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와 관련해 주춤했던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의혹 사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끝까지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대규모 지원과 감면을 해준 이른바 ‘성공불융자’ 제도 자체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에 나선 한편, 야당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특검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을 위한 감사에 착수해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칠레 페루 카자흐스탄 영국 등 8개국을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지난달 25일부터 감사인력 35명을 투입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성과감사에 착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사업에서 수익을 보지 못하면 감면해주는 이른바 ‘성공불융자’ 제도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혁 감사원 대변인실 감사관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외자원개발 성과분석 감사의 취지는 실제 해외자원사업 전체에 대해 잘된 것과 안된 것을 정리해서 잘된 것이 있다면 여기 맞춰서 할 수 있도록 모범잣대를 맞춰보자는 취지”라며 “이와 함께 성공불융자의 실태에 대해 별도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현재 자료수집 단계”라고 밝혔다.

특히 성공불융자의 경우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 참여업체 가운데 민간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감면 혜택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의 로비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것도 감사 착수의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노컷뉴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에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과 석유공사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일자 기사에서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간부들이 SK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지원한 성공불융자 원리금을 회수하면서 로비를 받고 약 1300억 원을 감면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0년 브라질의 3개 유전광구를 7억5000만 달러(7900억 원)에 매입해 이 대금의 약 10%인 7700만 달러(약 808억 원)를 성공불융자로 지원받은 뒤, 투자 10여 년 만인 2010년 12월 가격이 급등한 브라질 광구 지분을 덴마크 기업에 전량 매각해 투자금의 3배가 넘는 24억 달러(약 2조5400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약정에 따라 국고에 상환해야할 금액은 6억5800만 달러(6900억 원)였으나 SK는 1억2800만 달러(약 1340억 원)를 감면받고 나머지 금액만 정부에 상환했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당시 SK가 성공불융자 지원·회수를 심사하는 석유공사와 승인권을 가진 지식경제부 고위 인사들에게 ‘상환액을 깎아달라’는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넘겨받아 내부 감찰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 신문은 썼다.

이를 두고 감사원 대변인실의 한 감사관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사의뢰한 인원 수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조선일보 보도가 큰 틀에서 틀리지 않았다”며 “수사의뢰한 것도 맞다”고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노컷뉴스
 

김혁 감사원 감사관은 “국민권익위에서 성공불융자와 관련한 제보를 받아 감사해보니 일부 문제점이 발견돼 성공불융자 관련 제도 집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다른 성공불융자 집행사례에도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 감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대상은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등 부당하게 (성공불융자 상환액을) 과소산정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가 지원해줬다가 투자실패로 감면해준 금액 2677억 원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605억 원으로 민간기업 중에 가장 많다. 

24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의 ‘성공불융자의 현황’(제도시행 이후 현재까지) 자료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가나 2건, 리비아 2건, 브라질 1건, 에콰도르 1건, 영국 북해사업 3건, 오만 1건, 적도 기니 1건, 호주 4건 등 모두 2011~2012년에만 집중적으로 성공불융자 감면혜택을 받았다. 이 자료에 나온 것만 합산해도 5515만달러(약 595억 원)에 이른다.

검찰에 수사의뢰한 SK이노베이션 외에 다른 성공불융자 집행 사례에서도 감사원이 불법로비 의혹이나 금품수수 같은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사원 대변인실 감사관은 이에 대해 “감사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로비의혹이나 상환액 감면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자료를 통해 “부당한 로비를 통해 성공불융자금 상환액을 감면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상환액 1300억 원 감면이라는 감사원 주장은 성공불융자 제도의 취지와  관련 법규 등을 잘못 적용 또는 해석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13년 1월 법정에 출두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은 “SK가 기존의 브라질광고 개발/생산과정 등에서 투자한 비용을 일체 공제하지 않고 수익 총액을 순이익으로 간주해 정부와 SK가 탐사단계의 투자비율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게 감사원 논리”라며 “이 같은 논리는 산업부의 융자고시를 오해한 것으로 성공불융자 제도의 도입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홍보팀 과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로비의혹은 사실무근이며, 특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감사원이 성공불융자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민간기업 가운데엔 가장 성공적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수행해 매각대금의 25%나 상환하는 등 성공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뭔가를 오해해서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한 것을 두고 수감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속 수감중인 최태원 회장이 특별사면 되기 전에 이명박 정권의 자원개발 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협조를 하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감사원과 정부가 하는 감사의 그런 정치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답변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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