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또 숨졌다. 2009년 해고 이후 28번째 희생자이며 올해 들어 2번째 죽음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는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회사의 결단이 없다면 교섭은 무의미 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월부터 쌍용차 노노사(기업노조·지부·회사)는 11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오후 4시께 쌍용차 희망퇴직자 김아무개(49)가 자택에서 쓰러져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김씨는 평택공장 차체공정 품질관리에서 근무했다. 2009년 대량해고 당시 김씨는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에 마지막까지 참가했고 8.6합의에 따라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당시 쌍용차 노사는 77일간의 점거파업을 끝낸 다음 무급휴직 등 회사에 남는 인원을 48%, 희망퇴직 등 회사를 떠나는 인원 52%에 합의했다. 대신 회사가 정상화돼 신규 인력이 필요하면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를 차례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무급휴직자 455명은 지난 2013년 1월에 복직됐지만 희망퇴직자 353명과 해고자 187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진전된 합의 내용이 없다. 

   
▲ 지난 2012년 서울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 사진=허완 기자
 

김씨는 희망퇴직 이후 전북 익산에서 부모님 간병을 하면서 보험설계일을 했다. 이후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부는 “하지만 수입은 적고 지출이 많아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며 “3년 전부터 가족들이 익산으로 내려와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지부는 김씨가 정신과 병원에서 심리치료 또한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부는 “그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며 “굴뚝농성 이후 시작된 해고자 복직을 위한 노사교섭”이라고 말했다. 그가 예전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교섭 진행 상황을 물었다는 것이다. 

쌍용차 해고자의 죽음은 올해에만 2번째다. 지부는 지난 1월 14일 쌍용차 자재 물류에서 일했던 백씨가 사망한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백씨의 죽음은 백씨의 사망 이후 고인의 아버지가 “와락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오면서 알려졌다. ‘와락’은 해고자와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심리치유상담 등을 하는 센터다. 
 
지부에 따르면 미혼이었던 백씨는 희망퇴직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는 사망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으면 직접 사인은 뇌출혈로 밝혀졌다. 이로써 2009년 대량해고 이후 쌍용차 해고자, 희망퇴직자와 그 가족을 포함해 총 28명이 숨졌다. 

지부는 “쌍용차 신차 티볼리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해고자의 잇따른 죽음은 노동자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지지부진한 교섭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쌍용차 노노사의 12차 교섭은 오는 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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