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시민 79명(연행된 유족 제외) 중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한 시민은 42명(53.2%)이나 됐다. 지난 11일과 16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도 각각 2명씩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이는 사이버사찰긴급행동에서 23일 현재까지 파악한 인원이기 때문에 인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3일 오후 서울경찰청 앞에서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8일 연행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당한 피해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서초경찰서로 연행된 홍승희씨는 압수수색 영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최루액을 맞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비를 가지고 곁에 있다가 방패에 끼어 연행됐다. 연행 이틀째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경찰이 영장을 가져왔다. 영장을 읽는 중인데 경찰이 영장을 뺏어갔다. 다 읽지 않았다고 하니 경찰이 ‘다 읽지 않아도 된다’며 강제로 휴대전화를 뺏어갔고 (경찰과 다툼)과정에서 손목을 다쳤고, 분한 나머지 (항의하다) 실신해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집회에 나온 것이 조직적으로 누군가의 지시를 나온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내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봤는데 이는 SNS친구들도 잠재적 범죄자로 본 것이다. 부모조차 보지 않은 휴대전화를 경찰이 함부로 봤다.” 

중부경찰서에 연행됐던 최하나씨는 중부경찰서에서는 입감 절차를 밟기 전에 연행자 전원에 대해 휴대전화를 압수하라는 조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전원 (휴대전화) 압수를 요구했고 강제로 가져갔다. 48시간 뒤 석방될 때 영장을 가지고 와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했고, (잠겨있으니) 패턴해제를 요구했다. 경찰이 보고 싶은 내용이 뭔지 모르겠지만 경찰이 본 메신저나 사진은 사적인 내용들이었고 집회와 관련이 없었다. 적법여부와 관련 없이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만18세(고근형, 마포경찰서 연행)인 학생도 있었고, 신부(임한욱, 강동경찰서 연행)도 있었다. 이들도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민변 소속 송아람 변호사는 “피해자가 묵비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했다는 증언도 있는데 묵비권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경찰의 이같은 모습은 위헌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신훈민 변호사는 휴대전화 통신비밀보호에 대해 설명했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과 민변이 만들어 공개한 안내문에 따르면 먼저 평소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해둬야 한다. 집회 중 현행범으로 연행되더라도 영장이 없다면 경찰이 함부로 휴대전화를 열어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연행시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 다른사람과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포렌식’을 집행하면 지워진 대화내용도 복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장없는 휴대전화 요구는 거부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 없이는 휴대전화 제공을 요구할 수 없고 영장이 나오면 본인에게 반드시 원본으로 제공해야 한다. 당사자는 그 자리에서 꼼꼼하게 영장을 확인할 권리를 갖고 필요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압수해 혐의 관련 정보만 추출하는지 집행과정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해야 한다.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임의로 열람해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연행된 시민들은 이런 권리들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 23일 오후 서울경찰청 앞에서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연행됐던 시민들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사이버사찰긴급행동 장여경 집행위원장은 “서로 다른 경찰서에서 비슷한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봐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이런 지침이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일사불란하게 압수됐기 때문에 과연 어떤 지침이 있었는지 (서울경찰청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법률 의견서를 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민변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의견서의 핵심을 두 가지로 밝혔다. △범죄 사실과 관련 없는 휴대전화 내 다른 정보는 들여다보거나 추출하지 말라. △압수한 휴대전화 내용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참여를 원하는 피의자와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고,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다는 이의제기를 조서에 기재하라.

이 변호사는 “이런 의견은 몇몇 법률가들만의 견해가 아니라 200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한 뒤 서버를 압수수색 당했는데 이 때 대법원이 판시한 내용과 이후 이 내용이 반영돼 일부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정신에 따라 요구하는 최소한”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교조 서버 압수수색에 대해 서버의 디지털 정보를 압수하는 것에서 시작해 확인, 추출, 열람, 복사 등 전 과정이 모두 압수수색 과정이며 이 전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불법적인 수사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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