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이 광고·협찬 등을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편성과 보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분석한 종편 채널의 불법·탈법적 광고·협찬 실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언론에 유출된 MBN미디어렙의 지난해 광고영업팀 영업일지 내용이 실제 MBN 보도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희 의원은 MBN의 불법·탈법적 광고·협찬이 다른 종편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며 “명백한 방송법과 미디어렙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MBN미디어렙은 한국전력과 ‘위대한 이름 아프리카’이란 가제목으로 2014년 6월 “한국전력의 홍보물 방영” 목적의 특집 다큐를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MBN은 이 프로그램을 11~12월 중로 방송하는 대가로 4400만원(부가세 포함)의 협찬금을 받기로 했다. 

MBN미디어렙의 업무일지를 보면 당시 MBN은 한전과 계약한 특집 다큐를 별도로 제작하지 못했고 대신 <경제포커스>에서 한전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계약 내용을 바꿔 4000만원을 소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 MBN과 한국전력의 약정서.
ⓒ최민희의원실
 

 

MBN미디어렙 업무일지에 지난해 12월 23일 등장한 기록은 “국민은행에서 500만원 추가 협찬 확정, 기획기사로 협찬 소진 예정”으로 이는 같은 날 ‘통장 선택이 돈 버는 길…직장인우대 통장 인기’라는 제목으로 MBN에서 보도됐다. 

MBN미디어렙은 이와 함께 “천기누설 아로니아편 재방송 문의 3000만원”, “다큐M 백수오의 재발견 재방송 문의 4000만원” 등 광고주의 요청 따라 계획에 없던 재방송을 MBN 편성에 끼워 넣을 것을 요구했다. 

MBN미디어렙이 광고비와 협찬비를 대가로 MBN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수시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관행은 동아일보의 채널A와 조선일보의 TV조선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동아일보는 2013년 10월 12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협찬계약서를 체결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농정원에서 1억6500만원(부가세 포함)의 협찬금을 받고 자회사인 채널A 방송을 통해 편당 15분짜리 프로그램 10편을 3개월 동안 방송하도록 돼있다. 

   
▲ 동아일보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협찬계약서.
최민희의원실
 

 

협찬 광고 문제와 함께 계약 주체 문제도 불거진다. 이 계약 주체는 해당 협찬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채널A가 아닌 동아일보다. 협찬금도 동아일보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계약됐다. 동아일보는 2014년에도 이와 거의 비슷한 계약을 농정원과 체결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영상비전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KF 브라질 페스티벌 특집 기획시리즈 제작지원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조선일보 지면에 1회 이상 게재, TV조선에 1회 이상 방영” 조건에 합의했다. 

협약서에 따르면 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KF 브라질 페스티벌’과 관련된 기획시리즈에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및 관계자 인터뷰를 포함하도록 해 ‘홍보 콘텐츠’ 성격을 띄고 있다. 이 협약서에 제시된 금액은 1억2000만원이다. 

조선영상비전은 2013년에도 홍보성 특집다큐멘터리를 TV조선 채널에서 프라임타임에 편성하고 조선일보 지면에도 같은 내용의 특집 기사를 게재하도록 하는 ‘정전·유엔군 참전 60주년 계기 홍보협약’을 1500만원에 국가보훈처와 체결했다. 

종편의 광고·협찬 명목의 홍보 콘텐츠가 예능·정보 프로그램뿐 아니라 보도 프로그램까지 진출하며 미디어렙이나 최대주주 언론사의 영향이 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된다. 

   
▲ 조선영상비전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협약서.
ⓒ최민희의원실
 

 

미디어렙법 제15조 제1항 제1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제작·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방송법 제4조)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두 조항을 위반하면 각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방송법에서 종편의 최대주주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사의 제작·편성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정한 이유는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편 최대주주인 언론사가 협찬금을 받고 그 대가로 자회사인 종편에 홍보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게 한 것은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어 “대표적인 몇 가지만 공개한 것”이라며 “종편의 1사1렙 제도 변경, 협박과 탈법이 횡행하는 협찬제고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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