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의 금태섭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완종 사면 논란과 관련, “법무부가 건의를 했든 이명박 측에서 부탁을 했든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면은 있을 수 없고, 대통령이 서명을 한 이상 그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이것을 정정당당히 받아들이고 말도 안 되는 물타기는 잘라버렸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금 변호사는 “지금 새누리당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은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는 것이고 사실로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될 일”이라면서 “대통령이 적법하게 행사한 사면권과 비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의 허락을 얻어 기고 형식으로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법률가로서 본능적으로 사면을 싫어한다. 사법 절차에 의해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을 대통령이 별다른 설명 없이 용서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왕정시대도 아닌 민주국가에서 이게 웬말이냐.

개인적으로 안 좋은 기억도 있다. 검찰에 있을 때 뇌물을 받은 사람을 기소한 일이 있다. 당시 정권에서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명백히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대가성도 인정이 되는데 막무가내로 반발을 했다. '좋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준' 건데 왜 문제냐는 것이었다. 재판을 받으면서까지 이런 소리를 해서 판사가 도대체 감독을 해야 하는 기관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주제에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적반하장이던 피고인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항소를 포기했다. 예감이 이상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몇달 지나지 않아 사면을 받았다. 정말 화가 났고, 검사로 일하는 것에 회의까지 들었다.

그러나 받아들였다. 원래 사면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정당한 행동이라서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면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법적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외교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도 있을 수도 있다. 사법절차를 통해서 해결할 수 없는 통상적이지 않은 사정이 있을 때 해결하는 수단으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 사면권이다. 말하자면 검사나 판사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면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꼭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볼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사면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국가원수에게 사면권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에 대해서는(특히 어떤 죄를 지은 사람 모두를 사면하는 일반사면이 아니라 특정인을 사면하는 특별사면의 경우는), 보통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언론에서 왜 이런 사람을 사면했느냐고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이 그 이유를 반드시 해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개적인 설명이 가능한 일이라면 애초에 사면이 아닌 통상적인 법절차를 통해서 구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다. 그러니 지금 야당에서 그때 일에 어떻게든 이유를 대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미국의 예를 봐도 최근에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이나 조지 W. 부시 모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람들을 사면한 일이 있다. 당연히 언론에서 공격을 받았지만 변명을 하지 않았다. 사면으로 인한 정치적 책임을 그대로 감수했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사면권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그런 사정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성완종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해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로 여권 인사들이 곤경에 처하자 새누리당 측에서는 성완종이 참여정부에서 두번 사면을 받은 것을 들어 공격을 해왔다. 그에 대해 대응하는 정답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대통령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정치적 책임 하에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서 사면권을 행사한다. 그것은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자 책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 외에 다른 사정을 고려해서 사면권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가질 자료는 전혀 없다.

지금 새누리당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은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로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될 일이다. 대통령이 적법하게 행사한 사면권과 비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얘기해서 새누리당의 물타기 시도를 끊었어야 한다. 물론 보수 언론에서 사면의 적정성을 놓고 공격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와 같이 묶어서 볼 수는 없다. 물론 정치적 책임은 감수해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다른 답을 했다. '법무부에서 건의했다.'고 하다가 지금은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 요청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대응하고 있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가장 전속적인 권한 중 하나다. 사면이 예상되는 시기가 오면(추석이나 성탄절, 석가탄신일 등) 많은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사면을 받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성완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법무부가 건의를 했든 이명박 측에서 부탁을 했든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면은 있을 수 없고, 대통령이 서명을 한 이상 그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것을 정정당당히 받아들이고 말도 안 되는 물타기는 잘라버렸어야 한다.

변명을 하기 시작하니까, 법무부에서 건의를 안 했다느니 이명박 측에서 요청을 안 했다느니 논란이 끝이 안 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게 뻔한데 그걸 왜 모를까.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라도 새정치연합 측에서 저런 식으로 답변을 한 이유가 안 그러면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될까봐 그랬을 경우다. 잘못된 생각이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전속적 권한인 만큼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다. 나는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어떤 대가를 받고 성완종을 사면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도 전혀 없다.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 부탁을 했든,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든 나름의 이유에 따라 판단을 해서 사면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로 대응하면 된다. 다른 핑계를 댈 필요가 없다.

적법한 권한을 행사한 것을 범죄행위와 엮으려고 하는데 왜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 하나. 혹시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것이면 그에 따른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지면 되고, 또 져야 된다. 역사상 있었던 모든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도 실수나 잘못이 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지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했을 리가 없다는 전제에서 주장을 하기 시작하면 참여정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스텝은 꼬이게 된다. 그건 노무현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새정치민주연합의 짐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어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했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야당이 노무현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노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에게 그런 것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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