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면 된다’는 판에 박한 여배우 이미지를 거부한 연기자 6명이 액션 배우에 도전한다. 이 과정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어서 남초 영역인 리얼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2는 여배우 6인의 액션 도전기를 다룰 파일럿 프로그램 <레이디, 액션>을 8일(오후 9시15분)과 9일 이틀 연속 방송한다고 밝혔다. 

출연진 6인은 이미 일찌감치 여배우 조민수·김현주·손태영·이시영·최여진·이미도로 라인업 된 상태다. <레이디, 액션>은 이들이 고공 와이어, 수중·화염 액션 등 고난도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제작진은 “여성 액션물 장르가 척박한 대한민국에서 액션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고 체력과 신체 조건을 극복해 나가는 감동적인 드라마는 물론 여성만이 할 수 있는 강렬한 아름다움이 담긴 액션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했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출연진은 전원 남성이다. 가끔 여성이 게스트로 출연해 ‘공주님’ 혹은 ‘여왕님’ 대접을 받는다. SBS <런닝맨>에는 여성 출연자가 송지효 1인이다. 다른 여성은 게스트로 출연한다. 

   
▲ KBS <레이디, 액션>에 출연하는 여배우 조민수, 김현주, 최여진, 이미도, 이시영, 손태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최근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서는 여성 출연자 기피 현상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유일한 여성 멤버 후보로 등장한 홍진경은 지난 3월 28일 방송분에서 “(네티즌 사이에서) 여자는 안 된다는 댓글이 많았다”며 남성복 정장에 수염 분장을 한 채 등장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층 확보가 쉽다는 인식이 있다”며 “무한도전은 예외로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여성 시청자의 경우 여성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은 한계적이지만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지난해 방송된 KBS <인간의 조건> 여성특집이나 MBC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등은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조건> 여성 특집 시청률은 한 때 본편인 남성편보다 높게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레이디, 액션> 연출을 맡은 고세준 PD는 “여성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봤다”며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건강미 넘치는 여성의 존재감을 드러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세준 PD는 이어 “기존 여행과 먹방에서 벗어나 출연진이 액션 배우로 도전하는 과정을 삶에 녹여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수는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왜 여성편 영화 ‘신세계’는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여자 후배들에게 여자 액션의 길을 터주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액션을 통해 또 한번 성장판을 건드려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항상 ‘귀엽다’는 말을 들어 이제는 오히려 그 말이 콤플렉스가 됐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제작진이 전했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이들은 엄연히 보면 액션과 예능 프로그램 이라는 두 가지 금녀 영역에 도전하게 됐다. 고세준 PD는 “최근 새롭게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리얼’”이라며 “역션 연기 과정 중에 몸개그도 있고 재밌는 멘트도 있지만 억지가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을 예쁘거나 억센 둘 중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하는 제작진의 한계가 여성 예능 출현의 길을 막은 측면도 있다”며 “여성 예능인의 다양한 캐릭터를 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윤소 활동가는 이어 “그동안 여성이 주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고 설사 론칭된다고 하더라도 시청률이 안정적인 기반에 오를 때까지 시간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이번 여성 예능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 만큼 성공 여부를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윤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젠더 관점에 비춰보면 여성이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며 “여성의 다양한 면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얼만큼 솔직히 드러내주느냐가 여성 예능 프로그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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