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MBC 토론 프로그램 ‘이슈를 말한다’(진행자 왕상한)에 출연하는 패널들이 정부·여당 편향으로 구성돼 있어 홍보 창구로 전락했다는 내부 구성원의 비판이 제기돼 주목된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간사 이호찬, 민실위)는 28일 보고서를 통해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한 이슈에 대해 상의한 의견들을 공평하게 알리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하게 시간을 배분해야 하고 토론 패널의 숫자도 잘 나누어야 하는데 ‘이슈를 말한다’는 토론 프로그램의 기본과 원칙이 사라지고 일방적인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MBC 시사 토론 프로그램 <이슈를 말한다>
 

MBC는 지난 1월 ‘이슈를 말한다’ 진행자를 왕상한 서강대 교수로 교체하고 여야를 대표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패널로 한 개편을 단행했다. 민실위의 이와 같은 비판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여야 패널을 제외한 출연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초대손님이란 이름으로 12명(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2회 출연)이 13회 등장했는데 이 가운데 정부-여당 쪽 초대손님은 10회 출연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까지 정부 인사로 포함하면 11회에 달한다. 야당 쪽 초대손님으로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유일했다. 

민실위는 “아무리 정부 정책이 주요하게 시사 이슈를 주도한다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일방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요구도 분명히 존재하고 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은 절반이 넘는데 시민사회의 여론은 완전히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가 대표적으로 편향성을 지적한 방송은 지난 19일 방영분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계속 패널로 등장했다. 이날 토론의 첫 쟁점은 ‘성완종 리스트’와 이완구 전 총리의 거취 문제였다. 

의혹 당사자인 홍 의원은 이 방송에서 “절대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돈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믿는…” 등으로 비난했다. 홍 의원은 의혹이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완종 리스트가 “로비가 안 먹힌 사람들의 명단”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 MBC 시사 토론 프로그램 '이슈를 말한다'의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여야 패널 제외한 출연자 명단.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는 “그동안 패널로 출연한 사람에게 프로그램에서 직접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홍 의원에게 제기된 성완종 다이어리 등 구체적인 의혹에 대한 질문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것은 없는 변명의 장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가장 최근 방송된 26일에는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였지만 노동계 입장은 빠진 상태로 진행됐다. 이러한 방송이 “노사문제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다룬다”는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준칙과 “집단이기주의를 배제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방송강령에 저촉된다는 것이 민실위 측 주장이다. 

민실위는 “지난 4개월간의 모니터 결과는 참혹하다”며 “이것을 제대로 된 시사토론 프로그램으로 사회 각 분야의 이익을 조정하기엔 공정성이나 시청자 알권리 차원에서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담당 부서인 콘텐츠제작1부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부서 관계자는 “현재 입장 정리 중에 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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