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는 어린이집에서 대체 얼마를 받았기에 저렇게 말을 할까. 사람들이 뒤에서 그렇게 수군거려요. 생각해보세요. 부모가 대체 얼마를 받아야 자기 딸을 학대한 사람 편을 들 수 있을까요. 엄마라서 알 수 있는 게 있어요. 정말로 우리 딸이 학대를 당했다면 당장 제가 가만히 안 있죠.” 

지난 8일 김선정(가명·46)은 여섯 살 먹은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에 도착한 김씨는 학부모들로부터 난데없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마음이 아프죠?” “어휴 유빈이(가명,6) 불쌍해서 어째요” 김씨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자 한 학부모가 말했다. “오늘 한국일보에 어린이집 학대 동영상이 떴어요. 영상에 나오는 애가 유빈이처럼 보이던데.”

김씨는 곧장 원장실로 달려가 영상을 확인했다. 29초짜리 영상에는 짧은 머리의 유빈이가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화장실을 포함한 어린이집 전체에 불이 꺼진 채였고 어린이집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낮잠 시간에 혼자 화장실에 갇힌 것이다. 유빈이는 조금씩 울먹이다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 쪽을 보며 ‘엄마’라고 소리치며 크게 울먹인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사는 이렇다. “3년 전 수원시립 어린이집 내부에서 촬영된 3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2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불도 켜지지 않은 캄캄한 화장실에서 홀로 벌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어린이는 무서움에 떨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지만 달래는 교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해당 기사는 가해자로 양아무개 교사를 지목했다. 유빈이의 담임교사다.

“대체 얼마를 받아야 딸을 학대한 사람 편을 들까요?”

동영상을 내리는 게 우선이었다. 김씨는 이 날 출근도 하지 않고 포털과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다. 기사가 보도된 날까지 김씨는 한국일보에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한국일보 측은 기술상 오류로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상태로 동영상이 나갔다며 사과하고 동영상을 삭제했다. 기사를 작성한 유명식 기자는 “저희 판단에서는 신원이 나가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 누군지 모르게 나가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모자이크 처리 없는 동영상은 나가버렸고 다른 매체들은 이 기사를 ‘받아썼다.’ 동영상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퍼날라’ 졌다. 김씨는 분노가 일었다. “아무리 신원을 못 알아보게 나간다고 해도 그 동영상으로 내 딸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애가 됐는데 부모한테 사실확인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나요?” 이에 대해 유 기자는 “학부모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양 교사가 유빈이를 학대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첫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도 같은 어린이집에 보냈다. 햇수로 따지면 9년째다. 양 교사와 알고지낸 시간도 그쯤 된다. 첫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교사가 양씨다. 기사 내용처럼 아이들이 꾸준히 학대를 받았다면 아이들이 해당 교사를 좋아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김씨 역시 지난 15년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 영상에는 양 선생님이 나오지도 않아요. 엄마인 제 눈에는 낮잠 시간에 유빈이가 혼자 화장실에 갔는데 문이 닫혀서 우는 거라고 보였어요. 그 상황이 정말 학대였다면 영상을 찍은 다른 반 교사는 왜 저희 아이를 달래주지 않았나요? 그 교사 말처럼 꾸준한 학대가 있었다면 왜 3년간 한 번도 제게 말해주지 않고 언론에 제보부터 했을까요? 그건 학대 방임이에요.”

   
▲ 지난 4월 8일 한국일보 11면 기사
 

“3년간 학대? 왜 부모가 아닌 언론에 알렸나요?”

같은 시간 한국일보 보도를 본 성윤이(가명·4) 아빠 박건웅(가명·40)씨도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기사에는 유빈이 동영상뿐 아니라 성윤이 사진도 실려 있었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또 다른 사진에는 한 어린이에게만 간식을 주지 않은 모습이 나와 있다. 사진 속 어린이는 같은 반 친구들이 요구르트 등을 먹고 있는 모습을 부러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박씨가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어린이집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눈만 모자이크 된 성윤이 사진을 보고 자기 아이인 줄 알고 따지러 온 학부모와 수원 시청 공무원들, 선생님들까지 한데 모여 있었다. 이들을 앞에 두고 박씨가 말했다. “솔직히 저는 웃음밖에 안 나네요. 이 날 간식으로 과일 같은 게 나온 거 같은데 성윤이는 원래 과일, 야채, 견과류는 아예 안 먹어요.”

따지러 온 줄 알았던 박씨가 다른 이야기를 하자 어린이집에서는 물론 시청 공무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성윤이는 음식을 많이 가리는 아이다. 그래서 부모는 애초에 어린이집에 부탁을 했다. 아이가 안 먹는 음식이 나오면 다른 걸로 대체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박씨에 따르면 그 날 성윤이는 식판에 담긴 간식 대신 선생님 몫으로 제공된 간식을 먹었다. 

박씨 역시 한국일보로부터 연락 한 번 받지 못했다. “상당히 아쉽죠. 사전에 한번이라도 연락을 줬다면 이런 기사는 아예 나가지 않았을 텐데. 언론사라면 사실에 근거해서 기사를 써야하는데.” 이 날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동아일보 기자가 현장 취재를 왔다. 기자는 학부모들의 설명을 듣고 다시 돌아갔다. 추가적인 학대 관련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간식을 못 받은 게 아니라 저희 애가 안 먹어요”

그 날 어린이집에서 박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한국일보에 전화를 했다. 왜 학부모에게 취재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유 기자는 “부모가 영상과 사진을 보면 충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 말이 더 기가 찼다. “충격이요? 가만히 있다가 기사로 볼 때 충격이 더 크지 않을까요? 왜 멀쩡히 다니는 아이를 피해자로 만드나요.” 

박씨가 본 양 교사는 어떨까. 그는 “저희 부부는 어린이집에 갈 때 인기척을 내지 않아요. 조용히 들어가서 보고 판단을 해요. 양 선생님이 1년 동안 성윤이를 돌봤는데 부모가 그 정도를 모르겠어요?” 성윤이는 아직 해당 어린이집에 다닌다. 박씨는 앞으로도 어린이집을 옮길 생각이 없다. 유빈이 역시 여전히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박씨 역시 유빈이 엄마처럼 소문에 시달린다. 어린이집에서 돈을 받았다는 말들이다. 현재 해당 ‘학대’ 사건은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다. “저는 오히려 경찰 조사를 빨리 받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요. 황당하고 억울하죠.” 박씨는 해당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난다면 한국일보와 제보자 둘 모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 어린이집 자료 사진.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노컷뉴스
 

“자고 일어났더니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양아무개 교사는 10년을 해당 어린이집에서 일했다. 기사가 나가기 전 날인 7일 한국일보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를 불 꺼진 화장실에 벌 세운 적 있냐, 한 아이만 간식을 안 준 적이 있냐고 묻기에 ‘그런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그게 끝이었다. 아동 학대 기사가 나갈 줄은 몰랐다. “기사에 특정인이 지목되지는 않지만 내용대로 하면 딱 저였어요.” 양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양 교사는 어린이집에 휴직계를 냈다. 

양 교사의 설명은 학부모들과 같았다. “성윤이는 떡도 싫어하고 과일도 싫어해요. 간식을 안 줬다고 주장하는데 누구보다도 성윤이 어머니가 상황을 잘 아세요. 제가 어린이집에서 10년을 일 했는데 간식을 안 준 건 단 한 번도 없어요.” 양씨는 화장실 벌 세우는 영상에 대해서는 “그게 어떻게 찍혔는지 모르겠고 그런 상황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해당 동영상과 사진은 같은 어린이집 교사 김아무개씨가 촬영했다. 한국일보는 한 학부모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기사에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과 사진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교사에서 학부모로 넘어가 기자에 전달된 것이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이 왜 미리 학대 내용을 알리지 않았냐고 묻자 “그때는 제가 1년차였고 모두 다 덮는 과정이어서 제가 촬영하고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의 녹취본도 있다. 하지만 양쌤이 잘해보신다고 해서 저도 덮었다”라고 답했다. 

유명식 기자에 따르면 김 교사가 제공한 증거는 더 있다. 유 기자는 “기사에 나가지 않은 증거가 더 많다. 가해 교사가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면서 아이들을 혼내는 소리 등”이라고 말했다. 해당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양 교사는 아이를 혼내면서 “더 울어 더 울어. 손 내려야죠(불분명)” 등의 말을 한다. 존대말과 반말이 섞여있다. 양 교사는 “아이가 잘못하면 당연히 혼을 내죠. 그런데 앞 뒤 맥락을 자르고 혼내는 음성만 들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 어린이집 자료 사진.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노컷뉴스
 

“옆에 서면 벌레보듯이 하고…3년간 왕따”

김 교사는 어린이집에 수차례 학대에 대해 항의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사직서를 냈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다른 말을 한다. 해당 교사들이 그만둘 때 분명히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둔다고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만두는 날 그런 말은 했어요. ‘원장님 아이들 잘 봐주세요. 제가 동영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보여 달라고 했더니 ‘저는 그렇게 인간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걸로 이르고 싶지 않아요. 학대에 대해서 저한테 언급한 건 그게 전부였어요. 그러더니 밖에 나가서 이런 인간성 나쁜 일을 했네요.” 한국일보 보도 이후 26명이 어린이집을 나갔다. 

원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양 교사를 감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그는 올해 1월 1일자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으로 왔다. 양 교사와 함께 한 시간은 겨우 3개월 정도이다. 양 교사는 왜 가해자가 됐을까. 그는 자신을 싫어하던 김 교사 등이 지난 3년간 자신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다 학대로 보일 수 있는 증거들을 터뜨렸다고 생각한다. 

“3년 정도 왕따를 당한 거 같아요. 제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음성 파일을 들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목소리가 좀 크고 그래요. 김 선생님과는 다른 타입이에요. 연수를 가서 단체 사진을 찍어도 제가 옆에 있으면 벌레 보듯이 하고 저한테는 인사도 안 했어요.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저한테 딸이 있으니까 그만둘 수는 없었죠.” 왕따에 대해서는 원장도 “사이가 안 좋은 건 알았다. 인사를 안 하더라”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를 쓴 유명식 기자는 “현장에서 본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쓴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사실관계를 다 거쳤다.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원장의 해명도 기사에 싣지 않았나”며 “초상권 부분은 이미 사과를 했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그는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답한 다음 연락이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대교사로 지목당한 사람을 위해 언론 앞에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우리 아이가 당사자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아이들이 상처 받았다고 당연히 아이는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선생님은 (음해로 인해) 상처 받아도 되고 보호 받지 않고 내팽개쳐도 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직장을 지켜드리지 못한 점에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다른 부모들로부터 돈에 정신이 팔린 아동학대범으로 오해 받아보니 선생님이 당하신 것도 제 일처럼 와닿았고요.”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