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절체절명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전하는 신문들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랐는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 반면 중앙일보는 당내 갈등을 부각시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가운데 4·29 재보선에서 압승한 천정배 의원이 호남발 정계 개편을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30곳 정도에 후보를 낼 것"이라는 등의 발언 등이다. 이에 신문들은 마찬가지로 호남에 뿌리를 둔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결 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검찰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사 속도를 조절해 왔다. 하지만 보수성향 신문들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기사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 중앙일보 4면 기사
 

새정치 당내갈등 부각시킨 중앙일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절체절명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패, 부정부패에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며 "하지만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할 것이며,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하지 않을 것을 밝힌 것이다. 이를 전하는 신문들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랐다. 한겨레는 "당장 자신을 대체할 당내 대안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다, 지도부에만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기 어렵지 않으냐는 판단 아래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비노계(비노무현계) 의원들을 포함해 의원들 대다수 역시 문 대표의 이런 처방에 크게 토를 달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과거처럼 재ㆍ보선 패배 후 당 대표가 으레 사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문 대표체제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사퇴하고 또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며 "그러나 누구나 납득할 만한 철저한 패인분석과 구체적 대응책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당내 갈등을 부각시켰다. 이 신문은 '박주선 "지도부 총사퇴” 문재인 “당 개혁이 책임지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궐선거 다음날 모습은 아슬아슬했다"며 "30일 의원총회에선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지도부 사퇴론이 힘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이 신문은 "의총에서 지도부 사퇴론이 힘을 받진 못했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상태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사설
 

야당은 왜 매번 지기만 할까

이날 신문들의 연이은 야당의 선거 패배에 대한 분석 기사도 쏟아냈다. 경향신문은 선거를 위한 야권연대와 이후의 분열 양상에 대해 지적했다. 같은 야권이지만 지향하는 방향과 가치가 서로 다른 정당인 만큼 선거에서 야권의 분열과 경쟁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연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의 패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야권 분열은 연대를 ‘선거용’으로 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야당끼리 서로 정책과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고 해도 선거를 맞아 연대할 때면 의석 한 자리를 더 얻기 위해 부딪치는 경우가 잦다. 이렇다 보니 연대를 하더라도 선거만을 위한 공학적인 결합으로 실패를 거듭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야권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한 정책 연대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더 적극적으로 통합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새정치연합이 수도권 3곳에서 전패한 건 통합과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며 "아무리 정치상황이 유리해도 야권이 하나로 통합하거나 연대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 대등하게 맞서긴 매우 어렵다는 게 이번 재보선의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정동영 무소속 후보를 거세게 비판하는 사설 역시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친노 이미지'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투표율이 30%대 초·중반인 재·보선에서 야당이 이기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야권에 비판적인 50대 이상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친노는 대책 없는 과격함, 사납고 모진 공격성과 거의 같은 말이 되어 있다"며 "이런 것들을 걷어내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에도 활로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천정배 "비전있는 세력 만들겠다"

이런 가운데 광주서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30일 “내년 총선까지는 광주에서 ‘뉴 DJ’(새로운 김대중)들, 참신하고 실력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면서 “그 세력으로 총선에서 기존의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호남에서 야권 주도권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해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광주 전역 8군데에서 (출마토록) 해보고 싶다. 전남·북까지 해서 시민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까지 만들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되겠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좋은 인재를 모아서 확실한 비전도 제시하고 세력으로서 새정치연합과 페어플레이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천 의원의 최 측근은 “주로 지역의 정치 신인이나, 그 동안 큰 주목 받지 못한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인재가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폭넓게 호남 민심부터 탐방해 인물을 추려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현재로선 그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 느슨한 형태의 무소속연대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며 "광주 및 호남 민심 추이를 살피며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겨레는 "하지만 천 의원의 일정표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라며 "국회로 돌아왔다고 천 의원에게 하루아침에 엄청난 정치 역량이 생긴다고 보기도 어렵다. 천 의원은 야권의 획기적 변화를 열망하는 호남 민심이 선택한 일종의 ‘도구’에 가깝다. 호남 정치와 야권의 재편은 천 의원 개인의 의지나 구상보다 호남 민심의 요구와 선택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6면 기사
 

재보궐 마무리, 성완종 리스트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결 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검찰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수사 속도를 조절해 왔다. 보수성향 신문들이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연금개혁 보도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신문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한 검찰의 향후 수사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3대 포인트를 짚었다.

먼저 서울신문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력 정치인 8명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관련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단서가 가장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양측의 일정 담당 비서를 불러 조사했던 수사팀은 30일에도 이 전 총리 측 신모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는 등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수사를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팀은 상대적으로 단서가 부족한 나머지 6명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 진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남기업 측이 빼돌린 내부 자료를 확보해 성 전 회장이 메모지와 인터뷰에서 거론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그리고 서병수 시장으로 추정되는 부산시장과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라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한편 한겨레는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둔 4·29 재보선 결과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수사팀이 ‘기초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특별검사한테 사건이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부실 수사’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 실세 정치인 소환을 미뤄) 정치권 눈치보기가 심하다”는 평가가 공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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