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9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은 특별 사면 제도 개선이었다. 

박 대통령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재보궐선거 전날 김성우 홍보수석 대독을 통해 사실상 참여정부 사면이 성완종 의혹을 키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특별 사면 문제를 또다시 꺼내들었다.  

이번 "국민의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키웠기 때문이고 재차 밝히면서 박 대통령 자신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정경유착 문제로 보고 있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 대통령 선거 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철저히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사익추구를 오히려 정당성 있게 만들어주면서 그것을 방조"했기 때문이라며 성완종 의혹을 유병언 일가의 사익 추구와 비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철저히 의혹을 비도덕적인 경제인이 원인을 제공해 사단이 벌어진 일로 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과거의 낡은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바꿔 나가야 한다"며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는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불법"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현재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의 3천만원 수수 여부와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 전 회장 측이 홍준표 경남지사에 1억원을 줬다는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 두 가지 수사는 박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내용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담긴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금품 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번 의혹을 '정경유착'이라고 규정을 내린 것은 불법 자금 문제로 수사를 하지 마라는 암묵적인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과감한 정치개혁을 이루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밝히면서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과 정치가 국민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개혁 대 반개혁’의 프레임으로 이번 성완종 의혹 사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의 생각대로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는 2007년 대통령 경선 자금 문제와 대선 자금 문제로까지 확대되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최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2억원 자금 성격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이 지시를 내려 새누리당에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는데 이 돈이 ‘홍문종 의원의 2억원’과 일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과 통화에서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현금을 줬다며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말해 돈의 성격을 불법대선자금으로 밝힌 바 있다.

성 전 회장 지시 아래 새누리당으로 넘어간 2억원의 실체를 확인하고 홍문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2억원과 일치한 내용이 확인되면 박 대통령이 자금의 최종 수혜자가 되기 때문에 파문이 커질 수 있다.

정의당은 이와 관련해 “(검찰)추가 진술까지 확보한 마당이니 홍문종 의원이 빠져나갈 길은 없어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에서 언급된 검은 돈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와 연루되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박근혜 정권이 검은 돈의 수혜를 입고 만들어진 정권인지 아닌지가 이제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수사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사망한 사람이 남긴 일방적인 메모 등은 반대 신문권이 보장되지 않고,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게 아니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며 법정 공방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분들은 정치세력이 뒷받침 되지만 나는 나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패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이완구 총리 사퇴, 그리고 자신의 검찰 수사로 이번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마무리되는 모습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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