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국민은 없고, KBS에 시청자는 없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허둥지둥 심야에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멀리 남미를 순방하면서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총리의 고뇌는 느끼면서 국민의 좌절감과 잇단 총리낙마에 따른 국정공백에 대한 실망감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없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 공식 발표는 21일 새벽 0시를 지나서 '군사작전' 하듯 이뤄졌다고 한다. “남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고 있을 시간이어서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하느라 국민 대부분이 잠들어 있던 심야에 사의 표명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고 보도했다.

‘자진사퇴는 없다’고 큰소리치던 이 총리가 ‘대통령 수면을 방해할까봐서 기다렸다가 전국민을 깨웠다’는 것이 언론의 진단이다. 총리는 대통령에 대해 작은 예의를 지켰겠지만 국민에 대한 책무는 안중에도 없었다. 국민의 눈을 무서워했다면 그렇게 잦은 말바꾸기와 ‘목숨을 걸겠다’는 식의 막가파식 답변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책임총리’라던 이 총리는 철저하게 대통령만 바라봤고 그만 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의 심기, 수면만 고려했다.

총리가 이 정도니 세월호 사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만 쳐다보는 총리, 장관들은 이미 스스로의 직무와 책임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의 지시, 보고에 따른 지시에만 따를 뿐이다. 국민은 어디에 있는가?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리마시청을 방문, 카스타네다 시장으로부터 열쇠를 선물받고 있다. ⓒ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들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특명을 잊고 오직 한 사람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흔들려도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목숨을 걸겠다’던 총리는 끝내 대통령의 수면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중대한 보고조차 제 때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총리는 앞으로도 가문의 수치가 될 것이다.

현재의 나라모습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공영방송사 KBS, MBC다. 여기에도 이름만 공영방송일뿐 철저하게 청와대만 바라보는 경영진들이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사는 상업방송과 달리,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국민이 세금처럼 수신료를 주는 것은 바로 국민을 위해, 국민의 방송이 되어달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에도 국민은 없고 오직 대통령만 존재한다.

KBS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해설의 논조를 바꿀 것으로 요구했고 실제로 이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새노조)는 20일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 케이비에스1 아침 메인뉴스인 <뉴스광장>의 ‘뉴스해설’ 코너에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의 뉴스해설이 녹화까지 마치고 나갈 예정이었으나, 제목과 원고가 바뀐 채 다른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갔다”고 전했다. 바뀐 해설은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더욱 떳떳하고 당당하게 풀라는 뜻일 것이다”라며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대통령 심기’를 우려한 해설이었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려할 때 존재이유는 사라진다. 더구나 국민을 대상으로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시도는 국민을 ‘통치수단’ 정도로 평가절하할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 총리, 장관들은 말만하면 ‘국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오직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다. 공영방송사들은 수신료 인상할 때만 ‘국민의 방송’을 내세울 뿐이다. 한때는 낙하산 사장 탓을 했지만 지금은 공영방송사 출신을 사장으로 앉혔는데도 ‘낙하산보다 더한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면치못하고 있다

머리를 깎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서와 병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들은 아마 제명대로 살지못할 것이다. 무책임하고 치졸한 정부 때문이다. 여론과 전혀 엉뚱한 소리를 대변하는 공영방송사는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수신료 징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성완종 리스트는 웅변하고 있다. 공영방송사 경영진들의 착각을 수신료 거부로 일깨워야 할 때다. 국민의 힘을 국민이 스스로 입증하지 못할 때 각료와 공영방송사는 절대 무시하는 법이다.

항상 멀게 느껴지는 대통령, 대통령만 쳐다보는 총리, 비서실장, 장관, 공영방송사 사장들...물러나는 총리, 장관이 국민을 향해 사과는 하지않고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는 모습을 봐야하는 국민. 이것은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고 완벽한 왕정시대의 재현이다.

너무나 높게, 멀리 있는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 비서실장1,2,3, 총리, 친박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완종리스트에 대해서도 ‘남의 말’하듯이 그냥 ‘철저수사’를 외치고 있다. 현재의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말그대로 ‘철저수사’할 수 있을까. 이들은 국민을 보지않고 대통령만 쳐다보기 때문에 ‘대통령의 기준’에 맞는 철저수사를 할 뿐이다. 국민은 애시당초 안중에 없으니 너무 큰 기대하지않는 것이 좋다.

“국민없는 정부, 시청자없는 공영방송사 역사의 심판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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