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관련 기사가 1면에서 빠지고 있다. 이슈 발생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 기사 대신 보수 언론은 1면에 일본의 과거사 청산 관련 기사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판결 관련 기사를 머릿기사로 실었다. 

다른 언론은 ‘성완종 리스트’ 관련 단독 기사를 내놨다. 혹은 이번 사건이 곧 다가올 재보선 등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했다. 

다음은 25일자 아침 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부산 정·관·재계 덮친 ‘부패 스캔들’>
국민일보 <성완종 블랙홀…재보선 실종>
동아일보 <訪美 아베가 새겨야할 이 눈물>
서울신문 <특검 앞 檢 ‘成리스트 수사’ 회의론>
세계일보 <軍산부인과에 女군의관은 없다>
조선일보 <‘한탕’ 直選 교육감에 흔들리는 교육>
중앙일보 <또 법정 선 교육감…직선제 대안 찾자>
한겨레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취임 직후 성완종, 서산장학재단 동원 ‘사면 진정’>
한국일보 <“MB, 양윤재 특별사면 직접 요청”> 

보수언론 1면 사라지는 ‘성완종 리스트’ 기사
25일자 아침 신문 지면 1면은 ‘성완종 리스트’에서 점점 벗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기사를 1면에서 거의 제외한 모습이다. 눈을 돌린 곳은 진보교육감 쪽이었다. 

   
▲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25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재판 소식을 다루며 연이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직선제 이후 서울교육감들의 재직 임기는 공정택 전 교육감이 1년 2개월, 곽노현 2년 3개월, 문용린 1년 6개월 등으로 평균 2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놔둬서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직선제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 학부모·교직원·교육기관 종사자가 선출하는 ‘제한적 주민 직선제’, 시·도지사 임명제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많은 후보가 나오고 있는 데다 선거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거액을 쓰고 교육감에 당선되더라도 자치단체장 또는 정부와의 갈등 때문에 교육정책이 표류하는 경우” 등을 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과거사 청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동아일보는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과거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한 대미(對美) 전쟁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성하되, 한국 식민지배와 중국 침략 등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반성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또 미국 내에서 아베 총리 사과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의 하원 본회의장 발언과 민주 공화 양당 의원 25명의 연판장 서명 등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1면.
 

 

보수 언론 1면에서 ‘성완종 리스트’ 비판은 사라졌지만 ‘보호’는 남았다. 조선일보는 1면 하단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알리바이를 확인해줬다. 조선일보는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 김기춘 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부’를 통해 김 전 실장이 2006년 10월 23일에 대한항공 항공료로 567만3300원을 결제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선일보는 김기춘 전 실장 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당초 (김 실장이) 아데나워재단에서 모든 비행기 값과 체재비를 냈다고 해명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완종의 정치적·지역적 아군 동시에 자금줄?

한겨레는 서산장학재단의 2003~2014년 사업실적 보고서를 분석, 총선 시기 자금 흐름에 주목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선거가 있던 2004년과 2008년 경남기업의 수십억원대 자금이 서산장학재단이 아닌 ‘제3의 기부처’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다”며 “경남기업의 정치권 로비자금 출처와 세탁 통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 2003~2014년 경남기업 기부금 추이와 장학재단 출연금이 거의 매년 비례했으나 선거가 있던 해에만 자금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2004년 당기순이익의 7%가 넘는 13억여원의 기부금을 지출했으나 서산장학재단 출연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겨레가 설명했다. 경남기업의 2008년 기부금은 “당기순이익(129억원)의 41.8%에 이르는 금액(54억100만원)이 기부금으로 지출됐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2008년 기부금에 대해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24억원이 서산장학재단 아닌, 다른 기부처에 들어갔다”며 자금 사정이 나빴던 경남기업이 계열사와 같은 곳이 아닌 제3의 기부처에 기부한 점,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기부금으로 지출한 점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과 2008년은 모두 총선 시기로 성완종 전 회장은 2004년 총선에서 낙마했고 2008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낙마한 전력이 있다. 

한겨레는 또한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서산장학재단을 동원, 회원 및 주민 서명을 받아 사면, 선처를 요구하는 진정을 청와대에 넣었다고 밝혔다. 성완종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성완종 전 회장이 이번에도 사면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진정을 넣었다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서산장학재단이 성완종 전 회장의 정치적·지역적 아군 역할”인 동시에 ‘자금줄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함께 제기했다. 

‘1억’ 홍준표의 회유… 지시했나 보고만 받았나 

홍준표 경남지사 최측근인 경남도 산하 기관장 ㄱ씨가 윤모씨에게 지난 12일 전화를 걸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을) 경선 캠프 살림 사는 데 썼다고 하면 안 되느냐”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2011년 홍준표 지사에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받은 인사다. 

ㄱ씨는 지난 18일 경남 남해에서 서울을 직접 찾아와 윤씨와 만나기도 했다. 

   
▲ 경향신문 2면.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ㄱ씨 뿐 아니라 또 다른 측근들도 윤씨를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명백한 증거인멸 시도이다. 검찰은 언제까지 이런 행태를 수수방관할 텐가”라고 개탄했다. 

경향신문은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만났을 수는 있다”, “회유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홍준표 지사의 해명을 비판하며 검찰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홍준표 지사는 측근들의 윤씨 접촉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했으나, 사전에 지시하거나 인지하지 않았는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사안을 “논란”이라고만 다뤘다. 동아일보는 ㄱ씨가 “홍준표 지사의 부탁이나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한 말을 전했다. 홍준표 지사의 “회유라고 하면 좀 과하다”는 말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설사 측근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도 이런 회유가 있었다면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될 뿐 아니라 증거인멸 혐의까지 추가될 수 있다”며 “이런 게 자충수(自充手)다”고 우려했다. 

   
▲ 동아일보 27면.
 

동아일보는 이완구 총리가 잦은 말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홍준표 지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홍준표 지사의 이름을 부제에 언급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4면 “결백 주장한 ‘리스트 속 인물들’…수사 방해한 정황 속속 드러나” 제목 기사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 모두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또 기사 내에서는 홍준표 지사 측 해명을 충실히 전했다. 보수 언론을 포함해 다른 언론이 홍준표 지사의 회유 의혹만 전한 것과 사뭇 다른 톤이다. 

   
▲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 역시 사건을 전하면서 홍준표 지사가 ㄱ씨에게 ‘윤씨와 통화하지 마라’고 말한 정황을 언급하며 “하지만 홍준표 지사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ㄱ씨는 또다시 윤씨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ㄱ씨가 윤씨와 통화한 이유로 홍준표 지사 지시보다 ㄱ씨의 의도가 더 확고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보수 언론의 공통점은 합리적 의심이 없다는 점이다. 홍준표 지사와 최측근인 ㄱ씨가 ‘홍준표 지사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윤씨와 통화했느냐 하는 부분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홍준표 지사와 ㄱ씨의 말을 전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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