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정부의 자원외교 의혹 관련 경남기업 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18일부터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밝힌 지난 20일까지 주요 5대 일간지의 관련 보도가 70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기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등 5개 일간지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망 이전인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관련 보도는 66건에 그쳤던 반면 ‘성완종 리스트’가 드러난 10일부터 20일까지는 보도량은 무려 635건이나 됐다. 

특히 지난 이명박 정부 자원개발 사업 사정정국의 대상자인 성 전 회장이 현 정권 실세들의 금품수수 증거를 남긴 채 목숨을 끊자 5개 신문사의 보도량이 폭증해 의견기사(사설과·칼럼)도 92건으로, 전체 기사 대비 14.5%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사망 이전 4.5%의 3배를 넘는 수치다.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11일간 5개 신문사별 주요 이슈 보도량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특히 1면 보도로 다뤄진 것도 75건으로, 11일간 ‘성완종 리스트’ 관련 보도는 1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며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정국에서 현 정권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번진 본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은 “그러나 언론은 이번 사안을 ‘성완종 리스트’로 이름 붙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전혀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며 “언론보도는 이완구 총리 개인의 금품수수와 거짓말, 야권 책임론, 그리고 박 대통령의 엄정 수사지시 의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대응 등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이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11일간 635건의 기사를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특별사면 등 야당 책임론 △이완구 총리 정치자금 문제 △자살 검찰 책임론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비교한 결과, 5개 신문사 모두 이 총리 관련 보도(153건, 24.09%)를 가장 많이 다뤘다. 

다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야당 책임론 관련한 보도가 43건(6.77%)으로 많았으며,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한 보도는 30건(4.72%)이었다. 

   
▲ 동아일보 13일자 사설.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과 야당 책임론은 조선일보가 1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접근은 한겨레 기사(11건)가 많았다. 조선일보가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가장 적은 2건에 불과했다. 

신문사별로 보면 한겨레와 경향은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관련 보도(한겨레 11건, 경향 10건)가 야당 책임론(한겨레 5건, 경향 4건)보다 많았다. 그러나 조선일보(2건:17건)와 동아일보(4건:8건), 중앙일보(3건:9건)는 반대로 특별사면 등 야당 책임론에 관한 기사 비중이 높았다. 

민언련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기사 제목에서 ‘대선자금’이라는 표현이 나온 보도는 16건뿐이었다. 경향신문이 6건,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각각 3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건이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중 1건도 야당 대선자금을 언급한 것이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찌감치 여야 쌍방책임론을 꺼내 ‘성완종 리스트’를 여야공방이 예상되는 사안으로 몰고 갔다”며 “조중동이 이 총리 문제를 집요하게 보도한 것도 불법 대선자금과는 연관성이 없는 이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를 부각해 박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핵심적 맥락을 덮어보려는 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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