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팝은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 3대 뮤지션 기획사라는 JYP의 대표가 최고령 현역 댄스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에 새 앨범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소속사 젊은 가수들과 나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앨범 타이틀곡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오히려 다른 젊은 아이돌 가수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박진영이 댄스가수로 활동하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예컨대, 박진영은 현역 댄스 가수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혹독한 육체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댄스 가수는 체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물리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고행을 수행하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고행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본인도 괴롭지만 일정한 목표를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오디션 프로에서 댄스가수가 아니라 가창력있는 가수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쨌든 박진영은 가수 출신의 기획사 대표이면서 현역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보기 드문 모델이기는 하다. 가요계 현실과 분리되는 기획매니지먼트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SBS ‘케이 팝 스타’에서 기획사 대표로 양현석과 함께 소속사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세대간의 가교 역할을 넘어서 강력한 문화파워를 보여주는 점도 있다.  

   
 
 

물론 박진영이 현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사나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대표가 경영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박진영 스스로는 프로듀서겸 가수로 불리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과 별개로 평가는 냉정하다. 스스로 그 성향 자체가 모든 것을 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박진영 스타일이 조직 전체를 지배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오랜동안 존재해왔다.   

그런데 ‘케이 팝 스타’의 냉철하고 파워풀한 심사위원이면서 JYP의 수장인 그가 만들어낸 노래는 어떨까.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를 보자. 이 노래에 대한 찬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평자들은 여러 장르를 활용하여 기존 음악에서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에서 박진영다운 솔직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에 비교하고 있다. 엉덩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강남스타일’과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 망가진 40대 아저씨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위선과 가식을 버리고 직선적으로 자기의 욕망을 드러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의 신곡 제목이 ‘어머님이 누구니’인데 왜 이런 질문은 던지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답은 몸의 섹슈얼리티 때문이다. ‘어머님이 누구니’는 허리 24인치, 엉덩이 34인치의 여성에 대한 찬사가 정말 노골적으로 듬뿍(?) 담겨있는 노래이다. 특히, 뮤직 비디오에서는 여성의 몸매는 물론 그것에 눈을 떼지 못하고 감탄하는 박진영의 얼굴이 잔뜩 접사되어 있다.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질문은 여성의 몸매에 성적으로 감탄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어머니가 이렇게 낳아주었느냐고 묻는 느낌이 강하다.

본능적 감각을 중요시하는 관점을 인정한다면, 외모지상주의나 다이어트 열풍을 조장하는 노래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겠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 곡을 들고 얼굴을 가린 채 즉 ‘복면가왕’처럼 오디션 무대에 섰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아마도 시험을 통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노래에 대한 논란이 말해준다.

왜 그럴까. 여전히 이런 노래가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불편함이란 여성을 허리 24인치, 엉덩이 34인치라는 형식적인 숫자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육체소비주의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90년대 문화세대의 특징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90년대 문화 세대의 특징은 기존의 엄숙주의나 형식주의를 벗어나 실제적이면서 본능적인 면을 강조하다보니 내면보다는 외면을, 정신보다는 육체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공감각적인 사유보다는 시각적인 비주얼 그 자체를 본질인 것으로 만들었다. 육체에 집착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래도 강남의 계층적 소비적 문화의 허위성을 비판하면서 욕망의 수평성을 말한 것과 달리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는 시각적 욕망 이상 이하도 아닌 상태로 일관되다가 그 자체로 끝나버린다. 박진영에게 여성을 낳아준, 그 육체적 존재를 만들어준 어머니의 정체성이 궁금해진 것은 바로 몸매가 좋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존재는 바로 몸매를 잘 빠지게 할수록 부각되며 그렇지 않으면 외면된다. 당연히 어머니의 정체성은 외모적인 차원 즉 섹슈얼리티에서 부각된다. 유전자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미 어머니의 육체가 우월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후천적인 노력이 아니라 어머니가 누구냐에 따라 이미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 남성들의 시각 차원에서 섹시함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이를 남성 전체의 대표성으로 묶을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박진영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보통 여성의 몸매 때문에 여성의 어머니까지 찾지는 않으니 말이다. 40대 아저씨의 취향이라고 하는데, 꼭 그 취향이 허리 24인치, 엉덩이 34인치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남성들의 여성취향도 매우 다르다. 반드시 마른 몸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가 누구니라거나 여성의 몸매에 대한 집요한 몰입이 여성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어머니가 누구니’라고 묻는 여성적 취향에 대해서 금지할 수는 없어도 대표성을 가질 수는 없다.  

박진영의 노래는 미국 토크쇼에 소개되었는데 여기에서 박진영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 듯 싶다.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가 토크쇼 미 HBO의 리얼 타임 위드 빌 마어(Real Time with Bill Maher)에 소개되었지만, 여성의 엉덩이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진짜 큰 엉덩이를 보려면 미국에 오라고 했고 박진영은 너무 큰 엉덩이는 섹시하지 않으며 취향이 바뀌면 연락을 하겠다고 응대했다. 엉덩이 이야기에서 시작해 엉덩이 이야기로 끝났다. 이것이 한국에서 3대 뮤지션 기획사 JYP의 대표이자 3대 지상파 방송인 SBS ‘케이팝 스타’에서 막강한 문화 파워를 행사하고 있으며, 젊은 가수들과 같이 뛰고 있는 최고령 현역 댄스가수 박진영의 현재 모습이며 앞으로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비단 그의 모습만이 아니라 케이 팝의 민낯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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