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들을 수사중이다. 전날은 성 전 회장 유족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이나, 정작 핵심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는 속도가 더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은 연일 성완종 회장과 참여정부를 엮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물증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나온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을 때,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가 있는데, 김 전 비서실장은 “당시 모든 비용을 아데나워 재단이 댔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데나워 재단은 “항공료는 지원 안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세월호를 인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9월부터 선체 인양작업이 시작된다. 선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 시신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선체를 누운 채 통째로 인양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앞으로 기나긴 인양 기간, 정부가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의혹 몸통’ 여권, 반성 없이 물타기>
국민일보 <“박 前 상무, CCTV 끄라고 지시했다”>
동아일보 <한국 ‘核연료 농축-재처리’ 첫발 떼다>
서울신문 <42년 만에…핵연료 저농축·재처리 길 열렸다>
세계일보 <우라늄 저농축·재처리 길 텄다>
조선일보 <核연료 농축·재처리 ‘족쇄’ 풀다>
중앙일보 <한국 42년만에 우라늄 저농축 빗장 열렸다>
한겨레 <김기춘 또 거짓말…독일 초청재단은 항공료 안내줬다>
한국일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우라늄 저농축 길 텄다>

문제는 ‘김기춘’인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은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김기춘 실장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으로 돼 있잖아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메모에 적힌 8명 인사 중 대통령 핵심 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돈을 건넨 정황을 증언했다. 그 얘기를 하면서 김 실장에게 “처신 잘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완종씨는 2006년 9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당내 대선 경선을 앞두고 독일에 출국했을 때,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김기춘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밝혔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불법 대선경선자금을 썼다는 사실은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김 전 실장은 이 논란이 불거지자 성완종 씨와 연락한 바 없고 돈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 한겨레 4월 23일자. 3면.
 

하지만 수십차례 성완종 씨와 연락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번에는 돈을 받지 않았다는 해명에도 상반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기춘 실장은 “당시 모든 (독일) 방문비용은 아데나워 재단이 댔다”고 말했지만 한겨레는 23일 보도에서 아데나워 재단이 “당시 박 대통령 일행에 대해 한국~유럽 구간 항공료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아 전했다.

김기춘 실장은 앞서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항공비나 체재비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걸 아데나워 재단이 냈다는 것인데, 아데나워 재단이 항공비를 낸 적이 없다니 그 항공료 비용을 누가 냈는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함께 독일에 갔던 이정현 의원도 “자비로 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는 지지부진 하고….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일단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긴급체포하고 이용기 비서실 부장을 소환했다. 이들이 성 전 회장의 행적을 잘 알고 그가 목숨을 끊기 전 그동안의 자료를 취합했을 때 함께 참여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준호 전 상무는 증거 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4월 15일 검찰 압수수색 당시 성 전 회장 관련자료를 외부로 빼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CCTV 영상 자료를 삭제하기도 했다. 이는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을 제외한 다른 로비흔적을 지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 동아일보 4월 23일자. 4면.
 

이렇게 되면서 검찰 수사는 전방위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홍 지사는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이고 이완구 국무총리도 측근들의 통화기록을 추적하면서 수사가 진행된다는 느낌은 있다. 그런데, 김기춘, 허태열, 유정복 등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때 되면 사면하자던 사람들이…. 

리스트에 적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은 잇따른 거짓말에도 별다른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장 시끄러운 문제는 성완종 회장의 2007년 특별사면 논란이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대선 일주일 전 대통령 사면 명단에 성 전 회장이 포함돼있었다”며 “법무부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성 전 회장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 4월 23일자. 4면.
 

반면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성 전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시점으로, 대선 전 성 전 회장이 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은 맞지만 법무부가 이를 거절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아직 사면도 받지 않은 성 전 회장이 인수위원회에 포함된다. 그리고 청와대는 성 전 회장이 포함된 사면명단을 발표한다.

저간의 사정에도 언론은 일단 ‘친노’진영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같은 정권에서 두 번 사면을 받은데다 두 번째 사면은 그의 형이 확정된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진실을 가리려면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 측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서 사면 부탁을 받았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측의 부탁을 받아 성씨를 사면했다고 해도 그 책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문재인 대표를 거론했다.

   
▲ 경향신문 4월 23일자. 1면.
 

동아일보는 “성 전 회장을 두 번이나 사면해준 야권은 과연 성완종 게이트에서 자유로우냐는 시각이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두 번의 성완종 특사 의혹도 낱낱이 밝혀라”고 주장했다. 특별사면 시즌마다 기업인 특별사면으로 나라를 살리자며 앞장섰던 언론들이, 어떻게 특별사면을 할 수 있냐고 짐짓 훈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대 위기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야권 의혹을 더해 비판여론의 과녁을 흐리겠다는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중심에 선 여권이 반성과 개혁 다짐 대신 국면전환용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남의 일 보는 박근혜 대통령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3번째 순방국 칠레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현지 시각 21일 칠레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정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여러 적폐를 해결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가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해 반드시 경제 재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4월 23일자. 5면.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잇따라 언급한 ‘사회 개혁’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인다”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라고 해석해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 개혁’이란 말을 처음 썼다는 것이 해석의 근거다.

중앙일보 역시 “전날 이완구 총리와 관련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한 뒤 이날은 ‘사회 개혁’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들의 측근과 자신이 극심한 반대에도 임명한 총리가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사과 한 마디 없이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는 해석이 맞아 보인다.

여당이 타격을 받았는데, 여당대표의 힘이 쎄진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새누리당 내 권력 역학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는 “여권을 주도하던 친박 세력이 위축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형국”이라고 해석했다. 그 증거로 1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와 독대한 장면을 꼽았는데 “그동안 수직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당청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한 의원의 분석을 덧붙였다.

   
▲ 중앙일보 4월 23일자. 4면.
 

중앙일보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친박계는 퇴조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매끄럽지 못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관계가 ‘동반자’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김 대표가 재·보선 국면에서도 공무원 연금 개혁을 챙기는 것은 박 대통령의 당부에 부합하는 행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지시하고 새누리당이 행동하는 모습은 크게 변한 바 없어 보이는데, 수직적 당청관계가, 위기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통 큰 카리스마가 된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후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의 힘이 강해진다는 분석이 합리적인지도 의문이다.

힘들게 끝난 세월호 인양 논란, 시행령은?

드디어 세월호 인양 결정이 났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여러가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인양이 가능하다는 기술검토 결과와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여망을 고려해 인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속된 인양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후 대통령이 진도 까지 내려가 인양 결정을 발표하면서 결국 세월호는 인양하게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란 표정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늦은 결정으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에 방해가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9월부터 인양에 착수하면 빨라도 내년 6월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점이면 세월호 진상조사특위 활동시한이 종료된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 국민일보 4월 23일자. 6면.
 

그래도 어쨌든 인양논란은 어느정도 정리된 셈이다. 남은 것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다. 이석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특조위,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시행령을 수정하겠다는 해수부에서 특조위 위원장에게도 어떤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또 다른 갈등의 축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세월호 특위에 독립성과 객관성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행태로는 유족들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 밖의 주요 소식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에 묶여 사용후핵연료를 재농축하는 등 재활용할 수 없었다. 핵무기 확산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22일 40여년 만에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면서 재처리 방안이 일부 열렸다. 한국과 미국, 양 측이 한 발씩 물러섰다는 평가인데, 어쨌든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 통제를 받아 골칫거리로 쌓여갔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생겼다.

   
▲ 서울신문 4월 23일자. 1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국제회의 연설에서 과거 전쟁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도무지 답이 없는 상황이지만 중일관계는 다소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APEC 회의에서 중·일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의원 106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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