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집회에 대한 과잉대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경찰 집회대응의 온갖 문제점을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에 엄정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불법과 폭력은 경찰이 저지른다는 비판이 많다. 

걸어가는 것도 불법?

4월 18일 집회에서 경찰과 시민의 충돌은 유가족의 연행에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밤부터 유가족들은 광화문 누각 앞에 고립돼 있었고, 18일 추모집회를 앞두고 경찰은 이들을 연행했다. 이에 서울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행진했고 경찰은 차벽과 폴리스라인을 통해 행진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물대포·최루액·소화기 등을 사용했고, 경찰 버스 여러 대가 부서졌다. 유가족과 시민 100여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앞서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도 광화문광장으로 헌화하러 가는 시민들을 막아섰다. 약 1년 전인 2014년 5월 18일에도 경찰은 청계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진행한 후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하려던 시민들을 제지했다. 100여명이 연행됐다. 

집회가 신고한 목적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5월 18일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집회가 신고한 목적에 벗어난다며 해산명령을 내렸고, 4월 16일과 18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해산명령을 내렸다. 서울광장에 집회신고를 했으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쳐야 한다는 것.

   
▲ 지난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 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중 세종로를 둘러싼 경찰차벽에 막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범위를 이탈했다 하더라도 집회나 행진을 평화롭게 진행하면 해산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지만 신고범위를 벗어났다고 바로 금지하거나 해산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는) 질서를 파괴한다거나 물리적 폭력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금지나 해산을 하라는 취지인데, 경찰이 행진을 시작만 해도 차벽을 다 쳐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고범위를 이탈했다는 말도 모호하다. 경찰이 집회를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참가자들이 ‘행진을 한다’며 막을 때도 있다. 또 깃발을 내리고 이동하면 제지하지 않을 때도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집단이 시위를 하며 이동하는 경우에도 해산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상황인데도 경찰은 ‘다수가 이동한다’는 이유로 막아버린다”며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넘어 통행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명박산성부터 근혜산성까지, 시민 가로막은 경찰 차벽

4월 18일 시민들의 행진을 가로막은 것은 경찰 차벽이었다. 시민들은 경찰 차벽을 흔들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이처럼 충돌과 시민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바리케이드를 쳐 시위를 원천 봉쇄한다. 

대표 사례가 ‘명박산성’이다. 2008년 6월 10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100만 명의 시민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자 경찰은 도심 곳곳에 컨테이너박스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2단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쌓았고 청와대로 진입할 수 있는 길목 곳곳에 60여개의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컨테이너벽은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이 부산지방경찰청장이던 2005년 11월 부산APEC 정상회의 당시 시위대를 막기 위해 도입한 방식이다.

경찰은 2008년 6월 13일 ‘명박산성’을 해체한 자리에 전경버스로 차벽을 쳤다. 누리꾼들은 ‘명박열차’라고 조롱했다. 이처럼 도구만 바뀔 뿐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쳐서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2009년 5월 30일,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맞은 편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할 것으로 우려해 차벽을 만들어 서울광장 출입을 제지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청구인들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 2008년 6월 10일 시민들이 광화문 명박산성 위에 올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행사 때도 경찰은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에 담장과 펜스 등 3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1인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연행했다. 

2013년 8월 10일 열린 국정원사건 범국민촛불대회에서도 차벽이 등장했다. 주최 측인 시국회의는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회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대한문에서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프라자호텔에서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차벽으로 막아섰다. 진선미·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항의했으나 차벽은 치워지지 않았다.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는 근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다.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행위를 목전에 앞두고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그러나 4월 16일 집회에서 경찰은 꽃을 들고 헌화하러 이동하는 시민들을 막았다. 범죄행위를 목전에 앞뒀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경찰은 또한 차벽이 집시법상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벽은) 당연히 질서유지선”이라며 “차량이 운송 수단으로만 사용되나?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면서 무엇이든 사용 못하겠나”라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 역시 지난해 9월 “차벽은 폴리스라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비판이 일었다. 집시법에서 질서유지선이란 집회를 제한하는 취지의 가벼운 표지판 정도를 일컫는데 차벽은 통행권까지 제한하기에 질서유지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논란이 커지자 강신명 청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벽이 질서유지선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원칙적으로 운용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경찰의 집회에 대한 과잉대응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경찰도 노동자 집회와 한미FTA 반대 집회 등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논란을 빚었다. 2005년 11월 WTO 쌀협상에 반대하는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두 명은 경찰에 과잉진압에 머리를 구타당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 일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차이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찰이 집회 자체를 봉쇄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차벽은 예전에도 썼지만 명박산성, 근혜산성처럼 경찰의 차벽이 높아지고 강고해졌다”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 역시 “집회 자체를 봉쇄하는 차벽이 이명박 정부 이후 일반화됐다”고 밝혔다. 

시위장소 점거하는 경찰 

경찰이 시위 봉쇄를 넘어 시위장소를 점거하는 경우도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대한문 앞에 화단을 설치했다. 그러자 시민단체와 민변, 해고노동자 측은 경찰이 농성 및 집회를 원천 봉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화단 설치 규탄’ 집회를 대한문 화단 앞과 옆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2013년 7월 24일, 25일 양일 간 집회신고를 했다. 그러자 경찰은 집회장소의 2/3 공간에 경찰을 두 줄로 도열시키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집회참가자들이 집회잠소를 점유했다고 항의했으나 최성영 남대문경찰서 교통경비과장은 질서유지선 설정행위기에 정당하다고 버텼다. 

민변 측의 신청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구제조치 권고결정까지 내렸으나 경찰은 7월 25일 에도 집회 장소 바로 앞에 폴리스라인을 쳤다. 이러한 행동으로 지나가던 시민들은 현수막, 피켓, 판넬 등을 볼 수 없었다. 이에 권영국 변호사 등이 질서유지선을 치우려 하자 최성영 경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체포를 명령했다. 

   
▲ 2013년 7월 25일 경찰이 민변이 신고한 집회 장소 내인 화단 앞에 이중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모습. 사진=민변
 

캡사이신에 물대포, 시민은 물총만 쏴도…

경찰의 진압과정도 과잉 투성이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24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8일 집회에서 모두 465.75L의 캡사이신을 사용했다. 11일 문화제에서는 29.76L, 16일 집회에서는 13.7L로 3일 동안 총 500L 이상을 썼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총 사용량의 2.5배에 달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촛불집회가 있었던 2013년 한 해의 사용량(484.79L)보다도 많다. 임수경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동원된 채증인력 자료’에 따르면, 4월 1일~4월 19일까지 동원된 채증인력은 539명이다. 이 중 119명이 4월 16일 세월호 1주기에 동원됐고 4월 18일에만 136명이 동원됐다.  

경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세월호 관련 집회에 과잉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해 4월 20일에도 진도에서 청와대로 가겠다는 실종자 및 유가족들의 행진을 막고 항의하는 가족들을 채증했다. 이후 5월 8일-9일 유족들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경찰은 청와대를 봉쇄하고, 시민들이 가족들과 합류하지 못하도록 가족들을 에워싸서 경찰병력으로 막았다. 청운동사무소 인근은 차벽으로 가로막혔다.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서가 ‘생활평온 침해’ 사유로(집시법 8조3항) 금지 통고한 집회시위 중 94%가 청와대 앞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86건 중 81건이 사직로 북측에서  청와대 사이 지역인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지역이었다. 경찰이 청와대 인근에서는 애초에 집회를 금지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지난 2008년 6월 28일 밤 경찰이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면서 강경진압에 나섰다. 사진=이치열 기자
 

세월호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은 어느새 ‘잠재적 범죄자’의 상징이 됐다. 5월 8일-9일 가족들의 시위에 합류하려던 시민들은 노란리본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경복궁역 인근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심문을 당하거나 제지를 당했다.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노란 리본을 단 사람 등은 불법시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차단하라는 지침을 서울지방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4월 18일 광화문에서 안국역으로 이동하던 고등학생 임아무개씨는 경찰에 소지품과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경찰은 “노란배지 때문에 잡았다”며 “그거(세월호 추모 배지) 떼고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경찰의 이러한 과민대응은 웃지못할 상황을 낳기도 한다. 지난 2008년 6월 광주의 한 집회에 참여한 김모씨는 소환장을 받았다. 한나라당 광주시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10여명의 초등학생들로 하여금 당사 앞을 지키던 경찰에 장난감 물총으로 먹물을 쏘도록 했다는 이유였다.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물대포를 쏘아대던 경찰이 퍼포먼스로 행해진 물총은 집시법 위반에 공무집행방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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