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27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에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에 합의했다. 18년만의 개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에서 k-pop 공연을 보는 사이,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공동 작전 범위가 ‘일본 주변(일본 열도·한반도·대만 해협)’으로 제한됐던 것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우주에서의 위성 감시까지 공동으로 나서게 됐다. 이제 자위대의 활동 반경은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됐다. 세계적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이 27일 합의한 새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 안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8일 “전후 일본의 안보 정책의 근간이었던 ‘전수(專守) 방위(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이번 ‘신(新)미·일 가이드라인’으로 사실상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여전히 직접 공격적 전투에 나설 수 없지만 미군을 전세게에서 후방지원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일본이 가장 민감해하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방어를 놓고 큰 선물을 안겼다. 가이드라인에 처음으로 양국의 ‘도서(섬) 방위’ 협력방안을 명기한 것이다. 가령 센카쿠를 중국이 공격·점령할 경우 일본이 육상 공격의 저지 및 탈환 작전을 펼치고 미군은 이를 지원, 보완한다는 역할 분담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중앙일보는 “전 세계적으로 전쟁·분쟁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군사비 부담을 일본에 떠안기고 싶은 미국, 그리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군사대국의 야망을 이루려는 일본의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4월 28일자 8면.
 

조선일보는 “일본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아도 일본과 가까운 나라(한국)가 공격당하면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상대(북한)를 공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라며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동이 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이번 개정은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기동성과 전력을 보강하는 측면이 있어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베 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한국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라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한국의 경계감을 높이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미국은 교전권을 포기하는 ‘평화헌법’을 재해석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책을 공식 추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2차대전 종전 70년 만에 ‘패전국’의 지위에서 사실상 미군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는 ‘동반자’로 그 위상이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4월28일자 1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미·일 동맹 대 중국의 대립은 한반도 번영과 평화에도 이롭지 않다. 미·중 갈등, 북·미 대립, 남북 관계 단절, 한·일 대립이 걱정스러운 마당에 미·일 동맹 강화로 동북아 대결 구도까지 심화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손 놓고 지켜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또한 “미중일의 실리 추구 외교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외교 전략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부상(浮上)을 의식한 미국은 과거사 문제 선행 해결보다는 미·일 군사·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단계로 격상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 신문은 이어 “일본의 과거사·독도 도발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가 2년 넘게 한·일 관계를 과거사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최근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 외교가 지금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주요 강국 간의 역학(力學) 관계 변화를 제대로 읽고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고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BS는 27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미·일 새 방위지침에 반영됐지만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명시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채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4월28일자 8면.
 

한편 2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을 찾은 아베 총리는 연설 뒤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로 만든 데 개입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이 마음은 역대 총리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아베 총리의 방미를 전후해 일본 측이 미 정계 거물을 홍보대행으로 고용하는 등 미국민을 향한 여론전을 치밀하게 펼치면서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거사에 대한 도덕적 우위에 기대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과 일부 연방의원의 지지를 얻었지만, 인터넷 댓글 등 미국 대중들의 평가에서 갈수록 불리해지는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방미에 맞춰 미국 사회 저변의 지지세를 확산시키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톰 대슐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대형 홍보자문회사 ‘대슐 그룹’과 고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27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표를 공식 수리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의혹 때문이다. 국무총리 취임 69일 만의 퇴장이다. 헌정 사상 1960년 허정 총리(재임 기간 65일) 이후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지난 20일 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이후 21일부터 줄곧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칩거해 온 이 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우리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관해, 그리고 특히 공인으로서 다해야 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임식은 국민의례를 포함해 7분 만에 끝났다. 서울신문은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짧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국민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함으로써 국민과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의 수사를 의식한 듯 자신의 결백도 끝까지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의 귀국일 즉시 사표 수리를 두고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에 힘을 실어 준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이 총리 사표 수리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어떤 각오로 정국 수습에 나설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이번 파문의 본질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국무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권 핵심 실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정치)자금의 상당액은 과거 박 대통령의 경선‧대선 캠프로 흘러갔다고 성 전 회장은 주장했다”며 “박 대통령은 나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제3자처럼 행동할 게 아니라 최소한 핵심 측근들이 이 사건에 다수 연루된 데 대해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이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서진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회장이 홍문종 의원(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수차례 만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정부를 향한 불법정치자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완구 총리의 사표 수리나 대통령 사과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주요 종합일간지에서 이같은 지적은 대체로 찾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조선일보는 “일각에선 성 전 회장이 육성으로 폭로한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지사 정도만이 기소가 가능하고 다른 인사들은 기소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경남기업 측 비밀장부 등 기초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단번에 여야 전체로 확대한다는 원샷 전략을 세웠지만, 기대했던 장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완구 전 총리는 피의자 신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들로부터 이완구 총리의 금품수수 정황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대권주자 레이스에서도 사실상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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