경향은 말했다. 

경향은 또 “여권에선 우 수석이 장인 사망 이후 골프장과 건설업체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세금을 체납한 사실이 있는지, 민정수석에 부임하면서 가족이 갖고 있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를 제대로 받았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